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인터뷰] 미 링링대학교 래리 톰슨 총장 “아티스트가 배고프다고? 최고 비즈니스·직업 기회 만들어”
라이프| 2023-06-20 10:21
사진설명: 미국 링링예술대학교 래리 톰슨 총장

“누구나 머릿속에서 상상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상상한 것을 꺼내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쳐 실질적인 결과물로 만들어야 진정한 창의성이라 할 수 있다”

지난주 한국을 방문한 래리 톰슨 미국 링링예술대학교 총장은 특히 “지난 24년간 총장직에 재임하면서 ‘아티스트는 배고프다’라는 통념을 깨뜨리는데 가장 역점을 뒀다” 면서 “아트 디자인과 컴퓨터가 접목된 창의력의 시대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장과 기회를 만들어 줬다”고 강조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새러소타에 위치한 링링대학은 명문 아트·디자인 대학으로, 기존 예술 분야에 최첨단 IT 시설을 접목해 독보적인 예술교육 영역을 선도해 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컴퓨터 애니메이션과는 미국대학 중 1~2위로 손꼽히고 있다.

졸업생들이 넷플릿스, 픽사, 폭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마블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래리 톰슨 총장은 이달 한국을 방문해 서울예대에서 ‘미래의 예술과 디자인’ 특강을 하는 등 바쁜 국내일정을 소화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1. 한국을 방문한 계기는?

링링대학교 학생 1,700명 중 한국인 유학생수가 100여명 정도 된다.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만날 시간이 여의치 않았는데, 이번에 한국 학생 및 학부모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왔다. 또 링링에 이미 합격했거나 우리 대학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위해 환영행사도 갖고 유익한 정보도 공유했다. 우리 학교는 재원의 대부분을 학술 프로그램에 투입하고 특별히 광고나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 때문에 우리 대학교가 예술과 테크놀리지 부문 미국 내 최고권위의 위상과 뛰어난 아카데미 과정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상대적으로 한국 사람들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이번에 한국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우리 대학의 우수성과 역량을 홍보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

2. 링링대학교에 대해 소개 좀 해달라

기존 아트 디자인에다 최첨단 IT를 접목한 새로운 예술교육 분야에서, 시대적 흐름을 선도하는 세계 최고 교육기관이라고 자부한다. 컴퓨터 애니메이션이나 모션디자인, 그래픽이나 게임관련 학과들은 미국 대학 랭킹에서 꾸준히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1990년 중반부터 창의적인 아트와 디자인을 위해 컴퓨터가 새로운 도구가 될 것으로 예견하고, 이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를 했다. 세계 최초로 컴퓨터 애니메이션학과를 만들어 독보적으로 발전시켰을 뿐만 아니라, 모션과 디자인을 통합해 전공과목으로 처음 만든 것도 우리 대학이었다. 또 비즈니스와 아트 디자인을 접목시켜서 새로운 학과를 만들었고, 가장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가상현실(VR)를 학과를 신설했다. 이처럼 우리 학교에 있는 대부분 학과들은 미래세대 아트와 디자인이 나가야 할 최선봉에 서서 교육 방향을 선도해왔다고 자부한다.

사진출처: 링링대학교 홈페이지

3. 기존 예술에 첨단기술을 접목시키게 된 계기는?

그것은 사실 거의 본능적인 느낌에 가까웠다. 디지털 아트시대가 열리면서 컴퓨터와 최첨단 기술이 예술과 교육 전반적인 방향을 바꿀 것이라고 직감했다. 하지만 부담과 우려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당시 최첨단 컴퓨터 시설 투자에 엄청난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실패하면 학교가 망할 수도 있는 큰 모험이자 도전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픽사나 드림웍스가 보유한 수준의 최첨단 IT 인프라를 도입했고, 미래에 투자한만큼 학교와 학생들의 비전도 따라온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특히 지난 24년간 총장직에 재임하면서 ‘아티스트는 배고프다’라는 통념을 깨뜨리는데 가장 역점을 뒀다. 디지털아트와 컴퓨터가 그런 통념을 깨뜨리는데 기여할 것으로 확신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우리 학생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시장을 만들어 줬고, 졸업생 다수가 최고의 전문성과 고소득 직업군에 종사하고 있다.

4. 총장께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인재상은?

누구나 머릿속에서 상상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상상한 것을 꺼내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쳐 실질적인 결과물로 만들어야 진정한 창의성이라 할 수 있다. 창의력의 기본은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는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가장 바람직한 인재상이다. 컴퓨터에 의존하지 않고, 남들이 하지 않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토리를 만들고 사람으로서의 능력을 최대한 보일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창의력에 있다.

여기에다 전공이 무엇이든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협업할 수 있는 소통능력과 리더십 또한 우리가 중요시 여기는 인재상이다.

5. 총장 역임기간 24년인데, 장수 재직 비결은?

리더로서 중요한 것은 공동의 목표와 방향성을 설정한 후 사람들과 충분히 공감하는 것이다. 공감대가 형성되면 교수들에게 그냥 잘하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 학교 구성원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스스로 최고의 교육 역량으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수뿐만 아니라 일반 행정이나 지원 부서에 있는 어느 누구에게나 총장실 문은 열려있다. 또한 내가 직접 이 분들에게 다가가 학교발전을 위한 좋은 아이디어나 제언 등에 대해서 많이 듣는 편이다. 지도자는 자신이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남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웃음)

6. 아트와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과 선생님, 학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과거에는 과학기술을 중요시하는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 등을 의미하는 스템(STEM)이 중요했다. 이제는 STEM에서 아트(ART)가 추가된 스팀(STEAM)의 시대다. 새로운 크리에티비티 시대에 본격적으로 들어섰고, 아트와 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이 시대의 주역이 됐다고 말할 수 있다. 과거에는 예술가가 배고픈 직업이었을지 몰라도, 이제는 전 세계 내로라 하는 굴지 기업들이 우리 학생들을 앞다퉈 경쟁적으로 채용하려는 유망 직군이 됐다.

다가올 미래에 가장 적절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leejh@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