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급식업계, 대기업 구내식당에 ‘수산물 식사’ 늘린다
뉴스종합| 2023-08-30 11:12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수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한 수협-급식업체 간 상생협력 협약식이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인한 수산물 소비 감소 우려에 당정은 급식업계에 수산물 메뉴 확대를 요구했다. 이에 삼성그룹·CJ그룹을 비롯한 국내 대기업 구내식당 메뉴에 수산물 비중이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초중고 학교급식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28일부터 일주일 동안 용산 대통령실 구내식당에서 우리 수산물을 이용한 메뉴가 제공되는 가운데, 이 같은 조치를 민간 차원으로 확대하려는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30일 국민의힘 ‘우리 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와 해양수산부, 수협중앙회는 국회에서 급식업체를 직접 만나 ’우리 수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한 상생협력 협약‘을 맺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금 우리 수산업계는 경험하지 못했던 상황 속에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며 “특정 세력이 만들어낸 거짓과 불안감으로 인해 수산물 소비가 급감했다”고 말했다.

다만 윤 원내대표는 “우리 수산물은 다 안전하다”라면서도 “아이들 식탁인 학교 급식은 (수산물 비중 확대 대상에서) 제외했다. 부모들의 혹시 모를 불안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노동진 수협중앙회장도 “일본 후쿠시마 처리수(일본명)와 수산물은 아무 문제가 없다”며 “ ‘문제없는 수산물’을 인식해서 원래 자리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급식업계에서 이동훈 풀무원푸드앤컬처 대표, 김헌 삼성웰스토리 부사장, 박선호 CJ프레시웨이 부사장, 원정훈 신세계푸드 상무, 장성호 아워홈 전무 등이 참석했다. 다만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일정 문제로 참석하지 않았다.

급식업계는 당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고객사 요청에 따라 대량 조리를 해야 하는 특성으로 인해 세부적인 실행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우선 급식업계는 수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해 이 같은 논의에 동참하는 분위기이다. 풀무원푸드앤컬처, 삼성웰스토리, CJ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아워홈 등 주요 급식업체들은 정부의 협조 요청에 따라 납품 메뉴에 수산물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날 협약식에서 급식업계를 대표해 발언한 이동훈 대표도 “다양한 조리법, 소스 메뉴 등에 집중해서 소비자가 식사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이동훈 대표는 “소비자의 심리 상태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수산물 인증 제도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 수협에서 노력해 가격 안정화에도 집중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급식업계는 단체급식에서 수산물 메뉴 활용도가 기본적으로 낮다는 점을 고민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단체급식 기존 메뉴 중 수산물 비중은 10% 내외이다. 해산물 메뉴의 선호도가 육류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수산물은 조리가 쉽지 않다는 인식이 있다. 급식업계 관계자는 “제육 등 볶음용 육류 반찬이 많은 이유 중 하나가 고기와 양념을 볶기만 하면 메뉴가 완성되는 조리의 간편성”이라며 “일부 수산물은 손질이나 조리원 업무 특성상 부담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급식은 메뉴 편성 주도권이 고객사에 있어 업체들이 주도적으로 수산물 메뉴 확대를 시도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단체급식업은 고객사의 요청에 의해 급식을 공급하는 B2B(기업간 거래) 사업으로 보통 1~2년 단위로 계약을 한 후 고객사의 희망사항 등을 반영해 영양사가 메뉴를 계획한다.

고객사가 요청할 경우 메뉴 확대는 좀 더 수월하다. 22일 HD현대가 수협중앙회·현대그린푸드와 수산물 활용 메뉴를 늘리기로 한 업무 협약의 경우도 고객사인 HD현대의 결정이 먼저 있었다. 식수인원이 하루 5만5000명인 HD현대는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 어민들을 돕고자 우럭과 전복 소비를 연말까지 약 100t을 소비할 예정이다.

급식업계 관계자는 “저희는 주고 싶은 걸 주는 게 아니라 고객이 달라는 걸 줘야 하는 입장”이라 고 했다.

이정아·김희량·홍태화 기자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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