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서점·온라인서 다수 확인
교육부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엄단
10건 공정위·2건 경찰 수사 요청
지난 3일 서울 광화문 한 서점에서 판매 중인 수능 대비 문제집 소개문구. 수능 출제위원 경력이 있다는 점이 기재됐다. 박지영 기자 |
정부가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관련 신고 사례 일부를 경찰청과 공정거래위원회에 수사·조사 요청하며 본격적으로 칼을 빼들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대학 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 경력을 내세운 문제집이 팔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헤럴드경제가 3일 서울 종로구 대형 서점과 온라인 도서 판매 플랫폼을 살펴본 결과 ‘수능 출제위원’ 경력을 내세운 문제집 다수가 여전히 판매 중이었다. 구체적으로 교육 콘텐츠를 연구·개발하는 A사는 입시 관련 서적에 “대학 수학 능력 시험의 출제 위원이었던 B씨가 설립한 정부 공인연구소로 수능 국어 및 각종 국어 관련 교육 콘텐츠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특히 모의고사는 수능과 동일한 출제 시스템으로 개발돼 교육 중심지에서 인기를 얻고 있으며 ‘수능과 똑같은 모의고사’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적었다. A사는 최소 4개의 입시 서적에 대표 B씨의 수능 출제위원 경력을 명시했다.
A사는 지난달 20일까지 온라인 홈페이지에 대표의 수능 출제위원 경력을 내세워 홍보했다. 수능 출제 위원 경력은 8회이며 이밖에 외무고등고시, 입법고등고시 출제위원 경력도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는 홈페이지에서 출제 위원 경력 관련 내용은 지워진 상태다. A사는 이같은 평가 방식을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A사는 2022년 62억 4985만원, 2021년 49억 4872만원, 2020년 33억 6189만원 등 최근 5년간 연간 최소 2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4억 6428만원에 달한다.
수능 출제 기관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매년 수능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을 꾸리면서 ‘서약서’를 받는다. 서약서에는 출제·검토 관련 업무를 수행하면서 지문, 문항 관련 유출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은 물론 출제·검토 참여 경력을 노출하지 않겠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특히 저자 약력란이나 홈페이지 프로필 등에 수능 출제·검토 참여 경력을 노출한 경우, 노출 내용 삭제 등 조치 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조치가 완료된 날까지 불이행에 대한 책임(1일당 50만원)을 지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서약서와 별개로 현행법에 위배될 경우 별도로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출제위원·검토위원은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정부출연기관법) 제31조 비밀유지 의무를 갖는다.
다만 해당 연구소가 공정위 조사 대상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조사 사안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앞서 3일 교육부는 지난 2일까지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로 접수된 261건 의심 사례 중 10건을 공정위에 조사 요청하고 2건은 경찰청에 수사 요청했다. 접수된 의심사례는 ▷사교육 업체와 수능 출제 체제 간 유착 의심 46건 ▷끼워팔기식 교재 등 구매 강요 28건, 부조리 관련 ▷교습비 등 초과 징수 29건 ▷허위과장광고 37건 ▷기타 149건 등이다. 공정위 요청 사례는 교재 집필에 수능 출제위원이 참여했다고 홍보하거나 입시 결과에 대한 증거 없이 과장 홍보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라고 교육부는 밝혔다. 강사가 수능 출제위원을 만나고 왔다고 발언하는 등 출제위원-사교육 유착 관련 사례 등 2건에 대해 경찰청에 수사를 요청했다.
박지영 기자
park.jiye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