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1.3㎞ 수놓은 BTS 10년史…40만 아미, 여의도에 몰렸다 [BTS페스타]
라이프| 2023-06-18 01:27
방탄소년단(BTS)의 데뷔 10주년 ‘생일잔치’인 ‘BTS 10th 애니버서리 페스타(BTS 10th Anniversary FESTA)’의 대미를 장식하는 오프라인 축제가 17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렸다. [사진=고승희 기자]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디스 이즈 소 쿨(This is so cool).” (영국 아미 로잘린)

밤 9시 30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클럽이 열렸다. 방탄소년단(BTS)의 ‘퍼미션 투 댄스’부터 ‘쩔어’, ‘피 땀 눈물’까지…. 디제이와 함께 클럽 사운드를 입은 방탄소년단의 노래들이 흘러나오자 여의도 한강공원 라이브 플레이 존에 앉아있던 아미들은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서기 시작했다. 한여름의 열기를 온몸으로 견디면서도 ‘아미들의 축제’는 지칠 줄을 몰랐다.

방탄소년단(BTS)의 데뷔 10주년 ‘생일잔치’인 ‘BTS 10th 애니버서리 페스타(BTS 10th Anniversary FESTA)’의 대미를 장식하는 오프라인 축제가 17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렸다. 하이브에 따르면 이날 여의도 한강공원 방문자 수는 35만 명, 주변 지역으로는 5만 명이 찾아 총 40만 명의 아미가 ‘BTS 페스타’에 집결했다. 이 중 외국인 아미의 숫자는 12만 명에 달했다.

1.3㎞ 수놓은 BTS의 역사…“아침 9~10시부터 줄 서서 입장”
17일 오후 방탄소년단(BTS)의 데뷔 10주년 기념 축제(BTS 10th 애니버서리 페스타)가 열린 여의도 한강공원에 전 세계 아미(방탄소년단 팬)들이 모여 본격적인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10주년 생일파티’는 이날 오후 12시부터 시작이었으나,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는 일찌감치 현장을 찾은 팬들로 북적였다. 5호선 여의나루 역에서 내려 한강공원으로 향하는 길목부터 방탄소년단의 흔적은 시작됐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음료, 생수마다 ‘BTS 페스타’ 스티커가 붙어 있었고 “함께 걸어갈 날들 ♥ 함께 가요”라는 문구로 10주년 행사를 향하는 아미들을 맞았다.

여의도 한강공원 입구로 들어서자, 방탄소년단의 노래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구간 구간마다 스크린을 통해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 영상이 아미들을 맞았다. 방탄소년단의 맏형 진과 제이홉은 군 복무 중인 데다, 슈가는 공연차 싱가포르에, 정국은 미국 LA에 머물고 있어 이날 행사에선 ‘완전체 BTS’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모든 아쉬움을 달랠 만큼 성대하고 알찬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았다.

여의나루 역부터 민속놀이마당까지 약 1.3㎞에 달하는 한강공원은 총 A~F 구역으로 나눠 전시, 체험, 라이브 플레이가 진행됐다. 방탄소년단의 10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BTS 히스토리 월’, ‘달려라 방탄’ 무대 의상 전시존(Zone), 10주년 페스타 기념 조형물, 포토존이 마련된 ‘방탄 가족사진전’, 타투 스티커 체험 부스 등 볼거리가 많았다.

서울 잠원동에서 온 김민현(47) 씨는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아침 10시부터 와서 줄을 섰다”며 “라이브 스크린 구역은 먼저 자리를 맡는 사람이 앞에 앉을 수 있어 일찌감치 여의도를 찾았다”고 말했다. 대형 라이브 스크린이 설치된 구역에선 뙤약볕에도 돗자리를 펴고 몰려든 팬들이 많았다. 화면으로 뮤직비디오가 나올 때는 함께 춤을 추고, 영상을 찍기도 했다. ‘버터’, ‘다이너마이트’, ‘피 땀 눈물’이 나올 때 한강공원 일대는 떼창이 가득 찼다.

