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와 방공 시스템 건설 타결 직전 결렬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AFP] |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과 중국·러시아 사이에서 미묘한 줄타기를 하다 대형 사업을 놓치게 됐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대형 방산업체 RTX가 사우디 방산기업 스코파와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방공 시스템 건설에 합의했지만 스코파의 중국 연계 의혹 탓에 무산시켰다고 보도했다.
RTX는 이번 거래로 170억달러의 매출을 기대했지만, 해당 시스템 건설에 들어갈 기술이 중국이나 러시아에 넘어가면 미국에 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스코파는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자국 내 방산 경쟁력 증진을 목표로 2021년 설립한 회사로, 겉으로는 민영회사로 운영되지만 사실상 정부가 관리하고 있다.
WSJ은 스코파가 은퇴한 미국 장성들을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하며 미국 및 유럽 업체들과 협력 관계를 맺으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특히 스코파는 주요 무기를 사우디 내에서 직접 생산하길 원했다. 이는 국방장비 수출을 엄격히 통제하는 미국의 ‘국제무기거래규정’을 깨뜨리려는 시도라고 WSJ은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러시아와도 손을 잡고 있다는 의혹이 이 같은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WSJ은 스코파의 소유주인 모하메드 알라즐란이 사우디-중국 기업협의회 회장이라고 지적했다. 스코파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던 미 퇴역 장성들은 중국으로의 방산 기술 유출을 지적한 뒤 모두 해임됐다. 스코파는 중국은 물론 러시아와 벨라루스 기업들과도 거래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코파와 함께 설립한 탈(Tal)과 세파(Sepa)란 군수업체는 각각 중국과 러시아 임원을 고용해 이들 나라와 협력을 추진하다 미국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이탈리아 방산업체 베레타 디펜스 테크놀로지와 조선업체 핀칸티에리 등 다른 서구 업체들도 스코파와 협력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유는 역시나 중국, 러시아와 스코파가 연계돼 있다는 의혹 때문이다.
사우디 주재 미국 대사관은 탈과 세파가 중국 및 러시아와 협력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스코파의 미국 방산업체와 협력에 심각한 방해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WSJ은 “사우디는 한때 확실한 친미 국가였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와는 석유 유대를 높이고 중국과는 군사적 논의를 시작했다”며 “스코파와 RTX 간 협상 결렬은 중국 및 러시아와 외교·비즈니스 관계에서 사우디가 직면한 어려움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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