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7월 학평 버리는 시험” 킬러 문항 여파에 ‘학평 무용론’
뉴스종합| 2023-07-11 10:13
2024학년도 수능 대비 7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시행된 11일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아이가 7월 시험을 앞두고 별다른 준비를 안 하는 것 같길래 물어보니 ‘한참 전에 출제가 끝난 시험이라 큰 의미 없다. 힘 빼고 볼거다’라고 하더군요. 예전에는 모의고사여도 긴장을 하고 시험을 봤는데 이번에는 ‘버리는 시험’이라 생각하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 자녀를 둔 40대 학부모 A씨)

11일 인천시교육청 주관 고등학교 3학년 대상 전국 연합 학력평가(학평)가 시작됐다. 이른바 ‘킬러 문항’ 사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전국 단위 시험이지만 현장에서는 학력평가 ‘무용론’까지 흘러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킬러 문항 배제 지침이 본격화 되지 않은 시점에 만들어진 문제들이라 실제 수능과 연계성이 떨어질 것이라 예상해서다.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번 학평 문제 출제는 올해 1~2월께 출제가 완료됐다. 학평은 현직 교사들만 문제를 만들어 개학이 시작되기 전 출제를 끝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의 킬러 문항 배제 지시가 표면화된 지난 6월이 되기 한참 전이다.

지방 고3 수험생인 B씨(19)는 헤럴드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저도, 친구들도 이번 시험 결과에 크게 연연하지 말자는 분위기”라며 “올해 수능과 출제 기조가 다른데 점수가 낮다고 상심하면 공부에 지장만 갈 것 가다. 9월 모의평가가 ‘진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고3 학생 C씨(19)는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이번 학평을 최선을 다해서 볼 것”이라면서도 “킬러 문제를 제외하고 변별력을 어떻게 확보하겠다는 건지 아직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매년 실제 수능 수험생의 30%를 차지하는 재수생이 학평 시험을 치르지 않는다는 것도 학평 무용론을 키우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 치러진 2023학년도 수능의 경우 응시 수험생 44만7669명 중 재학생은 30만8284명에 불과했다. 재수생, N수생, 검정고시 합격자 등은 13만9385명이었다. 재수생과 N수생에는 상위권 학생이 포진해 있어 고3 학생의 학평 성적과 실제 수능 성적은 차이가 있다. 게다가 올해는 수능이 불확실해지면서 반수생(대학에 다니면서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N수생 변수가 더 크다.

학평 문제를 분석·활용하기도 어려워졌다. 사교육 업계는 학평 이후 통상적으로 진행하던 ‘문제 풀이’ 수업도 열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어떤 문제가 고난이도고, 킬러 문항인지 분석을 해줘야 하는데 아무래도 눈치가 보인다. 공개적으로 말하기 꺼려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6월 킬러 문항 논란 이후 별다른 가이드 라인 없이 학평이 진행되는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고3 딸을 둔 50대 학부모 D씨는 “일반계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어 자율형 사립고나 특수 목적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 비해 입시 관련 정보 싸움에서 뒤처진다”며 “킬러 문항 배제로 불확실성이 커졌는데 수능 난이도에 대한 언급도 없으니 답답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은 킬러 문항 배제 지침과 학평 무용론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은 현직 교사가 교육 과정 내에서 출제한다는 원칙을 견지해왔다”며 “논란이 됐던 킬러 문항 같은 것들은 (학평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