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딱 죽지 않을 만큼 아파요” 경찰 신무기 개발, 뭐길래
뉴스종합| 2023-08-31 16:51
국제 치안산업 박람회(KPEX 2021) SNT모티브 부스에서 권총을 살펴보는 경찰들 [SNT모티브 홈페이지]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군인이라면 모를 수 없는 K2 소총, 연평해전으로 유명한 K6중기관총까지, 장갑차 자동포에 박격포까지.’

이 모든 걸 만들고 있는 회사가 있다. 바로 SNT그룹이다. 그 중 최근 주목받는 그룹 계열사가 바로 SNT모티브다.

알고보면 회사 매출 상당수는 친환경차의 구동모터 핵심부품 사업 등에서 나온다. 상대적으로 방산 분야의 매출은 미비하다. 하지만 이 회사의 모태 자체가 방산에서 시작됐고, 지금도 오랜 기술력과 경험으로 국방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게 바로 SNT모티브다.

최근 SNT모티브가 이목을 끈 건 바로 경찰 신무기, ‘저위험 권총(Less Lethal Revolver)’인 STRV9 개발에 참여한 업체이기 때문이다. 이제 경찰의 공식 권총으로 사용된다. 이 권총은 요약하면, ‘죽지 않을 만큼 충격을 주는’ 무기다.

저위험 권총 [경찰청 제공]

칼부림 사건 등으로 시민은 물론 경찰조차 생명 위협에 직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SNT모티브의 저위험 권총에 큰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경찰에 저위험 권총 보급을 지시하면서 이 신무기가 주목받았지만, 사실 개발은 오래 전에 이뤄졌다. SNT모티브와 국방과학연구소 민군협력진흥원이 민군기술협력사업으로 4년에 걸친 연구개발 끝에 2020년 국내 최초로 STRV9를 개발했다.

당시 이를 개발한 배경은 경찰관의 총기 사용에 여러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었다. 경찰의 총기 사용이 과도하다는 여론에 경찰의 소총 사용 자체가 위축되기도 했고, 역으로 꼭 필요한 상황에서조차 제대로 사용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소총으로 대응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인 셈이다.

이에 따라 살상이 아닌 제압을 목적으로 한 소총 개발 필요성이 대두됐고, 그에 따라 SNT모티브가 개발한 게 STRV9다.

국제 치안산업 박람회(KPEX 2021) SNT모티브 부스에서 저위험 권총을 살펴보는 경찰들 [SNT모티브 홈페이지]

이 권총은 플라스틱 탄두를 사용, 기존 38구경 리볼버보다 살상력이 1/10 수준이다. SNT모티브 측은 “탄환이 성인 남성 기준 허벅지의 6cm 이내에 박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즉, 살에는 피해를 주지만 뼈나 대동맥까진 손상을 주지 않는 셈이다.

총 안에는 IT기술도 내장돼 있다. 총기 사용 기록 등을 기록하는 장치다. 향후 총기 사용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쓰일 수 있다.

[SNT모티브 홍보영상 캡쳐]

SNT모티브는 STRV9 외에도 이미 오래전부터 총기 분야에 오랜 기술력을 축적해온 기업이다. 대표적인 게 K2를 포함한 K시리즈. 순수 독자기술로 개발하며 이미 군의 주된 화력으로 쓰이고 있다. K2 외에도 K3기관총, K5권총, 소음총, 저격수총, 특수작전용 총기 등을 생산한다.

SNT그룹 계열사인 SNT다이내믹스는 장갑차 등에 탑재되는 중기관총이나 자동포, 헬기 기관총 등도 생산한다. 독자기술로 개발한 박격포 체계도 있다.

본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SNT그룹 홍보영상 캡쳐]

SNT모티브의 출발도 방위사업부터였다. 1973년 국방부 조병창을 모태로 출발했으며, 1981년 민영화 이후 지금까지 기술력과 경험을 축적해왔다. 이후 방위산업을 통해 얻은 기술을 기반으로 자동차부품사업으로 확대, 지금에 이르렀다.

오히려 이젠 자동차부품 산업이 핵심 매출 사업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의 42%는 자동차모터류, 30%는 파워트레인에서 나왔다. 방산을 포함한 기타산업의 매출비중은 11.2%에 그친다.

SNT모티브는 작년 친환경차 열풍 등에 힘입어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현재 정부가 저위험 권총 구매에 책정한 예산은 86억원. SNT모티브 입장에선 작년 매출과 비교할 때 불과 0.08% 수준인 사업이다. SNT모티브 측은 당장의 실적을 떠나 상징적 의미가 클 것이란 데에 기대를 걸고 있다.

SNT다이내믹스의 KM120 박격포 체계 [SNT그룹 홍보영상 캡쳐]

회사 측은 공식적으로 정부가 이 권총을 사용하게 되면 해외 시장에서도 관심을 갖게 될 것이란 입장이다. 기술력으로 국방과 치안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

SNT모티브 측은 “기존 K계열 완성총기와 부품류에 대한 수주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다른 제품들 역시 구경별 신제품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dlcw@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