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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첫 날, 브루주아의 거미 조각 297억에 팔렸다 [아트바젤 2023]
라이프| 2023-06-15 03:27
VIP개막 첫 날, 2250만달러에 팔린 루이스 부르주아의 ‘거미 Ⅳ’(1996). [이한빛 기자]

[헤럴드경제(바젤)=이한빛 기자] 루이스 부르주아의 ‘거미’가 팔렸다. 금액은 2250만달러(한화 약 297억원).

세계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 인 바젤 2023은 13일 VIP개막 첫 날부터 막강한 세일즈 기록을 자랑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유통비용 증가와 미국의 글로벌 인플레이션 수출에 세계 경제가 변곡점을 지나고 있음에도 미술시장은 여전히 건재했다.

하우저앤워스 갤러리는 1996년 제작한 ‘거미 Ⅳ’가 2250만달러에 새 주인을 찾았다고 밝혔다. 거미 조각은 작가가 평생 천착해 온 주제로, 다양한 재료로 제작됐다. 한국에서도 리움이 대형 작업을 소장하고 있으며, 현재 호암미술관 한국정원인 희원에서 만날 수 있다. 이번 페어에 선보인 작업은 실내 벽에 걸 수 있는 가로 2미터, 세로 1미터 60센치의 소형작업으로, 브론즈로 만들어졌다.

마크 브레드포드의 대형회화 앞으로 아트바젤 인 바젤 2023을 찾은 관객들이 걸어가고 있다. [이한빛 기자]

하우저앤워스는 이외에도 필립 구스통의 1975년작 회화 ‘포 헤즈(Four Heads)’를 950만달러(121억원)에, 조지 콘도의 2009년 회화를 550만달러(70억원)에 판매하는데 성공했다. 영국을 대표하는 화랑인 화이트 큐브는 미국 작가인 마크 브레드포드의 대형 회화 ‘더 레스 커먼 로열니스(The Less Common Royalness)’(2014)를 450만 달러(57억원)에, 페이스 갤러리는 알렉산더 칼더의 소형 조각을 여러개 들고 나왔는데, 1976년 무제를 280만달러(35억원)에 판매한 것을 시작으로 칼더 작품 거의 대부분을 솔드아웃 시켰다.

데이비드 즈워너도 앨리스 닐의 인물화 ‘에디’(1968)를 280만달러(35억원)에 판매한 것을 시작으로 노아 데이비스, 로버트 라이만, 엘리자베스 페이튼의 작업을 모두 100만달러(13억원)이상에 판매하는데 성공했다.

쿠사마 야요이 미니 호박 조각을 선보인 데이비드 즈위너 갤러리. 부스 내 방을 따로 마련하고 4벽면을 모두 쿠사마 야요이 작업으로 채웠다. [이한빛 기자]
아트바젤 인 바젤 2023 오픈 시간을 앞두고 길게 줄을 선 VVIP 입장객들 [이한빛 기자]
VVIP도 30분 기다려 입장

전날 언리미티드에 들어가기 위해 길게 늘어섰던 줄은 본 행사인 갤러리즈 섹터 개막일인 13일에도 똑같이 재현됐다. 11시 VVIP인 ‘퍼스트 초이스’들만 입장했음에도, 대기시간만 30분이 넘게 걸렸다. 1000여명이 동시에 몰리면서 전시장도 발 디딜틈이 없이 혼잡했다. 특히 가고시안, 하우저앤워스, 데이비드 즈워너, 페이스 등 메가 갤러리 위주로 관객들이 쏠리며 일부 고가 작품 앞에는 안전요원들이 작품을 지키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너무 붐빈다’는 불만이 나왔지만, 컬렉터들은 그래도 작품을 구매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대형작업을 선보이던 언리미티드 섹터에서도 판매소식은 전해졌다.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신작인 ‘스트라이프-타워’가 250만달러(32억원)에 팔렸고, 바바라 크루거의 ‘무제(우리의 지도자)’도 130만달러(16억원)에 유럽의 재단이 소장했다. 토마스 샤이비츠의 대형 페인팅은 호주의 미술관이, 유리 키무라의 설치작업은 그리스 컬렉터가 구매했다.

한국작가와 갤러리도 선전

이우환과 박영숙 2인전으로 꾸린 갤러리현대 부스 [이한빛 기자]

서구 갤러리들의 각축장인 바젤에서 한국 갤러리와 작가들도 선전했다. 16년 만에 아트바젤 인 바젤에 재입성한 갤러리현대는 박영숙과 이우환의 2인전으로 부스를 꾸렸다. 이우환의 회화 2점을 비롯해 도예가 박영숙의 도자에 이우환이 협업한 시리즈를 대거 선보였다. 작가 2인만을 집중적으로 소개해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성공했다. 도형태 대표는 “한국작가들만으로 부스를 꾸리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우리 작가를 소개하는데 집중하려 한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기대했다.

국제갤러리는 장 미셸 오토니엘, 다니엘 보이드와 같은 해외 작가를 비롯 이우환, 박서보, 양혜규 등 한국작가를 함께 선보였다. 양혜규는 국제갤러리 외에도 독일의 바바라 바인 갤러리, 프랑스의 샹탈 크루제 갤러리에서 동시에 소개됐다. 김민정 작가도 알민 레쉬 갤러리에서 2022년작 ‘산’을 선보였다. 이배작가의 숯 평면 작업은 페로탕에서, 이우환의 작업은 페이스를 비롯한 다수의 갤러리에 함께 걸렸다.

조안 미첼 작업 앞에 선 관람객 [이한빛 기자]
서서히 바뀌는 시장 트렌드…추상회화의 귀환

올해 아트바젤 인 바젤의 갤러리즈 섹터엔 284개 화랑이 참여했다. 세계 최고·최대규모 페어인 만큼 갤러리들은 최고 퀄리티 작품으로 무장했다. 시장 트렌드가 한 눈에 드러나는 것은 덤이다. 최근 수년간 미술시장을 휩쓸었던 구상회화가 점점 추상회화에 자리를 내주고 있었다.

구상과 추상 작업을 그 양적 비중은 비슷했으나, 가격대 등 갤러리가 전략적으로 힘주어 노출시키는 작품 중에는 추상작업이 많았다. 독일 작가인 귄터 포그, 미국 작가인 션 스컬리, 미국의 대표적 추상회화 대가로 꼽히는 빌렘 드 쿠닝, 조안 미첼의 작업은 물론 젊은 작가인 자데 파도 주티미의 작업이 복수의 갤러리에서 주요하게 선보이며 달라진 시장의 흐름을 확인시켰다. 더불어 흑인 작가는 여전히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었으나, 남미나 아시아 작가에 대한 관심도 커진것도 시장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아트바젤 인 바젤은 14일까지 VIP프리뷰로 운영되며, 15일부터 18일까지는 일반관객에 공개된다.

요시토모 나라의 조각을 전면에 내세운 블룸앤 포에 갤러리 [이한빛 기자]
2023년 초 MoMA의 소장품을 AI에게 학습시킨 후, 이를 활용한 미디어작업을 선보이며 일약 유명세를 탔던 레픽 아나돌의 신작이 제프리 다이치 갤러리에 출품됐다. 작가는 미국내 기관과 협력해 인간의 뇌파를 수집한 뒤, 이를 즐거울 때(가장 왼쪽), 명상할 때(가운데), 화났을 때(가장 오른쪽)로 나누고, AI알고리즘을 이용해 시각화 했다. [이한빛 기자]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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