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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고향 비금도 천연활주로·하트해변의 매력 [함영훈의 멋·맛·쉼]
라이프| 2023-06-13 06:01
거대한 새가 백령도 쪽을 향해 날아가는 듯한 모습의 비금도 천연활주로엔 자동차가 다닐수 있고, 가끔 경비행기도 이착륙한다.
비금도와 다리 하나로 연결된 도초도에선 오는 16~25일 수국축제가 열린다. 사진은 수국축제 메인 장소인 팽나무 십리길.

신안 천사(1004개) 섬의 중심에 있는 비금도엔 신이 빚어놓은 하트(♥)해변과 사랑하는 사람과 속 시원하게 걷기좋은 천연활주로 백사장이 있다.

비금도와 다리 하나로 연결된 도초도엔 수국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드라마 ‘슈룹’의 청하는 신안 도초도에서 세자 시험 미션을 완수한 성남대군에게 고백한다. 마치, ‘진심’, ‘처녀의 꿈’이라는 꽃말을 갖고 있는 한떨기 수국 처럼.

비금도 하트해변

도초도 ‘환상의 정원’, ‘수국 공원’을 비롯해 섬 곳곳에는 3만주의 수국이 수십만 송이 꽃을 피우고, 절정기를 맞는 오는 16~25일 도초도 수국축제가 열린다.

하트해변의 비금도와 수국이 만개하는 도초도는 여행가는 달 6월에, 우럭탕 진한 국물 처럼 농익은 정(情) 품은 4060 커플, 2030 썸남썸녀들이 사랑을 다지는 여행지가 될 것이다.

▶시집온 팽나무와 수국의 동거= 도초도 ‘환상의 정원’은 전남도 최고 정원의 반열에 오르더니, 지난해 산림청이 처음 시행한 ‘모범 도시 숲’ 가로수 부문 인증을 받았다.

‘도초도 팽나무 10리길’로도 불리는 이곳은 100년 안팎의 수령을 가진 716 그루 아름드리 팽나무들이 3.5㎞ 길이로 도열해 있고 그 아래엔 6월 초여름 수국과 금계국, 패랭이 꽃들이 피어났다.

이들 팽나무는 광양시 초남리, 고흥군 행정리·월정리, 해남군 흥촌리, 강진군 마량 등지에서 이곳으로 시집왔다.

월포천에 비친 팽나무 십리길

그 옆 월포천에 드리운 팽나무들의 반영은 환상적인 수평 데칼코마니를 만든다. 개천 변엔 튤립과 사루비아를 섞어놓은 듯한 니포피아 군락이 섬을 더욱 화사하게 빛낸다.

바로 옆 수국공원에는 더 많은 수국이 산등성이에 층층이 피어났다. 이번 도초도 수국축제는 문화·전시, 스탬프투어, 해시태그 이벤트 등이 함께 진행된다. 수국공원의 사이프러스 산책길엔 ‘느리게 걸으라’는 뜻으로, 횡단보도 무늬가 도로 턱 처럼 튀어나온 듯 그려놓은 트릭아트가 눈길을 끈다. 평면그림이다.

▶장안의 명섬= 다도해 해상국립공원과 유네스코생물권 보전지역인 도초도는 목포발 쾌속선으로 1시간, 신안 암태선착장 차도선(여객+화물)으로 40분이 걸린다. 면적은 흑산도의 3배.

고대 국제교역로 중 쉼터로, 당인들이 자기네 수도 장안(서안:시안)과 비슷한 지형이라며 ‘都草’라 불렀다. 남동쪽에 큰 산 3개가 있고, 두 개의 물줄기가 남북으로 놓여있으며, 산과 강 사이에 수많은 저수지가 있어 수초들이 많은 모양새가 지금도 시안과 비슷하다. 도초도와 이웃 비금도 처럼, 개천과 수로, 논이 많을 정도로 민물이 풍부한 섬도 드물다.

도초도 간재미탕

드라마 ‘슈룹’과 영화 ‘자산어보’ 촬영지라는 점 외에, 도초도의 또다른 매력은 간재미 탕과 무침, 낙지탕탕이, 전복죽이 기가 막히고 섬초 시금치와 천일염이 1등품이라는 점, ‘큰산’ 아래 항아리를 닮은 시목(감나무)해수욕장과 캠핑장의 정취가 고즈넉하다는 점, 천금산과 그로부터 이어진 목섬, 문바위, 아편바위 등 기암괴석 볼거리가 풍부하다는 점 등이다.

캠핑장도 갖춘 시목해수욕장

목섬·천금산·가는게 해변이 있는 서쪽, 시목해변·큰산·금성산이 있는 남쪽 해안은 바위절벽과 닿은 곳이 많으며, 동쪽은 듬성 듬성 산이 있고, 나머지 평지이다. 산이 반, 꽃밭-논-염전이 반인데, 파란만장한 지형이라 이것저것 다 갖췄다.

