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이재명 ‘운명의 날’…‘대혼란 또는 대반격’, 민주당은 어디로 [이런정치]
뉴스종합| 2023-09-26 09:1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출발하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세진·양근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운명의 날’이 밝았다. 지난 대선 패배 이후 18개월여 만, 작년 8월 말 당대표가 된 지 13개월여 만에 구속 기로에 섰다. 제1야당 대표가 체포동의안 가결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구속영장 ‘발부 또는 기각’ 어떤 시나리오가 펼쳐지든 내년 총선까지 극심한 내홍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제1야당 대표 구속이라는 미증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되면 민주당은 물론 정치권 전체에 극단적 혼돈이 예상된다. 반대로 영장이 기각돼 이 대표가 당무에 복귀한다면 ‘가결파’에 대한 반격과 색출 등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26일 서울중앙지법에 직접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앞서 검찰은 지난 18일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국회는 21일 본회의를 열어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가결시켰다.

당초 이 대표는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직접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는 방안까지도 검토했으나 직접 법원행을 택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3일까지 24일간 단식을 진행하고 이날까지도 서울 녹색병원에서 회복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선 법원이 이날 판단에 있어 ‘증거인멸 우려’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 혐의에 위증교사죄가 포함된 데다, 휘하에 거느렸던 공무원들에 대해 광범위한 진술 회유 시도가 이뤄졌다며 ‘사법방해’ 문제를 적극 제기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이 대표 측은 검찰이 관련자들에게 진술을 압박·회유하는 등 위법한 수사를 했다고 역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내에선 이 대표가 영장 기각으로 사법리스크를 일부라도 해소한다면 리더십 반격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로 비명계의 집단 반발이 확인되면서 이 대표 리더십이 일부 타격을 입었지만, 영장이 기각된다면 분위기를 극적으로 전환할 기회가 생긴다는 해석이다.

특히 이날로 예정된 신임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명(친이재명)계 중진 의원들만이 입후보하면서 당 지도부와 원내지도부 모두 ‘친명 체제’가 강화되는 수순이다. 앞서 박광온 전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체포동의안 가결 국면에서 가결을 주장해 온 비명(비이재명)계를 설득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고, 원내지도부도 일괄 사퇴했다.

일각에서는 비명계 대한 당 주류의 압박이 거세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강성 지지층은 이 대표의 강화된 당내 리더십을 기반으로 이른바 ‘반란표’ 색출과 찍어내기에 나서고, 이 과정에서 당 내홍이 상당히 격화되고 있다.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에도 별다른 ‘통합’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는 데다가, 감정이 악화된 상황이라 비명계 의원들 사이에선 공천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영장이 발부되면 이 대표 정치생명이 최대 위기를 맞는 동시에 민주당도 극심한 격랑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현직 제1야당 대표의 구속은 사상 초유의 일로, 당장 이 대표 부재 상황과 유죄 판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커다란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민주당은 구속적부심·보석 신청을 통해 이 대표의 석방을 노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당 지도부 책임론’을 주장하며 이 대표를 포함한 총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연말이 지나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놓고 당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다만 구속되더라도 당 대표직을 꼭 내려놔야 하는 건 아닌 만큼 이 대표의 '옥중 정치'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재선 의원은 본지에 “이 대표 부재 상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여론 지형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향후 지도체제 등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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