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5급 사무관 A씨가 담임 교사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진 편지. [초등교사노조 제공]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교육부 5급 사무관이 아동학대 혐의로 담임 교사를 신고해 직위 해제 처분을 받게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사건을 공론화한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초등교사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교사를 대상으로 한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막기 위한 법 개정을 요구했다.
해당 교육부 사무관 A씨는 ‘왕의 디엔에이(DNA)가 있는 아이이기 때문에 좋게 돌려서 말하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초등교사노조는 이날 오전 10시 30분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0월 세종시의 한 학교에서 3학년 담임교사 (B씨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했다. 세종시교육청은 교사에게 직위해제 처분을 내렸다”며 “이후 법은 선생님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 약 4개월 동안 선생님은 경찰서와 법원을 다니며 지옥같은 삶을 살아야 했다”고 말했다.
초등교사노조에 따르면 지난 2월 경찰은 ‘혐의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 또한 지난 5월 ‘혐의 없음’을 이유로 B씨를 불기소했다. B씨는 경찰 의견을 바탕으로 2월 교원 소청심사위원회에 직위해제 처분 취소를 청구했고 복직됐다.
사건은 지난해 10월 도서관 이동수업을 계기로 발생했다. 초등교사노조에 따르면 당시 학생 C군이 이동수업을 거부해 교실에 남게 됐는데 A씨가 학생을 교실에 혼자 두어 ‘방임’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B씨가 학생 교우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학급 학생들 사이에서 받아두었던 C군에 관한 글을 학부모용 앱(애플리케이션)에 2시간 가량 올렸는데 이를 두고 따돌림 조장, 정서적 아동학대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초등교사노조에 따르면 2가지 이유로 A씨는 B씨를 아동학대로 신고했으며 다음 날 담임교체, 한달 후 직위 해제 처분이 진행됐다.
학교는 6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고 진상 조사에 들어갔다. 초등교사노조는 “교보위 결정서를 보면 학부모는 교사가 아동학대를 했다고 주장하며 학교장, 교감, 교육청을 상대로 피해 교사의 직위를 해제하지 않으면 언론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악성민원 및 갑질”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체된 담임교사에게도 공직자 통합 메일로 교육활동 내용, 학생들 행동 변화를 매일 기록해 보내달라고 했다. ‘왕의 유전자를 가진 자신의 자녀를 특별히 대해 달라’고 요구했다.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한 것”이라고 했다.
초등교사노조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초등교사노조는 “교사의 교육관이 학부모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신고가 악용되고 있다. 학부모가 동의하면 훈육이오 아니면 아동학대”라며 “교사의 교육활동과 생활지도가 아동학대로 둔갑하지 않게 조속히 개정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해당 사안과 관련해 조사반을 편성하고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A씨가 근무 중인 대전광역시교육청에 관련자에 대한 조사개시를 통보하고, 직위해제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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