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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오염수·中견제·안보협력 수위…한미일 정상회의 관전포인트
뉴스종합| 2023-08-09 10:13
윤석열 대통령이 5월 21일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계기 한미일 정상회담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환담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윤희·박상현 기자] 오는 18일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가 약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3국 정상들이 내놓을 공동성명문에 관심이 쏠린다. 한미일 정상들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3국간 안보협력 수위를 크게 높이는 것을 주요 의제로 다룰 전망인 가운데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對)중국 견제 움직임 등도 대화 테이블에 오를지 주목된다.

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3국 정상회의 개최 취지에 맞는 적절한 문서를 발표하는 방안을 놓고 현재 실무협의를 진행 중이다. 한미일 정상이 다자회의 계기가 아닌 북핵 대응만을 위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인 만큼, 공동성명 역시 진전된 전방위 협력 방안 등을 담을 것으로 기대된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크게 3가지다. 우선, 최근 일본 정부가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거듭 설명할 것이라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실제 논의가 이뤄질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이다. 특히, 일본 정부가 공동성명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지지와 관련 내용을 넣으려 한다는 일본 보도까지 나온 상태다. 일본 언론은 일본 정부가 한미일 정상회의 이후인 8월말 오염수 방류를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제 공동성명에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된 내용을 명시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태형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루는 것 자체가 3국 정상회의의 논점을 흐릴 수 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강조하거나 논의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며 “다룬다 해도 국제기준상 크게 문제가 없다는 원론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리투아니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계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

이지평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과 특임교수도 “일본 쪽은 원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우리 국민들의 여론도 있으니 조금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인 듯 하다”며 “공동성명에 ‘(오염수 방류를) 지지한다’라고 명시하기는 어려울 듯하다”고 했다.

앞서 대통령실 역시 전날 해당 보도에 대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일본 정부의 의중이 있을 수 있어도 정부 간 협의채널에서 공식 논의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했다.

다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한미일 정상회의와 별도로 열릴 한미, 한일 개별 양자회담에서 오염수 문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 경우 지난달 리투아니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요청한 한국 전문가 참여, 방류 모니터링 정보 실시간 공유, 방사성 물질 농도 기준치 초과시 즉각 방류 중단 등에 대한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한일 정부간 실무협의에서는 상당한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한덕수 국무총리와 입장하고 있다. [연합]

북핵 위협을 고리로 한 3국간 안보협력 강화가 대중국 견제 움직임으로 이어질지 여부도 관심이다.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에서는 대만해협 문제 등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안보 관련 사안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한미일 정상회의 계기서 발표한 ‘프놈펜 선언’ 당시보다 강화된 중국 견제 메시지가 나올 경우 중국과의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중국은 관영 환구시보를 통해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가 3국 간 군사협력 체제 구축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견제구를 던진 상태다. 미국 역시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대통령 사용 권한(PDA)’ 예산으로 대만에 군 장비와 용역, 훈련 등 군사 지원을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동성명에서의 대중 견제 메시지는 적정 수위를 지킬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난해 11월 ‘프놈펜 선언’의 많은 부분이 중국 견제에 초점이 맞춰져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여전히 한국 정부가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인 만큼 (프놈펜 선언과) 비슷한 수준이 되지 않을까 한다”며 “한미일이 모여 협력을 강화한다는 것 자체가 북한 입장에서는 중국을 더 끌어들일 동력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중국 견제 메시지는 적정 수위를 유지할 것”이라며 “미중 관계가 디커플링(탈동조화)에서 디리스킹(위험제거)으로 가는 상황에서 완전히 강력한 대중 압박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북핵 위협에 대한 3국 안보협력 강화는 사이버 분야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관측이다. 정상간 핫라인을 설치하고 한미일 3국 정상회의를 연 1회 정례화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3국 간 안보협력을 ‘동북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이다.

박 교수는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탐지요격 식별의 훈련의 정례화, 대잠수함 훈련의 정례화 등과 함께 사이버 공간에서 북한 IT기술자들의 불법 취업, 암호화폐 해킹 등을 막기 위한 철저한 공조 등이 나올 수 있다”며 “사이버영역 제재는 사실상 김정은의 통치자금을 막는 것으로 북한에게 굉장히 치명적”이라고 했다.

조 연구위원도 “이번 정상회의의 가장 큰 의미는 한미일 협력체제 강화로 3국이 별도로 만난다는 것 자체에 큰 의의가 있다”며 “북한을 실질적으로 아프게 하기 위해서는 사이버범죄를 막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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