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 원자력 진흥법 개정안 발의
지자체도 SMR 유치 등 본격 나서
미국·캐나다·폴란드 등 韓보다 빨라
인력난, 주민 설득, 규제 해소 등 숙제
오는 2026년께 표준설계인가(SDA) 신청이 예정된 혁신형 SMR 조감도.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 발전원 ‘소형모듈원전(SMR)’의 국가적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돼 주목된다.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간 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구체적인 SMR 건설 계획이 속속 수립되는 등 한국보다 발빠른 각국의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원전업계의 경우 고질적인 인력난과 지역주민 설득, 각종 규제 해소와 같은 난관을 초기에 극복하지 못한다면 ‘글로벌 SMR 경쟁’ 초기부터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4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2일 SMR의 개념을 법령으로 구체화하고, 연구개발과 상용화를 추진하는 기관을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원자력 진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SMR은 전기 출력 300㎿(메가와트)급 이하의 소형 원전이다. 기존 원전 대비 크기를 100분의 1 규모로 압축했지만 발전효율이 더 높다. 여기에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고, 안전성까지 강화돼 주요 친환경 에너지 중 하나로 주목받는다.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서는 그동안 학술영역과 민간 업계에서 조금씩 다르게 정의해 왔던 SMR의 개념에 대해 정식 법령을 통해 구체화되도록 규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민·관·학 협력에서 소통이 용이해지고, 여러 부처의 다양한 국책 진흥사업들이 유기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김 의원은 개정안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참여해 SMR 연구개발과 상용화를 추진하기 위한 기관을 설치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각 지자체들도 SMR 육성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창원시와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8일 SMR 산업 육성 및 지역 원자력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글로벌 SMR 설계 1위 기업인 미국의 뉴스케일파워과 손잡고 본격적인 파운드리(수탁생산)로서의 역할을 시작한 상황이다.
울진군과 GS에너지도 지난달 ‘울진 원자력수소 국가산단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 협약 주요 내용에는 뉴스케일이 국내에 설립을 추진하는 SMR의 산단 내 도입 타당성 등에 대한 검토가 포함됐다.
설립 논의가 이제 막 시작된 한국과 달리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는 SMR에 대한 구체적인 마스터 플랜이 속속 나오고 있다.
뉴스케일파워는 SMR의 상용화 시기를 오는 2029년으로 제시한다. 뉴스케일파워가 미국의 첫 SMR 프로젝트로 추진하는 CFPP(카본 프리 파워 프로젝트) 발전소가 2029년 아이다호주에서 준공되는 시기에 맞춰 상용화 시기를 정한 것이다. 이 발전소는 내년 1월까지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건설 및 운영 허가 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준비 중에 있다.
미국의 엑스에너지가 현지에 건설을 준비 중인 SMR 단지 조감도. [DL이앤씨 제공] |
또다른 SMR 설계 기업인 미국 엑스에너지 역시 지난 7일(현지시간) 글로벌 화학기업인 다우와 손잡고 텍사스 지역에 SMR을 설치하기 위한 공동개발계약(JDA)을 체결했다. 텍사스에 들어설 예정인 SMR 역시 2029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일본 히타제작소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의 합작사 GE히타치뉴클리어에너지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2028년 준공을 목표로 SMR 건설에 나섰다.
유럽에서는 폴란드의 행보가 주목된다. 폴란드는 자국 에너지 합작사인 OSGE를 앞세워 캐나다 전력회사인 OPG와 손잡고 SMR 건설 및 운영 협력에 관한 의향서(LOI)에 서명하는 등 SMR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폴란드에서 지난 5월 SMR 건설 후보 지역 7곳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SMR 건설을 찬성한다’는 답변이 응답자의 56%에 달했다. 스탈로바볼라 지역 주민의 경우 65% 달하는 높은 찬성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SMR 후발주자’로 꼽히는 한국의 경우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SMR 효과를 높이려면 인구가 많은 도심 인근에 지어져야 하지만 상당수 프로젝트가 도심과 떨어진 곳에서 진행되고 있다”면서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고질적인 업계의 인력난과 해당 지역 주민을 설득하는 과정 등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bigroo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