촬영 세트장 초당 마루 뒤편에 앉으면, 푸른 바다와 섬들이 액자의 프레임 안에 들어와 작품이 된다. 여행자들은 ‘슈룹’의 성남대군-청하 커플 혹은 ‘자산어보’에서 우정을 나누던 정약전-가거댁을 따라하며 인증샷을 찍는다.

예전에 소흑산도로 불렸던 도초면 우이도는 해안 사막이다. 동양에서 제일 큰 80m 높이의 사구와 돈목해수욕장이 유명하다.

우리도 풍성사구
비금도 이세돌 바둑기념관

▶박차고 날아오르는 비금= 도초도에서 선착장옆 서남문 대교를 북쪽방향으로 건너면, 세계 유일의 인공지능 로봇에 승리를 거둔 이세돌 기사의 고향, 비금도를 만난다.

비금서부길을 따라 하트해변 방향으로 4㎞가량 가다보면 광활한 섬내 평야 옆으로 그림산과 선왕산이 불쑥 솟아 여행자를 호위한다. 선왕산 아래 내촌마을은 비정형 납작돌의 아귀를 딱딱 맞춰 튼튼하게 쌓아올린 돌담길이 아름답다.

문화재청장은 2006년 이곳을 등록문화재로 지정하면서 ‘돌담길은 향촌마을의 아름다움과 정서를 고이 간직하고 있어, 이를 잘 가꾸어 후손들에게 넘겨주고자 문화유산으로 보존관리한다’는 팻말을 세웠다.

선왕산 능선에 국방을 위해 산성처럼 쌓은 높은 돌담 내월우실을 지나, 내리막길에 접어들면 서서히 하누넘해수욕장 즉 하트해변의 모습이 나타난다. 파도와 곶-백사장의 밀당 과정에서 차별침식되면서 하트모양이 됐다.

‘고기 잡이 나간 하누가 돌아오기를 기원하는 너미는 하누가 풍랑으로 귀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지못한 채, 매일 매일 하트를 만들며 억겁의 세월을 기다린다’는 해설사의 설명이 ‘만들어진 스토리’라는 이성적 판단을 했음에도, 자꾸만 마음이 간다. 그래서 이곳에서 인증샷을 하는 자세는 ‘우린 절대 헤어지지 않는다’이다.

큰 새가 날아가는 모습의 비금도
비금도 명사십리 천연활주로

▶백령도 같은 비금도 천연활주로= 날아가는(飛:비) 커다란 날짐승(禽:금)이 인천 앞바다를 향해 나래를 편 듯한 형상은 비금도 북쪽 해안선에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이곳은 인천 백령도처럼 차가 다니고 경비행기가 착륙할 수 있는 천연활주로 백사장, 명사십리이다. 미세 모래입자가 젖으면 백사장은 포장도로 처럼 단단해진다. 백령도 사곶해변과 크기는 비슷하지만, 비금도 명사십리는 새의 머리부분에 해당하는 곶에서 한 번 끊긴다. 비금(飛禽)하려면 머리는 있어야 하니까.

명사십리 바로 옆에는 인류의 자존심을 세워준 이세돌을 기념하기 위해, 옛 비금 대관초등학교 건물을 리모델링해 지은 바둑기념관이 있다.

퍼플마을 못지않은 촌락 미학을 자랑하는 비금도 파랑마을 용소리

퍼플섬이 보라색 마을이라면 비금도는 빨강마을-파랑마을이 혼재한다. 서쪽 내촌은 빨강마을, 동쪽 용소리는 파랑마을이다. 성치산 아래 비금동초등학교와 용소저수지를 품고 있는 파랑마을은 퍼플마을 부럽지 않은 촌락 미학을 선사한다. 비금도 최대호수 광대저수지도 가깝다.

비금도의 동남부엔 염전이 많다. 1946년 비금도 주민들이 민간 최초의 천일염전을 조성한 곳이 시조염전이다. 최근 태양열 단지를 만든다고 하자 이곳을 지켜온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인근 대동염전은 규모도 크고 보존도 잘 되어 2007년 문화재로 등록됐다.

대동염전

비금-도초는 국토의 남서쪽 끝은 지키는 가거도와 홍도, 본토와 신안군청을 잇는 교차로에 있다. 신안 1004섬 외곽의 명소를 가는 동안 그냥 지나치면서 탐구하지 못했던 곳이다.

수천명씩의 인구를 가진 두 개의 면사무소 소재지가 붙어있는 ‘바다 위 번화가’라서 다양한 매력을 품었고 외롭지도 않은 곳이라, 섬 여행자에게 재미와 안온함을 더해준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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