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아이돌 콘셉트 촬영·댄스수업...K-팝이 바꾼 한국관광 지형
뉴스종합| 2023-09-08 11:07
외국인 관광객들이 외국인을 위한 K-팝 댄스스튜디오를 방문해 걸그룹 안무를 배우고 있다. 박지영 기자

“도쿄돔에서 열리는 콘서트에서 팬 서비스를 하는 것처럼 손을 흔들어 주세요.”

8일 헤럴드경제가 방문한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리브리에 스튜디오에선 아이돌 걸그룹 트와이스 콘셉트의 촬영이 한창이었다. 이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하러 온 일본인 무토 하나카(24) 씨는 “평소에 내 자신과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어서 즐거웠다”며 “한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정이 될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한국을 찾아온 외국인들의 관광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쇼핑몰이 몰려있는 동대문 일대에서 옷을 사고, 경복궁을 방문해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고, 명동에서 길거리 음식을 먹으며 한국 화장품을 구매했다면, 이제 일반적인 ‘놀이 문화’가 된 스튜디오 사진 촬영, K-팝 댄스 수업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관광에도 개성을 중시하는 성향이 반영되면서 ‘K-팝 관광’이라는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날 서울시 성동구 원밀리언 댄스학원에서도 수강생 40명 중 28명이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이날 관광객들은 걸그룹 블랙핑크의 곡 ‘더걸스(THE GIRLS)’의 안무를 배우는 데 열중이었다. 주요 안무를 익히자 30분간 노래에 맞춰 인스타그램 릴스(15~30초 사이 짧은 영상)를 찍는 모습도 그려졌다.

이날 학원을 찾은 스페인 국적의 마리안(23)씨는 “오늘 하루를 댄스를 배우기 위해 통째로 비워뒀다”며 “항상 영상으로만 봤는데, 직접 배워보고 싶어서 2만8000원짜리 1회차 수업을 결제했다”고 말했다.

이경빈 원밀리언 스튜디오 매니저는 “춤을 배우고자 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서 개인 레슨을 진행하기도 한다. K-팝 열풍이 체감되는 순간”고 평가했다. 리브리에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오유미 씨도 “하루에 사진 촬영을 10개 정도 진행하는데 절반이 외국인 관광객들로 채워진다”면서 “요즘은 릴스처럼 자기 자신을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되면서 (관광객들이) 직접 특별한 ‘아이돌’이 될 수 있는 경험을 하러 스튜디오에 방문한다”고 했다.

유튜브 등 SNS의 활성화로 K-팝을 쉽게 접하게 되면서 관심이 높아진 점도 한몫 했다. 스페인에서 온 주디트(24)씨는 “아이돌 그룹 NCT드림을 좋아한다. 이들의 영상을 보고 한국에 여행을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오늘 배운 댄스로 틱톡에도 영상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방역이 완화된 뒤로 외국인 관광객은 증가세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546만2984명으로 지난해 한 해 동안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 수(107만4158명)보다 408.6% 증가했다. 올해 7월 방한 외국인 수는 103만2188명으로, 지난해 동기(26만3986명)보다 291% 올랐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싶은 MZ세대의 욕구가 여행에도 그대로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안보고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찾아 자기 주도적으로 즐기는 MZ세대의 특성이 기존 관광지가 아닌 예전에 소개되지 않았던 곳을 찾아가려고 하는 것”이라며 “자기만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사진을 찍어서 올리고, 자기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특징이 두드러진다”고 평했다. 박지영·김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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