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두산 로봇 덕에 불량제로” 생산성·품질 다 잡은 고객사
뉴스종합| 2023-09-01 11:10
지난달 29일 찾은 부산 기장군 정관신도시 우성정밀 공장에 설치된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 뒤로 현장 작업자가 가공기를 작동하고 있다. 부산=김은희 기자

지난달 29일 찾은 부산 기장군 정관신도시 우성정밀. CNC(컴퓨터수치제어) 가공 생산설비 30여 대가 줄지어 서 있는 공장에선 스무 명 남짓 되는 직원이 가공기 작동을 반복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평범한 전자부품 제조공장이지만 이곳에선 ‘특별한 직원’이 일하고 있다.

그는 커다란 가공기 2대를 오가며 중장비 부품을 만들고 있었다. 잠깐의 휴식도 찰나의 머뭇거림도 없이 움직였고 가공시간 5분을 포함해 단 6분 만에 제품을 뚝딱 완성했다. 머신텐딩(장비에 가공물을 싣고 내리는 공정) 솔루션을 적용한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의 이야기다.

헤럴드경제는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두산로보틱스의 고객사를 방문해 협동로봇이 산업현장에 스며들 수 있었던 경쟁력을 확인했다.

우성정밀 공장에선 사람과 로봇이 함께 일한다. 사람의 팔을 닮은 이 로봇의 업무는 간단하다. 원기둥 모양 금속 소재의 위·아래를 깎는 가공기를 차례로 작동하는 것이다. 소재를 집어 넣고 작동버튼을 눌러 가공을 시작하고 끝나길 기다렸다가 세척하고 빼내면 된다.

일부 생산 공정에 두산 로봇을 본격적으로 적용한 지 이제 막 3개월이 지났을 뿐이지만 현장을 총괄하는 경영팀장은 상당한 만족감을 표했다. “사람이 8시간 동안 같은 일을 하면 실수를 안 하기 어려운데 로봇은 아니죠. 불량이 아예 없다고 보면 돼요.”

품질과 함께 생산성도 향상됐다고 했다. 8시간 작업을 기준으로 현장 작업자가 완제품을 100개 정도 만든다면 쉬지 않는 로봇은 그보다 20% 이상 많은 123개를 생산한다.

지난달 27일 찾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7층 멤버스바 더 블랙에선 두산 브랜드를 단 ‘로봇 바리스타’가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고객의 주문을 받은 ‘사람 바리스타’가 원두를 잘 갈아 필터에 끼운 드리퍼에 넣으면 그의 임무는 끝. 여기서부터는 온전히 로봇의 몫이다.

로봇은 커피가루 위로 둥글게 원을 그리며 뜨거운 물을 부었다. 균일한 물줄기를 일정한 속도로 내리붓는 모습은 섬세한 바리스타의 손기술을 빼닮았다. 3분여 간의 부드러운 움직임 끝에 로봇은 커피를 완성했다. 사람 팔 모양의 로봇이 만든 말 그대로 ‘핸드’드립 커피다.

로봇 바리스타는 단연 고객의 눈길을 끌었다. 식음료 업계에 협동로봇이 진출한 계기가 인력난 해소나 효율성 증대에만 있는 게 아니라 차별화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차원도 크다는 점에서 로봇 바리스타 ‘채용’은 이미 성공적이다.

두산 로봇은 제조업 현장에서도 서비스업 현장에서도 두루 활약하고 있다. 자동차, 전기·전자, 소비재, 가구, 화학, 의료 등 적용 산업군이 다양할뿐더러 현대자동차, 포스코, LG전자, 삼성 등 국내 주요 기업은 물론 에머슨, 로레알, 지멘스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두산로보틱스가 최근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절차를 본격화한 가운데 IPO 흥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도 시장에서 두산로보틱스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두산은 협동로봇을 유망 신사업으로 점찍고 2015년 두산로보틱스를 세웠다. 유동성 위기도 있었지만 투자를 이어간 것은 신사업 육성에 대한 박정원 회장의 강력한 의지였다. 박 회장은 로봇 양산에 돌입한 첫해 독일 ‘오토매티카 2018’을 직접 찾아 로봇 등 신사업을 가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6월에도 박지원 부회장이 ‘오토매티카 2023’에서 “성장기에 진입한 협동로봇 시장 선점을 위해 새로운 기회를 발굴해 나가자”고 언급했을 정도로 협동로봇은 그룹 차원에서 지원하는 사업이다.

두산로보틱스는 2018년부터 국내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고 2021년 이후 글로벌 톱5에 이름을 올렸다. 2018년 99억원 규모였던 매출은 2019년 173억원, 2020년 202억원, 2021년 370억원, 2022년 450억원 등으로 매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프레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협동로봇 시장은 2022년 약 24억달러(3조1800억원)에서 2032년 약 396억달러(52조4700억원)로 연평균 32.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로보틱스는 이번 상장에서 1620만주를 공모한다. 수요예측 상단 가격으로 상장에 성공하면 시가총액은 1조6800억원 수준이 된다. 10월에는 IPO가 마무리될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상장으로 조달하는 자금을 R&D에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전 직원의 약 40%를 R&D 인력으로 구성할 정도로 기술 혁신에 집중하고 있지만 향후 시장 선점을 위해선 더욱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봤다.

생산 역량도 강화한다. 현재 두산로보틱스 수원 공장의 캐파(생산능력)는 외주 1000대를 포함해 연 3200대 수준으로 글로벌 주요사 대비 미비한 실정이다. 이에 수원 공장을 2026년까지 1만1000대 규모로 증설하고 제2 공장을 신설하는 등 시설 투자에 총 310억원을 투입해 캐파(생산능력)를 늘릴 예정이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이번 IPO를 통해 다양한 산업에 협동로봇을 적용하는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했다. 부산=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