방탄소년단(BTS)의 데뷔 10주년 ‘생일잔치’인 ‘BTS 10th 애니버서리 페스타(BTS 10th Anniversary FESTA)’의 대미를 장식하는 오프라인 축제가 17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렸다. [사진=고승희 기자]

오후 12~5시까지 아미들에게 가장 인기를 모은 곳은 방탄소년단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지난 10년의 변화를 고스란히 담은 ‘방탄 가족사진전’에선 데뷔 무렵부터 2023년 현재까지 방탄소년단의 사진이 전시됐다. 포토존이면서 방탄소년단의 변천사를 만날 수 있어 팬들에겐 남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다. 태국에서 온 랏익한(28) 씨는 “이전 사진을 보니 정말 어리다. 방탄소년단의 데뷔 때부터 팬이었는데 이 사진들을 보니 방탄소년단과 나의 지난 10년이 함께 떠오른다”며 벅차했다.

방탄소년단(BTS)의 데뷔 10주년 ‘생일잔치’인 ‘BTS 10th 애니버서리 페스타(BTS 10th Anniversary FESTA)’의 대미를 장식하는 오프라인 축제가 17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렸다. [사진=고승희 기자]

방탄소년단의 무대 의상과 지난 10년간 한국부터 미국까지 각종 시상식을 휩쓴 트로피를 전시한 공간에서도 팬들은 지난 추억을 더듬었다. 미국 하와이에서 건너와 한국에서 1년째 살고 있는 카리나(16) 씨는 “2020년부터 방탄소년단의 팬이 됐는데, 미국 LA와 라스베이거스 콘서트도 다녀오고 서울 콘서트도 갔을 만큼 열혈 아미가 됐다”며 “어린 시절의 방탄소년단을 만날 수 있어 특히 좋았다”고 말했다.

현장엔 방탄소년단에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전 세계 모든 언어가 이곳에 있었다. “10주년 축하한다”는 메시지가 한국어는 물론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뜨거운 날씨에 탈진도…600명의 진행 요원 배치
17일 오후 방탄소년단(BTS)의 데뷔 10주년 기념 축제(BTS 10th 애니버서리 페스타)가 열린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전 세계 아미(방탄소년단 팬)들이 모여 BTS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연합]

뜨거운 날씨에 몰려든 인파는 ‘BTS 페스타’ 곳곳에 긴 줄을 만들었다. ‘인생 네 컷’과 같은 스티커 사진을 찍는 부스, 타투 체험 부스, 방탄소년단 의상 전시 부스 등엔 웬만한 기다림으로 견디기 힘든 줄이 이어졌다. 현장엔 아르바이트로 뽑은 600명의 진행 요원이 곳곳에 배치돼 질서를 유지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진행 요원은 “오후 12시 오픈이었는데도 일찍 온 팬들이 많아 1~2시간은 기본으로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날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엔 인파 밀집 중점 구역 주변으로 여섯 개의 안전관리 구역 게이트를 설치했고, 구급대원들도 곳곳에 자리해 있었다. 현장에선 뜨거운 날씨를 견디지 못하고 탈진해 구급차에서 휴식을 취하는 아미들도 나왔다.

한여름의 태양을 견디려 많은 팬들은 한강공원 곳곳의 나무 그늘 아래 돗자리를 펴고 쉬거나, 다리 아래로 모여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미국에서 온 제니(34) 씨는 “아침 10시에 와서 기다려 전시도 보고, 사진도 찍었다”며 “너무 덥고 너무 줄이 길어 나무 그늘을 찾아다니고 있다. 많이 덥긴 하지만, BTS를 위한 마음으로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요트 타고 등판한 RM의 ‘메인 이벤트’…불꽃놀이·디제잉 대미 장식
방탄소년단 RM은 BTS 페스타 오프라인 행사의 ‘메인 이벤트’인 5시, 김남준입니다’ 코너를 진행하기 위해 요트를 타고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았다. [빅히트뮤직 제공]

