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4명 중 1명은 이민자 출신”…고숙련·전문직 이민 더 열었다 [저출산 0.7의 경고-독일편③]
뉴스종합| 2023-07-28 11:11
[헤럴드DB]

[헤럴드경제=김영철·김용훈 기자] 1990년 통일 이후 독일의 합계출산율은 계속 줄었다. 1994년에는 1.24명까지 떨어지면서 저출산·고령화가 본격화됐다. 부족한 일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고, 독일 정부는 그 해법으로 이민자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혈통을 중시하던 독일 국적법은 유연하게 바뀌었고, 고숙련 전문직 이민자를 더 많이 받기 위한 제도 개선을 지속하고 있다.

‘8430만명 정점’ 찍은 獨 인구…4명 중 1명은 ‘이민자 출신’
지난달 25일 독일 베를린 프리드리히스하인크로이츠베르크구 크로이츠베르크 시민이 유명 케밥집 앞에 줄 서 있고, 주문을 마친 이들은 거리에 앉아 음식을 즐기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김영철 기자

독일 연방내무부(BMI)와 연방노동사회부(BMAS) 등 정부 부처를 비롯해 독일 연방인구연구소(BiB), 독일건축공간연구원(BBSR) 등 연구기관이 인구반등의 이유를 물은 헤럴드경제에 내놓은 답변의 공통분모는 ‘이민자 유입’이다.

독일 연방통계청(Federal Statistical Office)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 인구는 역대 최대 수준인 약 8430만명이다. 전년 대비 110만명 늘었다. 이 가운데 이민자는 2020만명으로, 직전 년도 대비 650만명(6.5%) 늘었다. 독일 전체 인구의 24.3%를 차지한다. 독일 국민 4명 중 1명은 이민자 출신이라는 얘기다.

특히 2010년대 이후 독일 인구 증가는 난민에 대한 전폭적인 허용이 일조했다. 2015년 하반기엔 시리아내전 등으로 발생한 난민을 대거 받아들이면서 인구가 단숨에 71만7000명 증가했다. 2020년 8월 그리스 레스보스섬 난민캠프 화재로 1만명이 넘는 이주민이 갈 곳을 잃자 독일 정부는 EU 국가 중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 의사를 밝혔다.

독일은 이민자들을 자국민으로 흡수하기 위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전일제 학교’가 대표적이다. 이민자 출신 독일인이 늘어나면서 자국어 문해능력이 떨어지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실시한 게 전일제 학교를 설립한 목적이다. 독일은 2026년부터 모든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전일제 학교를 실시한다. 현재 독일 거주민 중 15% 이상이 이미 외국 태생이며, 독일에서 태어난 이민가정 자녀까지 포함하면 20% 이상을 차지한다.

적잖은 이민자가 이미 독일인으로 살아가는 만큼 이들이 독일 사회의 한 명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실제 그리스 출신의 이민자 2세인 스텔라 흐리스토풀로스(Stella Christopoulos) 씨는 자신의 정체성을 ‘독일인’으로 인식한다. 현재 베를린 미테구 이나킨더가든 원장으로 독일의 미래세대에게 돌봄과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BMI 관계자는 “독일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이민국가였다”며 “(따라서) 이민자를 통합하는 정책은 경제적 성공과 더불어 사회적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빈 일자리만 170만개…“해외 기술자 활용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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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민자들의 노동력은 독일 경제를 지탱하는 한 축이 되고 있다. BMAS에 따르면 독일 내 비어 있는 일자리는 약 170만개에 달한다. 역대 최대 규모다. 이를 채우기 위해 독일은 국내 잠재 인력 양성과 해외 숙련노동자 도입이란 두 가지 목표에 집중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해외 숙련노동자 도입을 위해 독일은 EU 국가뿐 아니라 비유럽권 출신 거주민까지 자국 데이터베이스(DB)에 잠재적인 자국의 노동력으로 인정하고 있다. 독일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을 목적으로 임시 거주권을 갖고 있는 비유럽권 노동자 35만1400명이 독일 데이터베이스 ‘외국인중앙등록부’에 등록했다. 10년 전인 2012년과 비교했을 때 3.4배(10만1900명)나 급증했다.

BMAS 관계자는 “국내 잠재 인력을 모두 활용하더라도 여전히 해외에서 숙련된 노동자를 데려올 필요가 매우 크다”며 “이들을 데려오는 것이 독일 노동 수요를 충족시키는 가장 큰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전문인력이주법’에 이어 또 개혁…해외 기술자 유입 기준 ‘확’ 낮췄다
지난 26일 독일 베를린 마우어파크(Mauerpark)에서 시민이 악기를 연주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김영철 기자

독일은 더 많은 이민자를 받기 위해 여러 차례 법을 손 봤다. 지난 2000년 독일은 국적법을 고쳐 외국인은 8년 만에 적법하게 지속적으로 독일 내에 체류하면 귀화청구권을 취득할 수 있게 했다. 이전까진 독일도 우리의 ‘한민족’ 같은 혈통을 중시했지만 혈통이 아닌 출생지를 기준으로 시민권을 부여하게 된 것이다.

나아가 2005년 이민법 시행은 독일의 이민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이후 2020년부터는 외국인들에게 체류와 취업 기회를 대폭 확대한 ‘전문인력이주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 법안의 핵심은 전문인력이 독일 내 일자리에 관련된 기존 경력을 증명하는 경우 자격증명 없이도 체류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독일연방노동청(BA)에 따르면 외국전문인력중개센터를 통해 2021년 3200명의 전문인력에게 독일 내 일자리를 제공했으며, 연 40만명의 외국 전문인력 중개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에 그치지 않고 독일 의회는 지난달 23일 전문인력이주법에 대한 개혁안을 통과했다. 이를 통해 비유럽권에 거주하는 의사, IT 전문가 등의 숙련된 기술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제도인 ‘EU 블루카드’의 발급조건에서 기존 최소 연봉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블루카드를 가진 EU 역내 외국인 취업자는 고국의 가족을 초청할 수 있고, 카드를 발급받은 지 18개월이 경과하면 다른 EU 회원국에서도 자유롭게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

포인트식으로 운영하는 ‘기회 카드(Opportunity Card)’도 이번 개혁안을 통해 새로 도입될 전망이다. 기회카드를 통해 영어나 독일어 구사능력이 있으면 가점이 부과된다. 취업이 안 된 상태여도 해당 국가에 먼저 들어온 뒤 1년 동안 구직활동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구직활동기간에는 독일에서 주 20시간 시간제 근무를 할 수도 있다.

전문인력의 경우 자신의 직종과 관련한 학위가 있어야 독일에서 취업이 가능했지만 직업훈련만 받는다면 이 외 다양한 직종에서 취업이 가능해졌다. 나아가 본국에서 인정된 자격증이나 경험 등도 독일에서 동등하게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독일에서 인력난을 겪는 직종의 경우 관련 자격증의 인정 여부와 상관없이 먼저 독일에 들어와서 8개월 동안 일을 하면서 노사 협약을 맺을 수도 있다.

BMAS 관계자는 “정보의 디지털화와 더불어 기후보호의 필요성이 노동시장에서도 중요해지면서 숙련기술자들은 더 필요해졌다”며 “동시에 향후 10년 뒤에는 은퇴자가 생산가능인구를 앞설 것으로 전망돼 이 같은 수요는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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