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24일간의 ‘李 단식’…극단정치만 남았다 [이런정치]
뉴스종합| 2023-09-25 10:12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진교훈 후보가 22일 녹색병원에서 병상 단식 중인 이재명 대표를 만나 면담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4일 간의 단식이 한국 정치를 더욱 극단까지 밀어붙였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제1야당 대표로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쇄신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을 진행했지만, 민주당 지지층들의 분노만 끓어오르게 한 채 실질적으로 정부여당으로부터 ‘얻은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표가 남으면서다.

특히 체포동의안 표결 전날 부결을 호소하면서 스스로 ‘방탄 단식’을 자인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악수’가 체포동의안 가결 결과로 돌아온 가운데 당내 계파 내홍도 극단까지 치닫고 있다. 아울러 이 대표 단식을 바라본 여권도 조롱과 무시로 일관하면서 정치권 민낯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3일 단식을 종료한 이재명 대표는 사흘째 회복 치료를 받고 있다. 앞서 이 대표는 단식 19일째였던 지난 18일 서울 녹색병원에 긴급 입원한 후에도 5일 가량 병상 단식을 이어간 바 있다. 의료진의 강력 중단 권고에 따라 민주당 당무위원회의가 단식 중단 요청을 의결했고, 결국 이 대표도 단식 의지를 꺾었다.

이 대표는 26일 예정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직접 출석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영장실질심사에 당사자가 출석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 대표 건강 상태에 따라 출석하지 않는 방향도 거론돼 왔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변호인과 의료진의 최종 판단에 달려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전격적으로 무기한 단식 돌입을 선언했다. 지난해 8월말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로 선출된지 1년을 기념하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의 깜짝 발표였다. 이 대표는 당시 현 정권을 ‘무능폭력정권’으로 규정하고 국회 본청 앞 야외 천막에서 단식을 시작했다.

단식 명분이 불분명하다는 지적과 함께 본인에 대한 검찰 구속영장 청구가 초읽기였던 상황에서 ‘방탄 단식’이라는 비판이 따라붙었다. 검찰의 신병확보 시도에 따라 이 대표 리더십이 변수로 떠오르면서 원내외 인사들의 ‘동조 단식’과 격려방문 등 이른바 ‘충성 경쟁’도 내부 분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식 중 이 대표는 9일과 12일 양일간 검찰 소환조사에 응했다. 이후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후송된 18일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받아들었다. 이어 단식 22일차던 21일에는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대표의 24일 간의 단식은 한국 정치사상 야당 대표의 최장기 단식으로 기록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전두환 정권 독재에 대항해 23일 간 단식한 기록을 뛰어넘은 것으로, 당내 일각에선 이 대표가 검찰의 ‘무도한 수사’를 부각시키고 민주당 지지자를 결집시켰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가결 다음날인 22일 “국민을 믿고 굽힘 없이 정진하겠다”는 입장으로 대표직을 내려놓지 않겠단 입장을 우회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앞서 선언했던 ‘불체포특권 포기’ 방침을 180도 뒤집어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을 주장한 것이 ‘방탄 단식’ 오명을 스스로 쓴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당 대표의 요청에도 민주당에서 최소 29명의 이탈표가 나오면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만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커다란 압박에 직면한 비명(비이재명)계 박광온 원내대표와 원내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친명(친이재명)계 지도부 장악 수순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극심한 진통에 민주당은 미증유의 길로 빠지고 있다. 총선을 200일도 남겨놓지 않고 본격적인 공천을 앞둔 상황에서 지도부는 계파 안배 없는 ‘친명 쏠림’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이 대표 구속 여부도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사상 최초 야당 수장의 구속이 현실화되면 정치권에 핵폭탄급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26일 오후 새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지난 24일까지 진행된 후보등록 결과 친명계 중진인 4선의 우원식 의원과 3선의 김민석·남인순·홍익표 의원의 4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당내 ‘반란표’ 발생에 따른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로 새 원내대표를 뽑게 된 만큼, 현재 숨죽이고 있는 비명계는 후보를 내지 못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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