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사형수가 선호하는 처형?…‘질소가스’ 놓고 美논쟁 “고통없다” “나치 연상”
뉴스종합| 2023-09-03 19:23
미국 사형수 케네스 유진 스미스(58). [뉴욕포스트]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미국 앨라배마주(州)에서 첫 '질소가스 사형' 집행을 앞두고 찬반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고통을 줄여주는 방식"이라는 옹호와 "생체 실험"이라는 반대 목소리가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앨라배마주 검찰은 지난 25일 사형수 케네스 유진 스미스(58)에 대한 사형 집행인을 정해줄 것을 대법원에 요청했다.

이 문서에는 질소가스 주입으로 스미스를 처형하겠다는 계획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질소가스 처형은 사형수에게 순수 질소만 흡입시켜 숨지게 하는 방식이다. 사인은 저산소증이 된다. 사람이 흡입하는 공기는 78%가 질소로 이뤄져 있다. 순수하게 질소만 흡입하면 저산소증에 노출돼 사망한다.

앞서 주 사법당국은 지난해 11월 스미스에게 독극물 주사로 사형을 집행하고자 했다. 그러나 치사량을 투여할 적절한 정맥을 찾지 못해 집행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스미스는 대법원에 독극물 주사가 잔인한 형벌을 금지한 수정헌법 제8조를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주정부는 질소 처형으로 방식을 바꾼 것이다.

질소가스 사형 계획이 알려지면서 찬반 측이 충돌하기 시작했다.

지지 측은 질소가스 처형이 사형수들의 고통을 줄여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미스 등 사형수들 상당수가 약물 주사보다 질소가스 방식을 통한 죽음을 원하고 있다고도 했다.

반면 반대 측은 질소가스 처형은 생체 실험과 다름 없다고 주장한다. 사형제 반대단체인 평등정의이니셔티브는 "이전에 사용된 적 없는 방법으로 인체 실험을 하는 건 끔찍한 생각"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학살을 떠오르게 한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현재 미국에선 앨라배마와 오클라호마, 미시시피 3개 주가 질소가스 처형을 허용하고 있다. 실제로 집행된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스티브 마샬 주검찰총장은 성명서를 내고 "스미스가 무고한 여성 엘리자베스 세넷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며 "그 이후 거의 35년간 사형 선고를 피할 수 있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AP통신은 "질소가스 처형법의 합헌성을 둘러싼 새로운 법적 싸움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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