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명품 되팔듯 티켓 리셀로 재테크...억대 ‘대리 티켓팅’까지
라이프| 2023-06-27 11:20

“엔하이픈, 포레스텔라, 찰리 푸스, 정해인, 뮤지컬 ‘레베카’ 댈티(대리티켓팅), 취켓팅(취소표, 양도), 표이동(계옮:계정이동) 합니다. NCT드림은 마감됐어요. 첫 거래시 예약금 0.5+수고비 전액 선입. 예약 확정 후 취소 절대 불가.”

현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가장 신뢰받는 대리 티켓팅 업체들에서 올라온 글이다. 해외 팝스타부터 뮤지컬, 연극, K-팝 스타의 콘서트는 물론 팬미팅도 가리지 않고 ‘고객’이 원하는 자리를 대신 예매해준다.

대중음악 공연계의 한 관계자는 “예매까지 평균 5초 밖에 걸리지 않는 매크로 암표상이 좋은 자리를 다량 구매하기 때문에 일반 예매자들은 티켓팅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매크로 암표상이 먼저 등장했는지, ‘피켓팅’이 먼저였는지는 정확히 따지기가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티켓 예매가 어려워지며 대리 티켓팅이 성행하게 됐다는 것이다.

대리 티켓팅은 ‘신뢰’ 관계를 기반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한 번 이용해 원하는 좌석을 얻는 ‘기쁨’을 맛보면, 이 고객은 ‘대리 티켓팅’을 꾸준히 이용하는 ‘충성 고객’이 될 확률이 높다. 게다가 대리 티켓팅은 개인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예매를 진행, 콘서트 현장에서의 본인 확인 절차에서도 문제 없이 입장할 수 있다. 물론 이를 악용한 범죄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 백세희 디케이엘파트너스 변호사는 “주민등록번호를 받아 아이디 옮기기를 하거나 계정을 옮기는 경우 그로 인해 온라인 소액 대출이 발생하는 등의 크고 작은 범죄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개인간의 거래는 금지할 수 있는 명문 규정이 없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리 티켓팅의 ‘수고비’는 천차만별이다. 소소하게 2~3만원 정도의 치킨 값을 지불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소 티켓값의 두 배~수 십배 이상을 주겠다고 나서는 경우도 있다.

K-팝 그룹 스트레이 키즈의 팬으로 평소 대리 티켓팅을 자주 이용하는 박지연 씨는 “요즘 대리 티켓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비용이 너무 많이 뛰었다”며 “1~5열의 경우 웃돈으로 20만원 중반대를 더 줬으나, 현재는 50만원 이상 뛰었다”고 말했다.

‘부르는게 값’인 경우도 많다. 심지어 수백~수천 만원에 달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특히 중국 등 주머니 사정이 두둑한 해외 팬들은 팬미팅부터 음악 방송의 사전 녹화까지 대리 티켓팅을 해 알짜배기 좌석을 모두 꿰차고 있다. 국내 팬들 사이에선 해외 팬이 큰 돈을 들여 좋은 자리를 독식하는 것에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티켓팅에 성공해 되파는 것(리셀)이 재테크의 수단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도 매크로 암표상과 대리 티켓팅이 성행하며 등장한 독특한 문화다. 리셀가는 최소 100만원에서 최대 1억원 대에 달한다.

찰리 푸스, 브루노 마스 등의 공연을 주관한 김형일 라이브네이션 코리아 대표는 “명품을 재판매하듯이 콘서트 티켓도 재테크 수단으로 생각해 웃돈을 얹어 재판매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티켓 플랫폼 티켓 마스터처럼 암표 리셀을 인터파크와 같은 공식 플랫폼에서만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의 경우 음지에 있는 리셀 시장을 양지로 끌어오면서 사기 티켓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리 티켓팅이나 티켓 되팔기는 소비자들의 선택이다. 대리 티켓팅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돈을 더 지불하는 대신 티켓 예매에 투자하는 시간과 수고로움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박지연 씨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더 주고 이 사람의 능력을 사는 것이니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연계 관계자들 역시 암표와 달리 대리 티켓팅에 대해선 뾰족한 대안이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제 값을 매긴 정당한 거래가 건전한 공연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는 인식과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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