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비공식작전’ 주지훈 “아랍어 배우고 살 찌우고…만반의 준비에도 첫 촬영 때 패닉”[인터뷰]
라이프| 2023-08-03 11:27
[쇼박스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첫 촬영 날 완전 패닉이 왔어요. 20분만 시간을 달라고 하고 촬영을 접었어요. 아랍어 대사를 밤새 외웠는데 하얘진 거에요. 머리로 외웠던 아랍어를 현장에서 하니 호흡이 달라지면서 머리가 백지가 되더라고요.”

배우 주지훈은 최근 서울 삼청동에서 가진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비공식작전’의 첫 촬영에서 머리가 하애졌던 기억을 상기하면서 아찔해했다.

지난 2일 개봉한 ‘비공식작전’은 외교관 이민준(하정우 분)과 현지 택시기사 김판수(주지훈 분)가 레바논에서 실종된 외교관 동료를 구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끝까지 간다’, ‘터널’ 등으로 흥행몰이한 김성훈 감독의 신작이자 ‘신과 함께’ 시리즈에서 호흡을 맞춘 하정우와 주지훈이 5년 만에 다시 뭉친 작품이다.

영화는 1986년 레바논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외교관 피랍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피랍과 생환이라는 실제 사건의 틀에서 생환 과정으로 상상력으로 그렸다. 두 주인공 모두 허구의 인물이다. 당시 전해지던 바에 따르면 레바논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영화는 알려지지 않은 그 한 명에게 김판수란 캐릭터를 씌웠다. 그리고 주지훈이 김판수의 옷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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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수는 돈벌이에 혈안이 된 현지 택시기사다. 전문적으로 승객들을 호객 행위하고 돈 가방에 눈이 뒤집혀 머리를 굴리는 사기꾼 기질이 다분한 캐릭터다. 주지훈은 이를 위해 12㎏ 정도 증량했다. 의상도 눈에 띄는 화려한 색감의 옷만 골랐다. 현지인들이 쓰지 않는 아랍 전통 모자도 썼다.

주지훈은 “당시 레바논에선 동양인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었던 시대”라며 “그가 현지에서 무시 당하지 않고 홀로 먹고 살려면 최대한 화려한 옷을 입고 덩치를 키워 눈에 잘 띄고 싶을 것 같아서 그러한 심리 상태를 표현했다”고 말했다.

극 중 능숙하게 소화한 아랍어 대사에 대해서도 “단어를 외운 게 아니라 글자의 연속을 외워서 말한 것 뿐”이라며 “언어 코치가 대사의 뉘앙스나 톤을 지적해도 이해가 전혀 가지 않았다”며 당시 고충을 털어놨다.

주지훈은 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차량 추격신을 꼽았다. 김판수가 모는 택시는 무당 단체로부터 쫓기며 좁은 골목과 경사진 계단을 거침없이 질주한다. 이 장면은 장장 8분 동안 극강의 긴장감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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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무기도 없는 민간인이 무장단체를 상대로 반격하지도 않고 드리프트 같은 것도 없이 그저 무서워서 택시 타고 도망가는 것인데, 이를 장장 8분 동안 보여주면서 긴장감과 공포를 느낄 수 있는 것은 감독의 연출력의 힘”이라며 두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판수는 영화가 전개될수록 그 역시 돈 이상의 다른 가치에 눈을 뜬다. 짠했던 사기꾼이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의인으로 바뀐다. 김판수가 단순하고 평면적인 캐릭터가 아닌 이유다. 주지훈은 이같이 입체적인 캐릭터의 연기가 가능했던 것 역시 김 감독의 연출 능력과 열정 덕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감독은 좋은 사람인 동시에 프로라는 이름에 걸맞는 감동이 있는 분”이라며 “로케이션 촬영 때 자신의 방에 책상 하나만 준비해 달라는 것이 그의 유일한 부탁인 사람”이라며 그의 열정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이어 “배우는 좋은 감독이 너무 필요하다”며 “‘대본에 쓰여져 있는 느낌을 똑같은 카메라로 찍는데 왜 결과물이 다를까’를 고민해봤는데 결론은 감독이 가진 철학에 따른 ‘낙수효과’로 결론지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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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청스러운 티키타카로 찰떡 케미를 자랑한 배우 하정우에 대해선 ‘결이 잘 맞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결이 비슷하고 워낙 서로 잘 맞아서 드라이 리허설만 하고 촬영에 들어가도 주거니 받거니가 된다”고 설명했다.

2006년 드라마 ‘궁’으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주지훈은 올해로 벌써 연기 생활 18년 차다. 그러나 연기는 할수록 어렵다는 것이 그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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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은 “예전엔 ‘연기를 해도 해도 모르겠다’는 선배들의 말이 그저 겸손함에서 나오는 말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그 말에 너무 공감한다”며 “연기를 정말 해도 해도 모르겠다”며 웃음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연기가 가장 어렵다면서도 여전히 관객들의 반응과 현장에 있는 기쁨을 소중하게 여긴다.

“‘비공식작전’이 ‘재밌다’, ‘흥미롭다’, ‘웃기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보람찰 것 같아요. 감독님이 장르적인 특성과 쾌감을 살리기 위해 많이 노력하셨어요. 상업적으로 만들기 쉬운 소재가 아님에도 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현장에 있었던 것 자체가 감사한 일입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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