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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합창단 하기 싫어”…기숙사 도망쳐 나왔더니 쫓아온 사람이?!
뉴스종합| 2023-09-24 11:35
[123rf]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그 날만 생각하면 정말 끔찍해요”

20대 초반의 A씨는 그날만 생각하면 오금이 저릴 정도로 공포스럽다. 어렵게 ‘그곳’에서 탈출했지만, 자기를 잡으러 온 사람은 다름아닌 엄마와 친언니었다. A씨의 이름을 부르며 문이 부서질 정도로 두드리던 엄마와 언니는 A씨가 알았던 가족이 아닌 것 같았다.

이처럼 A씨가 탈출을 감행한 곳은 개신교 계열의 교회 합창단의 기숙사였다. 10대 후반부터 5년 간 이 곳에서 생활했던 A씨는 그곳의 엄격한 규율이 싫어 지난해 8월 탈출했다. 가족들이 모두 같은 종교를 믿고 있었기에 A씨는 그곳을 떠나 집이 아닌 친구네로 피신을 했다. A씨의 친구 역시 해당 교회를 다니다 그만둔 경험이 있었다.

A씨가 기숙사를 탈출하자 바로 가족들에게 연락이 갔다. 다른 교인들 역시 A씨를 찾기 위해 수소문을 했다. A씨의 탈출한 지 이틀이 지난 지난해 8월 말께 새벽, A씨를 서울 관악구의 길거리에서 발견했다. 교인들은 A씨의 양팔과 몸을 잡아 제압한 뒤 승합차에 강제로 태웠다. 합창단 기숙사에 도착할 때까지 약 32분 간 A씨는 묶인 채 감금돼 있었다.

A씨의 격한 저항에 교인 B씨는 욕설을 하며 “하느님이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A씨가 기숙사에 도착하자 그곳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대기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경찰은 B씨 등에게 해당 행위가 불법임을 알리고 A씨와 이들을 분리했다. 이에 A씨는 다시 관악구 친구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후로도 A씨가 가있던 친구 집은 조용할 날이 없었다. 교인들이 매일 찾아와 A씨 보고 나오라고 문을 두드리면서 소리를 지른 것. 이들 중에는 A씨의 가족인 엄마와 친언니도 있었다.

이 사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하진우 판사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감금·공동주거침입)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의 어머니(55)와 언니(27), B(40)씨 등 교인 6명에게 각각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동 생활하는 기숙사·합창단으로부터 이탈한 피해자에게 합창단 활동을 강요하기 위해 저지른 범행으로, 죄책이 가볍지 않고 용서받지 못했다"며 "다만 피고인들은 모두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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