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생필품 아니면 안산다”...디플레 마주한 中 소비 꽁꽁 얼었다
뉴스종합| 2023-08-30 15:04
중국 소비자들이 주택, 자동차, 여행 등 구매를 미루고 있다. 사진은 중국 최대 은행인 중국공상은행[EPA]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중국 소비자들이 갈수록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과 증시 부진, 역대 최악의 청년 실업률 등이 소비 욕구를 꺾으면서 필수 품목이 아니면 지출을 최소화하는 소비 형태가 확산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 보도했다.

중국 동부 안후이성의 한 국영 기업에 근무하는 25세 남성은 “200달러짜리 에스케이투(SK-II) 화장품 세트를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사서 여자친구에게 선물하곤 했지만 지금은 못한다”고 FT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부동산, 자동차 등 몫돈이 들어가는 구매는 완전히 부모에게 의존한다”고 덧붙였다.

후난성 창더시의 27세 여성도 “올해 맥북 에어를 교체할 생각이었지만 기존 물건을 좀 더 쓰기로 결정했다”면서 “한 푼을 안 쓰면 한 푼을 버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베이징에 사는 또 다른 26세 회사원은 “필수품이 아닌 물건은 더이상 사고 싶은 욕구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중국 젊은층은 최대한 현금을 절약하고 싶어한다면서 ‘소비 하향’이 온라인에서 대세가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비싼 브랜드 화장품 대신 마트에서 파는 저렴한 화장품을 이용하고, 헬스클럽 회원권을 끊는 대신 집에서 운동 비디오를 따라하는 식이다.

중국 소비자들은 가격 하락을 기대하며 지출을 더 미루고 있다. 이미 부동산 부문에서 이같은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베이징의 한 통신 관련 스타트업 창업자는 “부동산 가격이 아직 충분히 떨어지지 않았다”면서 “담보 대출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7월 중국 대도시 부동산 가격은 전월 대비 0.2% 하락했다. 7월 임대료는 전년 동기 대비 0.1% 떨어졌으며, 가전제품 가격 역시 1.8% 하락했다.

소비 침체는 물가 하락과 경기 침체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디플레이션을 더 심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댄 왕 상하이 항셍 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이전까지 디플레이션 문제를 겪어본 적이 없다”며 “인구 감소와 함께 고속 성장에 종지부를 찍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think@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