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패피’ 신라 공주는 레게 머리에 순금 귀걸이하고 말 타…말 장식은 귀한 비단벌레로
라이프| 2023-07-04 09:47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그간 신라의 말다래(말 탄 사람 다리에 흙이 튀지 않도록 안장 밑에 늘어뜨리는 판)는 천마총에서 발견된 자작나무 껍질(백화수피)로 만들어진 것만 잘 알려졌으나, 이번에 경주 쪽샘, 공주묘에서, 꽃잎장식 직물 말다래가 최초로 발견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공주 역시 승마에 능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주 쪽샘 지구는 4~6세기 조성한 왕실 분묘지구로, 피장자인 공주가 평소 여러 가닥으로 머리카락을 묶어 늘어뜨리는 레게(드레드:Dread)풍의 헤어스타일을 보인 점도 주목받고 있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014년부터 추진한 경주 쪽샘지구 신라고분 44호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묘)에 대한 정밀발굴을 통해 비단벌레 꽃잎장식 직물 말다래, 금동제 장신구에 사용되었던 직물, 피장자의 특이한 머리 꾸밈새 등을 새롭게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비단벌레는 딱정벌레목 비단벌레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금록색 광택이 나는 성충의 앞날개를 이용하여 각종 장식에 사용했는데, 신라 고분 중 최고 등급 무덤에서만 확인된다.

비단벌레 꽃잎장식 직물 말다래 재현품
비단벌레 꽃잎장식 직물 말다래 현장 발굴 상황

조사분석팀은 2020년 발굴조사 당시 주인공의 머리맡에 마련된 부장 공간에서 수백 점이 확인된 비단벌레 금동장식에 대한 오랜 기간의 분석‧연구 끝에 비단벌레 날개로 장식한 죽제(竹製) 직물 말다래의 일부임을 확인했다.

말다래는 대나무살을 엮어서 만든 바탕 틀(크기 80×50㎝)의 내면(마직물 1장)과 외면(마직물, 견직물 등 3장)에 직물을 덧대고 그 위에 비단벌레 날개로 만든 금동 심엽형(心葉形, 나뭇잎 모양) 장식과 금동 영락(瓔珞, 달개) 장식, 금동 대(帶) 등을 배치하였다.

꽃잎장식 직물 말다래 발굴 당시 말다래 세부 모습

심엽형 장식은 금동판에 비단벌레 딱지날개 2매를 겹쳐 올리고 그 위에 다시 금동주연대(周緣帶:둘레의 가장자리를 장식하는 금동판)를 올린 후, 실로 고정하여 제작하였다.

1점의 영락 장식에 4점의 심엽형 장식이 결합하여 꽃잎모양을 구성하였고, 이러한 꽃잎모양 50개가 말다래에 각각 부착 되어 있어 당시 찬란했던 신라 공예기술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다.

피장자 공주의 장식품들
가슴걸이

또한 2020년 금동관 주변에서는 폭 5㎝의 유기물 다발과 다발을 감싸고 있는 직물흔이 발견되었다. 분석 결과 유기물 다발은 피장자의 머리카락으로 확인되었다. 머리카락을 감싼 직물의 형태를 통해 머리카락 여러 가닥을 한 데 묶은 머리모양 꾸밈새도 추정할 수 있었다.

금동관, 금동신발, 말띠꾸미개 등 금동제품에 사용되었던 직물도 발견되었다.

금동관 내부에서는 마직물(麻織物), 견직물(絹織物) 등 다양한 직물이 확인되었고, 특히 홍색(꼭두서니 염색), 자색(자초 염색), 황색(원료 미상) 3가지의 색실을 사용한 삼색경금(고도의 기술로 최상위 계층 고분서만 발견)도 보인다.

피장자의 머리털 뭉치. 여러 가닥에 다양한 장식물이 혼재돼 있다.
금동신발

또한 금동신발에서는 가죽, 견직물, 산양털로 만든 모직물(毛織物) 등이 확인되었으며, 뚫음무늬 사이로 금직물의 색상이 드러나는 화려한 모습이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해당 직물들은 실물자료로는 최초로 확인된 것이 많아 앞으로 직물 연구사에도 중요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쪽샘 44호분은 실 발굴일수 1,350일이라는 기나긴 조사과정을 통해 돌무지덧널무덤의 전체 구조와 축조 공정을 복원할 수 있었고, 보존과학, 의류직물학, 토목공학, 지질학 등 여러 학문과 협업한 연구 성과와 이를 토대로 새로운 연구 성과가 밝혀져 더욱 의미가 있다.

관 드리개
금 귀걸이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7월 4일 오전 11시, 오후 3시 총 2회에 걸쳐 서라벌문화회관(경상북도 경주시)에서 그간의 조사 성과를 총망라하는 발굴조사 성과 시사회를 개최하며, 7월 4일부터 7월 12일까지 쪽샘유적발굴관에서 보존처리를 마친 유물을 출토 당시의 모습으로 재현하여 공개한다.

7월 4일 개최되는 발굴조사 성과 시사회에서는 발굴조사 및 융복합 연구 관련 영상과 함께 실제 유물과 재현품을 관람하고, 발굴조사 담당자에게 관련 내용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듣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문화재청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시청이 가능하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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