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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 “작가는 미래를 쓰는 사람…창의력은 ‘규칙적 글쓰기’서 나와”
라이프| 2023-06-28 14:51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28일 서울 중구 소재 한 식당에서 신간 ‘꿀벌의 예언’ 출판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작가는 미래에 대해 쓰는 사람이다. 현재의 뉴스가 지금의 글쓰기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노력하는 편이다. 새로운 기술을 두려워해선 안된다. AI(인공지능)는 인간을 더욱 창의적으로 만들 것이다”

한국이 사랑한 프랑스의 천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한국을 찾았다. 그의 작품이 한국어로 번역, 출간된 지 30주년을 기념해서다. 베르베르는 그간 30종의 책 57권을 쓰고, 35개 언어로 번역해 3000만부 이상 판매했다. 이번 방한 때도 그의 작품을 기다리는 국내 팬들을 위해 신간 ‘꿀벌의 예언’과 함께 찾아왔다.

베르나르는 28일 서울 중구 소재 한 식당에서 신간 출판 기자 간담회를 열고 “한국에 다시 오게 돼서 기쁘다”며 “한국의 친근하고 가족적인 분위기 덕에 한국 방문은 일이 아니라 즐거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엔 개미가 아니라 ‘꿀벌’…‘사회성 동물’ 관심 많아

그의 신간 ‘꿀벌의 예언’은 주인공 르네가 최면을 통해 꿀벌이 멸종되고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참혹한 미래를 엿본 후 고대부터 미래까지 바쁘게 오가며 문제를 해결하는 일종의 판타지 소설이다. 하지만 소설 속 지구의 미래는 한 겨울에도 43도 이상의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이상기후 탓에 식량난을 겪는 등 지금의 우리와 다르지 않아 사실적으로 느껴진다.

그가 서사의 핵심 소재로 꿀벌을 선택 한 것은 그의 초기 저서 ‘개미’ 때부터 이어 온 ‘사회성 동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때문이다. 그는 “사회조직을 구성해 그 안에서 도시와 도로를 건립하는 동물들에 늘 관심이 있었다”며 “개미보다 꿀벌이 더 흥미로운 것은 꿀벌이 만드는 것(벌꿀)을 우리가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벌들이 만든 일종의 ‘문명’을 우리가 혀로 탐험할 수 있기 때문에 꿀벌이 더 흥미롭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28일 서울 중구 소재 한 식당에서 신간 ‘꿀벌의 예언’ 출판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연합]

그는 이어 “우리가 먹는 과일과 채소의 70%가 꿀벌의 수분(受粉, 수술의 꽃가루를 암술 머리에 옮기는 일) 행위로 열매를 맺는다”며 “이렇게 고마운 꿀벌이 인간이 만든 살충제나 등검은말벌과 같은 천적 때문에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경에 보면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겠다는 약속의 땅에 대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돼 있다”며 “그 말만 봐도 꿀은 약속의 땅이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판단, 책 안에서 꿀의 방향성을 쫓아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작가는 미래의 이야기 써야…메모 습관 덕 창의력 유지”

베르베르는 코로나 팬데믹이 작품에 영향을 줬나는 질문에는 “작가는 주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직업”이라며 “현재의 뉴스가 지금의 글쓰기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노력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베르베르의 작품은 과거의 성찰보다는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주로 다뤘다. 이에 미래에 일어날 일을 작품을 통해 예측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을 정도다.

실제로 그가 2014년에 출간한 ‘제3인류’에선 조류 독감이 인간을 어떻게 파괴하는 지를 썼는데, 코로나19가 연상된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민항기가 도시를 공격하는 ‘천사들의 제국’은 미국에서 9·11테러가 일어나기 4년 전에 쓴 작품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28일 서울 중구 소재 한 식당에서 신간 ‘꿀벌의 예언’ 출판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연합]

그가 작가로서 창의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메모다. 그는 “창의력 유지하고자 늘 일어나자 마자 내 꿈을 기록하는 습관이 있다”며 “꿈은 무의식이 보낸 메시지라고 봐 꼭 해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글쓰기를 규칙적으로 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차기작은 이순신 장군에서 영감 받아

그는 최근 출판계의 화두로 떠오른 AI에 대해선 “신기술을 두려워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관점을 바꿔 (신기술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AI 수준은 이미 쓰여진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능력만 있을 뿐 미래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작업하는 소설가의 영역을 침범할 수 없다”며 “다만 서로 모방하며 그저그런 작품을 쓰는 작가들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AI 등장이 작가들을 더 독창적이고 과감한 작품을 쓰도록 해 문학의 질이 더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벌써 9번째 방한한 그에게 한국은 어떻게 보일까. 그는 “한국은 영웅적인 국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러시아나 중국, 일본 등 침략적 기질을 가진 국가들이 주변에 많지만 고유의 문화와 언어, 영성(靈性, 정신 세계)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에 그의 다음 작품 소재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왕비의 대각선’이라는 작품을 집필 중이다. 그는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는 한 인물의 이야기로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며 “한국 고유의 문화와 에너지를 발견하는 일은 항상 즐겁고 놀라운 경험”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드라마나 영화 등을 넷플릭스로 자주 본다. 그는 “‘악마를 보았다’와 ‘추격자’는 굉장히 독창적이면서도 새로운 장르라는 느낌”이라며 “한국 음식도 좋아해 파리에서도 한국 식당에서 자주 식사를 한다”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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