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도서전에 토종 토마토·유기농 와인이 등장했다?!
라이프| 2023-06-15 10:10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서울국제도서전의 모습. 이현정 기자.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국내 최대 규모의 도서 축제인 서울국제도서전이 코엑스에서 개막했다. 책과 식음료를 결합한 큐레이션 행사 등 새로운 시도와 함께 최근 출판계의 최대 화두인 AI(인공지능)에 대한 담론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다만 이 행사에 깜짝 방문한 김건희 여사 및 도서전 홍보대사를 둘러싼 잡음 등으로 인해 방문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서울국제도서전이 14일부터 18일까지 닷새 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대한출판문화협회 주최로 열린다.

이번 도서전은 그 어느 때보다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 참가사들은 36개국 530개사로 늘었다. 지난해 15개국 195개사와 비교하면 약 3배 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전면 해제된 이후 처음 열린 행사다 보니 어느 때보다 참여 열기가 뜨거웠다.

올해 주제는 ‘비인간, 인간을 넘어 인간으로 넌휴먼(nonhuman)’이다. 인간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기후 변화, 인공지능(AI)의 발달 등 현실에 당면한 문제를 살펴보자는 의미에서다.

주제 전시관에선 지구가 직면한 각종 위기와 이에 따른 대응을 다룬 책을 전시한다. ‘사라지다-저항하다-가속하다-교차하다-가능하다’ 순으로 큐레이션해 인간이 지나온 역사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준다.

책과 식음료를 결합한 큐레이션 행사도 눈에 띈다.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서울국제도서전의 모습. 이현정 기자.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서울국제도서전의 모습. 이현정 기자.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서울국제도서전의 모습. 이현정 기자.

전시홀 한 켠에 핑크색 순무 김치, 국내 유기농 포도로 만든 와인, 일제시대 이전의 토종벼부터 비건 버터, 대체육, 순종 종자 토마토까지, 평범하지 않은 식음료 부스가 마련돼 있다. 언뜻 보면 책과 관련 없는 식음료 부스들. 이는 지구의 선순환을 지켜나가는 브랜드를 소개하는 ‘기후미식’ 특별기획전이다. 기후 위기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도서전이 최초로 기획한 행사다.

이들 브랜드는 각자의 상품 뿐만 아니라 브랜드 스토리와 연관된 도서를 큐레이션 해놨다. 예를 들어, 대체육 브랜드 ‘위미트’는 ‘아무튼, 비건’과 ‘우리가 날씨다: 아침식사로 지구 구하기’를, 대체 수산물 브랜드 ‘언피스크109’는 ‘두 번째 지구는 없다’와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등을 소개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책만 소개하거나 식음료 상품만 홍보하는 방식이 아닌 기후 위기라는 주제를 매개체로 책과 식음료를 접목한 큐레이션을 택한 것이다.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서울국제도서전의 모습. 이현정 기자.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서울국제도서전의 모습. 이현정 기자.

도서전 관계자는 “기후 변화라는 주제를 연결고리 삼아 책과 식음료 유통업계가 함께 기획한 행사”라며 “행사에 참여하려는 대형 기업도 많았지만 기획 의도에 맞춰 진정성 있는 참가사를 엄선했다”고 설명했다.

도서 부스 가운데 가장 북새통을 이루는 곳은 슬램덩크 단독관이다. 도서전 첫날엔 개막 전인 오전 10시부터 슬램덩크 단독관을 방문하려는 사람들의 줄이 늘어섰다. 포토존에도 사람들이 몰렸고, 일부 책들은 조기 매진됐다. 국내에서 '슬램덩크' 단독관이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단독관에선 슬램덩크 오리지널판, 신장재편판 등을 비롯해 등장인물들의 일상을 그린 칠판 만화집까지 다양한 굿즈들을 판매한다.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서울국제도서전의 모습. 이현정 기자.

이 가운데 가장 인기 상품은 슬램덩크 28권이다. 산왕공고 멤버들이 그려진 유일한 표지이기 때문이다. 산왕공고는 원작에서 나오는 마지막 시합 상대이자 슬램덩크 극장판에서 나오는 팀이다.

대원씨아이 관계자는 “사람들이 이렇게 몰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기존 팬이었던 3040 세대 외에도 최근 극장판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으로 1020 세대들도 많이 좋아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최대 도서전에서 국내 도서가 아닌 일본 도서가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리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도서전은 오는 18일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총 예정된 프로그램만 170여개. 주제 세미나에선 챗GPT의 등장으로 화두가 된 AI가 주로 다뤄진다. ‘로봇-인간 돌봄 공동체’, ‘생성형 AI: 인간의 비인간화’, ‘비동물인간, 그 경계 밖에서’ 등을 주제로 한 강연이 대표적이다. 이들 강연은 ‘비인간’에 대한 더 깊은 논의에 초점을 둘 예정이다.

퓰리처상 수상작 ‘동조자’의 저자 비엣 타인 응우옌과 ‘작은 땅의 야수들’의 저자인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김주혜, 사회학자인 니콜라이 슐츠 등이 참여하는 행사도 열린다.

한편 도서전 개막 첫날부터 잡음이 발생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개막식에 김건희 여사가 참석했는데, 도서전에 진입하려는 일부 문화예술단체와 대통령실 경호처 경호원들과 충돌했다.

해당 문화예술단체는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시행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이었던 소설가 오정희 씨가 도서전의 홍보대사가 된 것을 두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대통령실이 개막식 주변을 봉쇄한 뒤 일반 방문객들의 참석을 원천 차단하는 등 과한 경호에 나서면서 방문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rene@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