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직원 50%가 재택”…美 상업용 부동산 위기 심각
뉴스종합| 2023-06-13 09:48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파크55 힐튼 호텔. 힐튼 호텔은 이 호텔에 대한 대출금 지불을 중단하며 기업들의 사무실 복귀 지연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AF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코로나19 엔데믹 선언에도 미국 직장인들의 절반이 집에서 근무를 이어가면서 사무실 등 상업용 부동산이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건물 소유주들의 임대 소득 감소가 대출금 연체로 이어지면서 은행 손실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시간) 부동산 시장조사업체 CBRE의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 빅테크 기업이 몰려있는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도심 금융지구 사무실 공실률이 약 30%에 달한다고 전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샌프란시스코 시가 집계한 공실률은 6%였다. 미국 내 어떤 도시보다 낮은 공실률을 자랑하던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WP는 샌프란시스코의 공실률이 급증한 것은 팬데믹 시기 확산된 재택 및 원격 근무 트렌드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직장 데이터 업체인 캐슬 시스템즈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의 50.2%는 사무실로 돌아왔지만 지난 2월 이후 변화가 없는 상태다.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사무실 절반은 여전히 비어 있다는 얘기다.

사무실로 출근하는 직원이 사라지면서 인근 레스토랑과 상점은 줄지어 문을 닫고 있다. 이곳에서 20년 넘게 구두닦이 가판대를 운영해 온 레이첼 리미는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과 2008년 금융위기를 비롯해 많은 불황을 겪었지만 지금처럼 샌프란시스코가 유령도시처럼 변한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원격 근무로 사무실이 필요 없게 된 기업들은 소유한 빌딩을 팔거나 사옥 개발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있다. 구글은 실리콘 밸리의 심장부인 산호세에 80에이커약(약 32만3748㎡) 규모의 캠퍼스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중단했다.

미쓰비시의 MUFG 아메리카그룹은 캘리포니아 스트리트 인근의 사무실 건물을 4년 전보다 80% 저렴한 6000만달러에 SKS파트너스에 매각했다.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건물 소유주도 늘고 있다. 유니언 스퀘어의 힐튼 호텔 소유주는 지난 주 7억2500만달러의 대출금 상환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직장인들의 사무실 복귀 지연이 수익성 악화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 도시에서 가장 큰 호텔인 건물은 JP모건체이스에 반환될 예정이다.

대형 쇼핑몰 웨스트필드는 샌프란시스코 쇼핑몰에 대한 모기지론 지불을 중단하고 건물을 대출기관에 넘길 계획이다. 노드스트롬 백화점이 해당 쇼핑몰에서 철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데이터 제공업체 트렙에 따르면 올해 약 2700억달러의 상업 은행 대출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마누스 클랜시 트렙 수석 전무이사는 “지난달 사무실 연체율이 급증하면서 변곡점을 지난 것으로 보이며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사람들이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쇼핑을 하지 않으면 사무실 및 소매 상가 소유주가 임대 수입을 창출하지 못하고 대출금도 제때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이는 대출에 대한 손실 증가로 이어지고 이미 많은 문제를 겪고 있는 은행에 위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은행 등 대출기관들이 대출금 상환 지연을 이유로 건물을 한번에 압류하는 일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트레이시 해든 로 브루킹스 연구소 펠로우 연구원은 “은행 시스템을 불안정하게 만들기 때문에 은행들은 그와 같은 결정을 최대한 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에서 20년 이상 부동산 관련 업무를 해 온 제이 벡텔은 “공실률이 높은 건물을 은행이 인수하더라도 구매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도미노 효과로 인한 금융 위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소유주와 대출 조건을 재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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