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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알’ 피프티 피프티편, 뭘 바로잡아야 할까[서병기 콘텐츠톡톡]
라이프| 2023-08-21 17:02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지난 19일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의 전속계약 분쟁 사태를 다룬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빌보드와 걸그룹-누가 날개를 꺾었나?’편이 균형감을 잃었다는 반응이 나오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피프티 피피트 사태는 엄밀한 취재를 바탕으로 사안을 바라봐야 한다. 하지만 ‘그알’팀은 취재를 반 정도만 한 듯하다. 프로듀서가 이가 아파서 인터뷰를 할 수 없었고, 대표는 인터뷰를 원치 않아 취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등 사정은 알겠지만 취재가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방송에 내보내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기억될듯 싶다. 취재를 못했으면, 좀 더 시간을 기다려 보충취재를 한후 방송을 해야 했다.

더구나 피프티 피프티 사태는 현재 법정에 가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한 쪽에 치우치거나 한 쪽의 입장을 과하게 대변한다면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의도를 의심받을 수 있다.

소속사 어트랙트(대표 전홍준), 외주 용역사 더기버스(안성일 프로듀서), 피프티 피프티 멤버측, 이 세 파트의 입장이 서로 충돌하고 있어, 균형감이 생명이다.

하지만 ‘그알’팀은 취재에 가장 협조한 멤버들측의 인터뷰 위주로 아이템을 구성했다. 대표적인 취재 편의주의다. 멤버들의 변호사와 가족과 팬클럽 회장 인터뷰까지 상세하게 방송에 나갔다.

멤버들의 가족 얘기를 들어보면. 감시가 삼엄한 통제생활을 한 듯한 느낌도 났다. “대표이사는 애초에 아이들한테 관심도 없었어요. 월말 평가에 오지도 않았어요”라는 인터뷰도 나갔다.

방송이 나간후 전홍준 어트랙트 대표는 다른 매체에 “월말평가에 한번도 빠진 적이 없다. 내가 없으면 월말평가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팬클럽 회장 인터뷰는 특별한 주제가 아니고서는 방송에 내보내지 않는게 맞다. 팬클럽 회원은 멤버들 편이다. 이미 균형감각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물론 피프티 피프티 측이 ‘배신돌’과 ‘통수돌’로 낙인이 찍힌 것에 대한 해명을 위해 친필 편지를 통해 “루머로 지치고 힘든 게 사실이지만 응원해주는 분에게 보답하고자 꿋꿋이 버텨내리라고 다짐하고 있다”는 내용의 방송을 내보려고자 하는 의도는 이해가 되지만 제작진은 그럴수록 그 사이에서 균형감을 지켜야 했다.

피프트 피프티 측의 의견은 지나칠 정도로 상세하게 전한 대신 소속사 전홍준 대표는 “부모나 애들이 전문가 두 명한테 가스라이팅을 당했어요. 완벽하게 가스라이팅을 당했다고 난 생각을 해요”라는 입장만 전해주었다. 더기버스측도 이사를 통해 “외부 세력, 가스라이팅, 탬퍼링(멤버 빼돌리기). 다 저희가 아니라고 말씀드리는 부분이고, 그럴 필요도 없고요”라는 말 정도로 내보냈다. ‘그알’의 이번 방송이 편파적이라는 반응이 나오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피프티 피프티가 ‘큐피드’를 통해 올린 글로벌 성과는 대형팬덤의 화력에 힘입지 않고, 전세계 K팝 팬들의 귀를 자연스럽게 사로잡아 지속력을 가지고 있다. K팝의 해외 진출 채널중 연구할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사례다.

그럼에도 ‘그알’은 “걸그룹 노래가 데뷔부터 빌보드 차트에서 성공했던 건 유례없던 일이다. SM, YG, 하이브, JYP 같은 대형 연예기획사도 아닌데, 갑자기 튀어나와서 세계 걸그룹들의 법칙을 완전히 깨버렸다”는 K팝 저널리스트 제프 벤자민의 인터뷰를 전하고서는, 피프티 피프티를 그냥 불공정계약의 피해자라고 결론내리는 우를 범했다.

이해가 상충되는 세 파트를 열심히 취재해야 피프티피프티의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이 타당한지에 대해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 단편적인 취재로 불공정계약으로 이름 없이 사라져간 수많은 아이돌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던 게 사실이라는 식의 엔딩은 공허하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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