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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바젤 재입성…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 “100억 이상 한국 작가 나와야”[인터뷰]
라이프| 2023-06-18 05:51
부스를 찾은 컬렉터들에게 작품을 설명하고 있는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사진 가운데) [이한빛 기자]

[헤럴드경제(스위스 바젤)=이한빛 기자]신이 난 표정이었다. 지난 12일, 아트바젤 인 바젤 2023의 특별 섹션인 언리미티드에서 문경원·전준호 작가의 작업 ‘미지에서 온 소식:이클립스’를 선보이고 나서 저녁 자리에서 마주 앉은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는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다수의 미술관 관장들과 디렉터들, 유명 큐레이터들의 호평에 더해 15년 만에 다시 ‘아트바젤 인 바젤’에 부스를 냈으니… 그럴 만 했다.

갤러리현대는 한국을 대표하는 화랑이지만 그간 아트바젤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프리즈 런던 등 다른 글로벌 페어에 꾸준히 참여하는 한편, 한국 작가를 해외 미술관에 프로모션하고 거기에 더해 선정 위원으로 있는 갤러리들을 설득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그렇게 15년 만에 다시 바젤에 입성했다. 도 대표는 “우리를 호의적을 보는 갤러리도 있었지만, 아닌 곳도 있었다. 오해를 풀고 하는 설득과정이 쉽지 않았다”며 “그래도 결국 메세 플라츠로 왔다”고 말했다.

갤러리즈로 부스만 낸 것이 아니라 문경원·전준호 작가는 언리미티드에, 김아영 작가는 필름섹터에까지 참가했다. 그는 “한국 작가를 세계에 알리는 것이 늘 우리의 목표였다”며 “이번 부스도 해외에 잘 알려진 해외 작가 작품을 내놓을 수도 있지만, 이우환과 박영숙 2인전으로만 꾸렸다”고 말했다. ‘우리 작가를 알리는 게 아니면 왜 굳이 이곳까지 와야 할 필요가 있나’라는 게 도 대표의 설명이다.

작가에 대한 마음은 끔찍할 정도다. 문경원과 전준호 작가가 전문 프로덕션을 통해 영화처럼 퀄리티 높은 영상을 만들고 싶다고 했을 때, 갤러리현대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작가와 갤러리의 관계가)사랑하는 사이였으면 못했다. 이미 이혼했을 것이다. 그러나 존경하니까, 지금까지 왔다”며 “솔직히 말해서, 이번 출품작을 좋은 곳에 판다고 해도 손해다. 그래도 괜찮다. 정말 존경하니까”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새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커졌다. 그럼에도 미술계에서는 여전히 한국은 변방의 작은 나라다. 도 대표는 “작품 1점에 100억원이 넘는 작가가 여러명 나와야한다”며 “내 꿈이 100억원 짜리 작품 만들어 보는 거였다”도 회고 했다. 물론 김환기의 ‘유니버스’의 경매가가 130억원이 넘어 가면서 그의 꿈이 이뤄지긴 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한국작가(의 작품) 가격은 터무니 없이 싸다”고 일갈했다. 그는 이어 “언젠간 문경원 작가의 대형 평면 작업을 100억원 이상의 가격에 팔 것”이라며 웃었다.

도 대표는 어머니인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의 뒤를 이어 2대째 화랑을 운영하고 있다. 천천히 존재감을 키워오다 갤러리가 50주년을 맞은 지난 2020년부터 전면에 나서서 활동하고 있다. 대를 이어 대형 화랑을 이끄는 2세 답게 특유의 자신감과 솔직함이 강점이다.

이튿날부터 시작된 아트바젤 VIP 프리뷰 기간엔 종일 부스에 남아 손님을 맞았다. 직원들은 돌아가며 라운지를 이용하기도 했지만, 도 대표는 의자에 앉을 시간도 없었다. 그는 “제 일이고, 또 저를 보러 오시는 분들도 계시니 괜찮다”며 “20년 이상 해외에서 한국 작가를 소개하다 보니 이제 점점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서 일까. 글로벌 미술정보 전문 플랫폼 아트시(Artsy)는 갤러리현대를 올해 아트바젤 2023 베스트부스 10에 선정했다. 이우환의 세련된 우아함과 박영숙의 장인정신이 조화가 눈길을 끈다는 평이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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