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카드 대니 “건강하세요” 음성… 경로우대 대상자들 “눈치 보여” vs “기분 좋아”
뉴스종합| 2023-07-25 17:13
서울 지하철역에서 시민 한 명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정목희 기자.

[헤럴드경제=정목희·박혜원 기자] “어르신이라는 말 좋아하지 않았는데…그건 빠져서 다행입니다.” (경기 의정부시 거주하는 69세 강기범씨)

“노인들한테 건강하라는 소리보다 더 기분 좋은 게 있나요.” (경기 수원시 거주 81세 이말순씨)

지하철 무임승차를 방지하기 위해 서울시에서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인 경로우대용 교통카드 ‘음성안내’ 사업 당사자인 만 65세 이상 시민들 반응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달 15일부터 경로 우대권 교통카드를 대면 개찰구에서 “어르신 건강하세요”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음성표출사업을 시범운영중이었다. 그러나 ‘어르신’이라는 단어가 거슬린다는 민원이 빗발치자 이달 7일부터 “건강하세요”만 음성 표출 중이다.

서울교통공사가 해당 사업을 한 이유는 경로 우대 대상자가 아닌 사람의 부정사용을 막기 위해서다. 헤럴드경제가 서울교통공사로부터 받은 지하철 부정승차 현황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4년간 부정승차 총 18만617건 중 경로 우대용 카드를 부정사용한 사례가 51.7%(9만3464건)로 절반이 넘는다.

부정승차 근절 방안을 고심하던 서울교통공사는 지난달 부터 서울역을 비롯해 승하차 인원이 많은 강남역, 신도림역, 광화문역, 고속터미널역 등 9곳에서 음성표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개찰구 중간에 빨간 불로 경로 대상자임을 알리던 기존 시스템에 경로우대 대상자임을 알리는 음성메시지를 더한 것이다. 이 사업으로 역무원뿐 아니라 주변 시민도 경로우대 대상자 여부를 알 수 있어 부정승차 방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서울교통공사는 보고 있다.

25일 방문한 서울역 1호선. 역사 내에선 “건강하세요”라는 소리가 연이어 들릴 때마다, 몇몇 시민들은 게이트를 뒤돌아봤다. 직접 경로우대용 교통카드를 찍은 노인은 10명 중 1명 꼴로 해당 음성을 듣고 놀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정숙임(65)씨는 “나이 먹은 것도 서러운데 광고하는 격이라 눈치 보인다”며 “그래도 어르신이라는 말 때문에 불쾌했는데 지금은 좀 낫다”고 털어놨다. 서울 중구에 거주하는 이정남(86)씨는 “음성을 들을 때마다 건강에 유의하게 될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mokiy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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