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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장관 ‘이첩보류 지시’ 진짜 이유는?
뉴스종합| 2023-08-11 16:05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청원하며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거부한 가운데 이종섭 장관이 수사결과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한 진짜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박 전 수사단장이 11일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오상현 기자]

[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이종섭 국방부장관이 해병대사령관을 통해 고(故)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 조사결과의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방부는 이첩보류와 관련한 언론의 보도가 집중된 이후 줄곧 “이 장관이 ‘초급간부’도 혐의를 적용해야 되는 지” 확인했다는 입장이고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국방부는 초급간부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박 전 수사단장은 11일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방부에서 초급 간부들에게도 혐의를 적용한 것을 문제 삼아 이첩을 보류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국방부에서는 초급간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국방부 장관 보고 시 “국방부 장관은 ‘사단장도 처벌받아야 하나’라고 질문했으며 초급 간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방부는 어느 순간 언론에 나온 내용을 보고 초급간부를 언급하고 있다”며 “처음부터 그럼 마음이었으면 우리 장병들이 그런 위험한 물가에 가는데 구명조끼는 둘째치고, 안전로프라도 구비했어야 하지 않았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휘부가 장병을 대하는 태도가 수단이나 도구가 아니라 내 자식 같고 정말 전우처럼 여기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박 전 수사단장의 주장을 정면반박했다.

이 장관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사단장도 처벌받아야 하나”라는 질문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은 초급 간부들에게도 죄가 있느냐고 물었고, 수사단장이 혐의가 있다고 답했다”며 “혐의가 있다고 답변한 취지는 가장 위험한 곳에 간부들이 위치하라는 지시가 있었는데 물속에서 대형이 무너지면서 초급간부들이 가장 위험한 곳이 아닌 강 중간에 있었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에 수사 결과를 보고했는지에 대해서 박 전 수사단장은 지난달 30일 해병대사령부 정책실장으로부터 “대통령실 안보실에서 수사 결과보고서를 보내라고 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안 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전화해 수사서류를 보낼 수 없다면 언론브리핑자료라도 보내주라고 지시해 어쩔 수 없이 다음 날 언론에 브리핑할 예정이었던 자료를 안보실 김모 대령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박 전 수사단장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의 통화를 외압으로 느꼈다고 토로했다.

지난 1일 오전 9시 43분, 유 법무관리관과 한 통화에서 “법무관리관이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혐의를) 한정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통화는 박 전 수사단장이 이종섭 국방장관에게 기초수사 결과를 보고해 결재받고, 이어 언론 브리핑을 위해 만든 자료를 국가안보실에 보낸 지 이틀이 지난 시점에 이뤄졌다.

박 전 수사단장은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직접 물에 들어가라고 한 대대장 이하를 말하는 것이냐”라고 물었고 법무관리관은 “그렇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에 박 전 수사단장은 “그것은 협의의 과실로 보는 것이다. 나는 사단장과 여단장도 사망의 과실이 있다고 보고 광의로 과실 범위를 판단했다”며 “어차피 수사권은 경찰에 있으니 경찰에서 수사해 최종 판단하면 될 것 아니냐”고 했다고 말했다.

또 유 법무관리관에게 “지금 하신 말씀은 외압으로 느낀다. 제삼자가 들으면 뭐라 생각하겠나. 이런 이야기는 매우 위험하다. 조심해서 발언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수사 축소 외압을 느꼈다는 박 전 수사단장의 주장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그것은 그 분의 해석”이라며 “법무관리관의 답변은 원칙을 설명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국방부 관계자는 유 법무관리관이 박 전 수사단장과의 통화에서 ‘죄명을 빼라, 혐의자 및 혐의사실을 빼라’고 했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법무관리관이 “죄명을 빼고 사실관계만 적시하거나 공문 처리해서 기록만 넘기는 등 이첩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라고는 말했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전했다.

legend19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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