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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원래 은행 영업점에서 고객 1인당 증권 계좌를 두 개까지 만들 수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직원들이 실적을 위해 임의로 계좌 수를 채우는 일이 발생한 것 같습니다. 증권 계좌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나서는 1인당 1좌로 제한하는 조취를 취했습니다”(대구은행 관계자)
‘청약 달성률 15.3%, ISA 달성률 29.6%, 적립식 달성률 39.6%’(한 시중은행의 영업점 내 실적공유 내용)
은행에서 각종 횡령 사고와 은행원들의 불법 일탈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비이자이익 증대’ 압박이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은행원들의 불법 영업관행을 부추기는 실적 만능주의 등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직원들이 겪는 실적 압박이 내부통제 부실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원들 사이에는 비이자수익 증대를 위한 영업 압박이 이뤄지고 있다. 은행권이 대출을 많이 팔며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각종 상품의 수수료이익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대구은행에서 실적을 채우기 위해 고객에게 확인되지 않은 증권계좌를 임의로 개설하는 부정행위가 일어난 데 대해서도 실적압박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은행 측은 “실적을 위한 지침이나 권유는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고객 1인당 증권 계좌를 두 개까지 개설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해 직원이 임의로 계좌를 늘리는 영업행위가 적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시중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한 시중은행의 영업점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은 “운용 수수료를 벌 수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나 1명당 7700원씩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청약통장에 대한 영업 압박을 받는 편”이라며 “정기예금은 실적에 포함이 되지도 않으니 적금이나 ISA 납입으로 권유하라고 직접적으로 오더가 떨어지는 게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아울러 실적을 만능으로 여기는 은행권의 관행 역시 문제라는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영업 경쟁을 통한 성과가 가장 우선순위로 고려되면서 은행원이 가져야 할 윤리의식이나 업무에 대한 내부통제가 뒷순으로 밀렸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민은행이나 경남은행에서 은행원의 불법 일탈로 이뤄진 수백억원 규모의 부당이익 편취 및 횡령 사태를 두고 하는 얘기다.
금융권에선 이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19년 대규모 손실로 금융권에 충격을 안겨줬던 주요 해외금리연계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역시 당시 비이자에서 수익을 얻으려던 은행의 과한 영업경쟁에서 비롯됐다.
당시 은행원들이 위험 상품을 판매한 게 비이자수익을 강조하는 성과지표(KPI)에서 비롯됐다는 원인 분석도 함께 나왔다. 그러면서 은행은 무리한 성과주의를 추구하지 않는 방향으로 대부분 KPI를 손질했다. 비이자부문은 지표를 폐지하거나 축소하고 대신 고객만족도 부문의 비중을 강화한 것이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다시 비이자 부문을 확대하기 위한 성과 압박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KPI는 수익성·건전성·정책지표를 큰 축으로 반기마다 계속 바뀌고 미세한 조정이 이뤄진다”며 “지난 2020년 비이자이익이 지표에서 제외됐다고 하더라도 수익성에 대한 평가 기준은 계속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같은 문제의 반복을 막기 위해선 결국 내부통제 강화를 통한 균형점을 찾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회사 임원별로 내부통제 책임을 배분한 ‘책무구조도’를 도입하고, 문제가 터졌을 때 책임을 지게 하는 제도의 신속한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 교수는 “이자든 수수료든 결국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 하에서 영업이 이뤄져야 한다”며 “당국의 개선안이 속도감 있게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대출 수요에 대응해 이자 수익을 내고 있는 은행에 대한 비판이 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시장을 거스르는 당국의 지나친 개입이 오히려 은행 경영에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 교수는 “은행이 이자 수익을 올리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비이자수익이라는 건 채권, 부동산 등을 사거나 수수료 장사밖에 없는데 이는 리스크가 따라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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