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초 열린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3'에서 중국 업체 하이센스(Hisense)가 110인치 8K ULED X를 전시한 모습. [김지헌 기자, 망고보드 등 합성] |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중국 TV 제조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확대 속도가 매섭다. 올해 2분기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출하량이 줄어드는 동안, 중국의 하이센스·TCL 등 출하량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기업들이 저가 공세와 중국 내수 시장 공략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내 입지를 끌어올리며, 국내 기업들의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TV 판매 시장(출하량 기준)에서 삼성전자는 800만대를 출하하며 1위 자리를 지켰지만 전년 동기보다 4.8%, 전분기보다 13% 가량 물량이 감소했다. LG전자는 전년 동기 대비 6.7%, 전분기 대비 12.3% 감소한 499만대를 기록하며 4위에 올랐다.
반면 중국기업들의 출하량이 삼성전자의 뒤를 이었다. 2위에 오른 하이센스는 전년 동기 대비 33.3%, 전분기 대비 21.2% 증가한 725만대로 삼성과의 격차를 좁혔다. 3위인 TCL도 전년 동기보다 21.6%, 전분기보다 19.7% 오른 620만대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트렌드포스는 중국의 쇼핑 대목인 ‘6·18 쇼핑 축제’ 기간 중국 브랜드들의 TV 글로벌 판매량이 예상을 크게 뛰어 넘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저가 모델이 집중돼 있는 중국 기업들의 선전이 부각됐다는 설명이다. 트렌드포스는 소비자들의 TV 수요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억제돼 있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여전히 저가 모델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기업들의 선전은 최근 들어 부쩍 부각되는 모양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TV제조업체 3곳의 글로벌 시장 출하 점유율은 29.6%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 TV 제조 출하량은 32.2%로 중국과 격차는 2.6%포인트에 그친다. TV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은 중저가 중심으로 올해 처음 점유율 30%를 돌파할 수도 있다”고 우려할 정도다.
중국 기업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선보인 첨단 TV 기술과 마케팅을 모방하며 추격 속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중국 기업들은 액정표시장치(LCD) 중심 TV 시장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 정부가 1981년 설립한 TCL은 일본 TDK 카세트 ‘카피캣’(위조품)을 제조하면서 성장하다 이제는 TV, 가전제품, 웨어러블 기기 등을 만들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TCL은 디스플레이 자회사 CSOT를 보유하며 디스플레이-TV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방식을 따른 것이다. TCL은 최근 QLED TV 신제품과 미니 LED TV를 홍보하며 판매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다만 글로벌 TV시장 점유율을 출하량이 아닌 금액 기준으로 따져보면, 국내 기업들이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분기 점유율(금액 기준) 32.1%, LG전자는 17.1%를 각각 기록했다. 두 회사를 더한 점유율은 49.2%로 절반에 가깝다.
국내 업체들은 프리미엄 TV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넓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55·65·77인치 등 3종의 OELD TV를 선보이며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LG전자도 업계 최대 규모인 97·88·83·77·65·55·48·42인치 올레드 TV로 라인업을 갖춰 시장 지배력을 높여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TV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 110인치 마이크로 LED를 출시한 데 이어 초대형 TV 시장의 성장세에 주목해 중국에서 89인치 마이크로 LED TV를 최근 출시하기로 했다.
한편 트렌드포스는 올해 2분기 전 세계 TV 출하량을 전년 동기대비 2% 증가한 4662만7000대로 집계했다. 올해 1분기와 비교해서는 7.5% 늘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성수기인 3분기에는 TV 출하량이 2분기보다 13.5% 더 늘어난 5292만대까지 확대됐다가 4분기에는 재고 조정 여파로 증가율이 4.5%로 주춤해져 5513만대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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