이날 행사의 ‘메인 이벤트’는 오후 5시에 시작됐다. 요트를 타고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은 리더 RM의 ‘오후 5시, 김남준입니다’ 코너였다. 이 프로그램은 사전 신청을 받은 3000명과 ‘아미 라운지’에서 ‘보이는 라디오’ 콘셉트로 생방송을 진행하고, 한강공원의 ‘라이브 스크린’ 구역을 통해 생중계했다.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 라이브를 통해서도 송출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카일라(28)는 “‘BTS 페스타’ 오프라인 행사를 통해 내가 잘 몰랐던 시절의 방탄소년단을 만날 수 있어 의미있었다”며 “지금 이곳에서 RM과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RM의 ‘보이는 라디오’를 통해 막내 정국과 뷔는 전화 연결로 팬들과 만났고, 싱가포르에 있는 슈가는 오후 8시 30분 불꽃놀이 직전 현지에서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슈가는 “어느덧 10주년이다. 방탄소년단이 아미와 함께 10년 동안 잘 달려왔다는 뜻인 것 같다”며 “현장에서 함께 하지 못해 아쉽지만, 마음만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17일 오후 방탄소년단(BTS)의 데뷔 10주년 기념 축제(BTS 10th 애니버서리 페스타) 불꽃쇼가 여의도 한강공원의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연합]

10주년 ‘BTS 페스타’는 마무리까지 완벽했다. “아미와 함께 하며 힘들었던 여름밤이 행복했다. 오늘 하루 만큼은 조금 더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정국의 내레이션과 함께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방탄소년단의 노래에 맞춰 30분간 이어지는 불꽃놀이는 형형색색으로 밤하늘을 물들였다. 한강공원에 위치한 지구대 경찰들도 불꽃놀이 광경을 휴대폰에 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하늘 높이 치솟다가 눈꽃처럼 떨어져 내리는 불꽃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아미들도 적지 않았다. 현장에 와서 친구가 된 40대 중년 아미 김선희 씨와 20대 MZ 아미 최윤서 씨는 “노래와 함께 쏟아지는 불꽃을 보니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들으며 위로받았던 시간들이 떠올라 마음이 울컥해졌다”며 “불꽃놀이가 끝날 때 남준이의 말처럼 ‘이놈의 세상에서 행복하자’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날 RM은 ‘보이는 라디오’를 통해 “이놈의 세상 속에서, 우리 존재 화이팅”이라는 마무리 인사를 전했다. 불꽃놀이를 마치고 라이브 스크린 구역으로 향하자 대형 화면엔 “스페셜 땡스 투. 우리의 영원한 젊음, 아미”라는 글귀가 떠올라 팬들의 함성이 쏟아졌다.

방탄소년단(BTS)의 데뷔 10주년 ‘생일잔치’인 ‘BTS 10th 애니버서리 페스타(BTS 10th Anniversary FESTA)’의 대미를 장식하는 오프라인 축제가 17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렸다. [사진=고승희 기자]

불꽃놀이는 통상 파티의 마무리이지만, ‘BTS 페스타’는 달랐다. 디제잉 파티가 시작되며, 한강공원은 난데없이 거대한 클럽으로 변신했다. 9시부터 시작된 디제잉 파티는 장장 50여분간 이어지며 무더위 속에 꾹꾹 눌러 담아둔 아미들의 댄스 본능을 깨웠다. 탈진 직전까지 갔던 ‘한낮의 더위’는 금세 잊은 채 아미봉을 손에 들고 위아래로 뛰어오르며 떼창과 떼춤이 이어졌다. 몸을 흔들며 큰 소리로 노래를 따라 부르던 열여덟 살 아미 김현지 씨는 기자에게 “휴대폰을 두고 왔다. 50분에는 가봐야 하는데 시간이 되면 알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9시 50분이 돼 시간을 알려주자, 아쉬움이 가득한 눈으로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디제잉 파티를 즐기던 영국에서 온 로잘린(23)은 “아침부터 밤까지 너무나 완벽한 하루였다”며 “불꽃놀이로 힐링하고, 디제잉 파티로 페스타가 끝나는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며 만족해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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