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인도 키워 中 잡으려는 美” vs “中과 파국은 싫어”…바이든·모디 동상이몽
뉴스종합| 2023-06-21 17:00

지난 4월 1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온라인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일(현지시간) 세계 요가의날 기념식 참석을 시작으로 미국 국빈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포함한 국빈 방문은 한때 인권 침해 문제로 미국 입국 비자 발급이 거절된 외국 지도자에게 흔치 않은 예우로 여겨진다. 그만큼 미국이 인도를 중국을 견제할 전략적 파트너로 끌어들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인도가 미국의 의도대로 대중 견제의 최전선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모디 총리는 이번까지 다섯번 미국을 방문했지만 국빈방문은 처음이다. 모디 총리는 출국 직전 성명을 통해 “이번 특별 초청은 미국과 인도 간 파트너십의 활력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 역시 “인도는 인도-태평양 뿐 아니라 전세계 적으로 핵심적이고 중요한 파트너”라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방중을 계기로 완화된 미중 관계가 모디 총리의 방미로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커비 조정관은 “중국에 보내는 메시지가 아니라 인도와의 관계를 중시한다는 메시지를 인도 국민에게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방문 이면에는 미국이 중국과의 대결 최전선에 인도를 함께 세우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인도는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침략을 저지하고 자신의 이익을 주장하려는 미국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인도와 지난 4월 ‘코프 인디아(Cope India)’라는 이름의 합동 공군 훈련을 실시했다. 인도가 자체 생산한 테자스(Tejas) 전투기와 프랑스제 라팔, 러시아제 Su-30MKI 등 인도 전투기들이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와 F-15 전투기 등이 참여했다. 훈련은 과거 중국과 인도가 국경 분쟁을 벌였으며 현재도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아루나찰프라데시 주에서 고작 700㎞ 떨어진 곳에서 이뤄졌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인도 테자스 전투기가 미국 제네럴일렉트릭(GE)의 엔진을 탑재해 개량됐다는 점이다. 인도가 처음 독자 개발한 이 경전투기는 자국산 엔진 성능이 부족해 제대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없었던 상황이다. 그동안 미국은 자국 군사 기술을 타국에 공유·판매하는 데 소극적이었지만 인도와 GE 제트기 엔진의 현지 생산에 합의했다.

이러한 결정에는 인도의 러시아 무기 의존도를 낮추고 미군과 인도군이 함께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상호운용성을 높이겠다는 미국의 전략적 의도가 숨어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인도는 전체 무기의 45%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했다. 미국 주도의 안보 그룹인 쿼드(Quad)에 속한 인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 제재에 적극 동참하지 않는 것 역시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후 인도는 미 방산업체 제너럴아토믹스로부터 고고도 장거리 무인기 18대를 구입하는 등 미국산 무기 구입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인도는 히말라야 국경과 인도양에서 중국의 군사활동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협정을 맺고 있다.

그러나 인도가 미국산 무기를 일부 구입하고 군사 협력을 확대한다고 해서 미국 옆에 붙어 중국과 대적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인도와 중국 견제라는 전략적 목표를 공유하려는 미국의 시도를 ‘큰 도박(Big Bet)’에 비유했다.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성공하긴 쉽지 않다는 의미다.

포린어페어스는 “인도는 중국에 비해 상당한 약점을 가지고 있고 중국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자국의 안보가 직접적으로 위협받지 않는다면 미중 대결에 결코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도는 미국으로부터 첨단 기술을 습득해 중국과 독자적으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강대국이 되려고 하겠지만 도움을 받았다고 미국의 전우가 되야하는 의무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군과 협력을 위해 인도군이 필요로 하는 상호운용성을 충분히 갖출 수 있느냐도 문제가 된다. 인도는 자국 군대가 유엔 외의 연합 군사 작전에 참여하길 거부해왔다. 결과적으로 미군과의 작전을 위한 핵심 전력 투자를 거부해왔다. 연합 군사 훈련 역시 인도에겐 정치적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미군 외에도 프랑스 군 등 다양한 상대와 다양한 수준으로 진행된다. 반면 미군은 상대적으로 적은 파트너와 고강도의 훈련을 하길 원한다.

모디 총리 집권 이후 인도가 빠르게 민주주의 가치를 잃고 있는 만큼 적절한 동맹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 국민당(BJP)가 민족주의 성향을 강하게 띄고 종교·언론탄압을 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는 모디 총리를 비판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BBC에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가하고 반정부 시위를 진행한 대학생들을 체포하기도 했다.

이에 미국 민주당 소속 상·하원 의원 75명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모디 총리와의 회담에서 인권 문제를 거론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공유된 조직 원칙을 갖는 것은 정부가 서로를 신뢰할 수 있게 하고 따라서 지속적인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게 해 준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외교정책은 항상 현실주의와 이상주의를 결합해왔다”며 “원칙보다 이해관계의 일치를 보고 장기적인 비즈니스 파트너처럼 인도를 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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