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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광주비엔날레, 판소리로 동시대 문제를 읽어낼 것”
라이프| 2023-06-26 17:56

니콜라 부리오 제 15회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이 26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비엔날레 전시 주제를 공개했다. [이한빛 기자]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공간’이다. 정치사회적 의미의 공간, 생태학적 의미의 공간을 통해 동시대 우리의 문제를 짚어낼 것이나 그 출발은 ‘판소리’다”

창설 30주년, 15번째 에디션인 광주비엔날레는 판소리를 소환한다. 니콜라 부리오 제 15회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은 26일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식당에서 간담회를 열고 비엔날레 주제와 방향에 대해 브리핑했다. 시작은 임권택의 ‘서편제’의 한 장면이었다. 30초가량 영상을 틀며 그는 판소리를 물꼬로 비엔날레를 꾸리겠다고 선언했다. “‘판’은 공적 장소, ‘소리’는 멜로디라기보다 소리 그 자체를 말한다. 판소리는 마당의 소리이고 서민의 목소리라고 알고 있다. 영화처럼 하나의 시퀀스가 이어지듯 관객들은 소리를 통해 공간의 이야기에 빠져들 것이다”

니콜라 부리오 총감독이 제시하는 공간이라는 주제는 물리적 공간과 사회정치적 의미의 공간 모두를 포함한다. 지구생태계와 같은 거시적 관점부터 사적 영역인 내밀한 공간을 바라보는 미시적 관점까지 방대한 스케일을 넘나들 예정이다. “기획단계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자기만의 방’을 봤다. 작가가 방이라는 공간을 통해 페미니즘을 드러냈듯,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공간문제로 귀결되는 이민자, 소수자문제를 이야기하고, 기후변화가 일어나는 전지구적 공간 멀티버스와 같은 시간 이론적 공간을 다룰 것이다”

질의응답하는 니콜라 부리오 감독(사진 왼쪽)과 박양우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 [이한빛 기자]

판소리의 형식도 이번 비엔날레를 구성하는 주요 축이다. 부리오 총감독은 일종의 미니 오페라인 판소리의 형식을 차용해 서사를 이어나간다. 공간이 변화되는 문제를 소리를 통해 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른바 ‘하울링’으로 익숙한 ‘라르센 효과’를 통해서는 인류가 겪고 있는 인간 공간의 문제를 짚어낸다. 인간활동으로 포화된 지구라는 공간이 주인공이다. 여러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조화를 만들어내는 ‘다성음악’은 포화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다양한 존재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함을 은유한다. 불교의 ‘옴’, 중국의 ‘기’와 같은 ‘태초의 소리’는 근원이면서 동시에 무한한 세계에 대한 작가들의 탐구를 살펴본다.

“전시는 주제와 형식의 만남이다”는 부리오 총감독은 소리가 갖는 힘에 주목한다. 특히 판소리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서사와 이야기, 이미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 공간이라는 주제를 소리로 풀어내는 이유다. 부제인 ‘21세기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소리의 풍경화)’도 이 지점에서 나왔다. “저녁에 집에 들어와 음악을 틀면 우리가 사는 공간도 바뀐다. 새는 자신이 내는 소리로 영역을 표시한다. 이처럼 소리와 대지는 늘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대안적 이슈를 풀어내는 비엔날레가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비슷비슷한 이슈를 재생산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부리오 총감독은 “전적으로 동감한다”면서도 “그럼에도 비엔날레는 하나의 기회가 되어야한다. 비엔날레를 통해 스스로 조건, 형식을 마련하고 개최하는 지역과의 연대를 고민해야한다”고 밝혔다.

박양우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는 “창설 30주년을 맞아 내년 열리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무엇보다 인류 문명사에 전위적인 담론을 발신하는 데 초점을 맞췄고 이러한 방향성 아래 예술감독을 선정했다”며 “이번 전시의 방향 또한 인류세라는 전환의 시대에 지구상 공간을 어떻게 조직해야 할 것이며, 인간이 어떻게 지속 가능한 정착을 하고 생태계를 보존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집단지성적인 화두를 던지는 비엔날레다운 전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 15회 광주비엔날레는 2024년 9월 광주 전역에서 열린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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