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일본 엔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이 긴축적 통화정책을 이어가는 반면 일본은행(BOJ)는 비둘기 날갯짓을 멈출 생각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일본 엔화는 미국 달러 대비 1% 가까이 하락하며 달러당 약 143엔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이며, 연초 이후 8%가량 절하된 것이다. 스위스프랑과 유로화 대비로는 각각 1970년대 초, 2008년 이후 가장 낮다.
이 같은 엔화 가치 급락은 인플레이션과 전쟁을 벌이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과 달리 일본은행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6일 일본은행은 6월 통화정책회의 정책금리를 -0.1%로 동결하고 10년물 국채금리에 대한 수익률곡선통제(YCC) 허용 범위도 기존 ±0.5%를 유지했다.
특히 YCC정책에 따른 부작용 우려와 관련해 국채시장 기능이 2022년 12월 이후 개선됐다고 말해 YCC정책 조정 기대를 약화시켰다.
또 엔화 약세에 대해선 펀더멘털을 반영해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수준의 원론적인 언급만이 있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처럼 환율 방어를 위해 적극적으로 시장 개입에 나설 것이란 기대도 떨어뜨렸다.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6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하긴 했지만 연내 두 차례 인상 가능성을 열어 놓는 등 긴축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영국은행(BOE)은 이날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높은 0.5%포인트 인상했다. 스위스(0.25%포인트 인상), 노르웨이(0.50%포인트 인상) 등 여타 주요국들도 금리를 인상했다.
이처럼 일본은행이 다른 선택을 하는 건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통화정책 최우선이 인플레이션을 잡는 것인 반면 일본은행은 ‘잃어버린 30년’을 촉발한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해 다시는 저물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론 시장에서 긴축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경우 YCC허용 범위 상단에 대한 공격으로 국채시장이 혼란에 빠지고 일본은행의 매입부담이 커진 지난해 악몽을 재현하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지난 4월 취임 이후 줄곧 섣부른 긴축을 강하게 경계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시장은 일단 오는 26일 공개되는 6월 통화정책회의 요약본을 주목하고 있다. 현재 물가에 대한 일본은행의 판단과 YCC 정책 조정 관련 언급을 통해 향후 통화정책 스탠스를 가늠할 수 있어, 이에 따라 엔화의 앞날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1개월 만기 엔화 선물보다 3개월 만기 엔화 선물의 변동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며 시장은 오는 7월 회의보다 9월 회의에서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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