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순수하고 무해한, 성인판 ‘소나기’
라이프| 2023-08-16 11:19
유해진 김희선 주연 영화 ‘달짝지근해’의 한 장면 [마인드마크 제공]

달달하고 순수하다. 불혹이 넘은 나이에 누군가를 이토록 순수하게 사랑할 수 있을까. 코믹 로맨스 영화 ‘달짝지근해: 7510’ 이야기다.

15일 개봉한 영화 ‘달짝지근해’는 ‘연애 젬병’인 치호(유해진 분)와 고등학생 딸을 홀로 키우는 일영(김희선 분)의 달달하고 순수한 사랑을 그린다. 영화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증인’ 등으로 이름을 알린 이한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 제목의 숫자 ‘7510’은 치호와 일영의 이름에서 딴 것이다.

치호는 천재적인 제과 연구원이다. 남다른 미각으로 대중을 사로잡는 과자를 내놓으며 회사 내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직원이다. 그러나 현실 감각이나 사교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사람은 그의 형(차인표 분) 뿐이다. 연애도 한 번 해보지 못한 소위 ‘모태 솔로’다.

반면 일영은 활달한 사교성과 긍정적인 마인드를 탑재했다. 미혼모로서 아이를 키우지만 얼굴에 근심 하나 없다. 일영은 대출심사 회사 콜센터 직원로 일한다.

일영은 대출을 받으러 온 치호의 귀여운 모습에 반한다. 그러나 치호는 눈길 한 번 주지 않는다. 일영은 치호에게 ‘카풀’ 대신 밥을 같이 먹는 ‘밥풀’을 하자고 제안하고, 둘은 서서히 가까워진다.

둘의 공통점은 순수함이다. 치호의 아재 개그에 일영은 깔깔 넘어가고, 김밥천국의 김밥 한 줄을 놓고 데이트해도 그 누구보다 행복하다.

가족 역시 그들의 공통점이다. 각자에게 책임져야 하는 가족이 있다. 안타깝게도 이는 둘의 풋풋한 사랑의 장애물이 된다.

영화는 순수한 사랑을 코믹스럽게 풀어낸다. 영화 내내 미소를 짓게 하다가도 배 아프게 웃게 한다. 여기에 상대방의 모습 그대로 사랑해주는 것이 진짜 사랑이라는 따뜻한 메시지도 담는다.

영화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두 배우의 케미다. 로맨틱 코미디에 처음 도전하는 유해진은 치호 그 자체로 분한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설렘에 어쩔 줄 몰라하는 순수함을 보여주면서도 가만히 서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웃긴 캐릭터다. 20여 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김희선 역시 밝고 순수한 에너지로 무장해 영화의 따뜻함을 더해준다.

유해진은 영화를 성인 버전의 ‘소나기’라고 표현했다. 그는 최근 헤럴드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어떻게 하면 손을 잡아볼까’ 하면서 느끼는 떨림이나 연인과 헤어지기 싫은 마음 등 어른들의 풋풋한 모습이 그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촬영하면서 옛날의 순수한 사랑의 기억을 기억나게 해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김희선은 “어른들도 이렇게 설레고 몽글하고 풋풋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영화”라며 “해진 씨가 치호를 맡았기 때문에 새로운 캐릭터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관객의 입장에서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상처 받은 두 남녀가 갈등을 겪고 이를 따뜻하게 보듬는 스토리에 관객으로서 감동을 받아 몰입했던 기억이 있다”며 “삐뚤어진 눈이 아닌 있는 그대로 주인공들을 보면 아마도 공감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명 배우들의 깜짝 출연도 재미를 더한다. 같은 날 개봉하는 영화 ‘보호자’의 감독 겸 주연인 정우성을 비롯해 임시완, 고아성 등 이 감독과 인연 있는 배우들이 카메오로 출연해 웃음을 안겨준다. 이현정 기자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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