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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부른 폭우가 지난해 서울 강남 일대 대규모 침수를 일으킨 수도권 폭우와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손석우 서울대 기상학과 교수는 28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이런 분석을 제시하고 "지난해에도 앞으로 이런 일이 있겠느냐고 했는데 1년도 안 돼 발생한 것"이라며 "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올해 장마가 시작부터 집중 호우가 내리고 장마 기간 내내 역대급 강우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는 역대 장마철 중 비가 내린 날의 평균 일강수량 기준으로 가장 많이 내렸다"며 "비가 내리면 하루 평균 30㎜ 가까이 내렸는데 과거에는 이렇게 많이 내린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기간 집중호우는 장마전선이 없는 곳에도 발생하는 등 다양한 형태가 꾸준히 발생하는 식으로 이어졌다고 그는 설명했다.
특히 이달 13일부터 15일까지 충남과 충북, 경북 지역에 내리며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곳곳에 산사태를 일으킨 폭우는 매우 좁은 지역에 다량의 수증기가 유입되는 이른바 '대기의 강' 현상 때문으로 손 교수는 분석했다.
그는 "중국 내륙부터 긴 띠를 이루면서 극단적으로 다량의 수증기가 수송되는 대기의 강 현상이 3일 내내 발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수도권 호우와 대기 상황이 비슷하다"며 "작년은 극단적으로 많이 내리고 폭은 더 좁았고 올해는 지속해 많이 왔지만, 공간 구조나 피해 정도는 비슷했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한반도 지역에서 이번과 같은 극단적인 강우가 계속해 발생한다고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반도는 극단 호우 증가가 두드러져 동아시아 어떤 지역보다도 위험하다"며 "7년간 마른장마였다 2020년 갑자기 긴 장마가 이어지는 등 변동성은 크지만, 우상향 추세는 과학적으로도 뚜렷이 확인된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호우주의보가 유용한 제도임에도 이런 상황에서 매번 발령되다 보니 경각심이 떨어지는 것 같다며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그는 최근 기상청에서 시간당 50㎜ 혹은 3시간 누적 90㎜가 내릴 때 긴급재난문자에 활용한 '극한호우'라는 용어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실제 극한호우 수준에 대해 오해가 있을 수 있는 용어"라며 "기상청에서도 앞으로 쓰지 않으려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날 다른 재난재해 전문가들은 집중호우가 점차 빈번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빠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창삼 교수는 대비 시설을 갖추고 기존 시설을 정비하는 '구조적 대책'은 시간과 예산이 드는 만큼 지하차로 차단, 홍수위험지도, 실시간 침수 예·경보, 대피명령 등 이른바 '비구조적 대책'이라도 당장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비구조적 대책은 빨리할 수 있다"며 "이런 대책만 진행해도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외국은 수해 예산 중 예방에 70%, 복구에 30%를 쓰는데 우리는 예방에 30%, 복구에 70%를 쓴다"며 수해 총괄 기구, 방지 기획단 등을 구축하고 지방하천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최대한 정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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