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괌-티니안 한국 후손들, “올 추석도 행복하길..”[함영훈의 멋·맛·쉼]
라이프| 2023-09-28 12:12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남양군도’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마리아나제도,미크로네시아등 남서태평양의 여러 섬들을 통칭하는 말로, 일제가 태평양전쟁 전쟁기지-군수물자 거점으로 무단 사용하던 곳이다.

전쟁이 일본의 패망으로 끝나고 일본군들은 보복당할까봐 동굴에 숨어있던 몇 명을 빼고는 모두 귀국했지만, 일제에 의해 강제징용당한 한국인들은 대부분 사망하고, 설사 살아남았다고 해도 귀국할 길이 없었다.

괌의 대표 공연인 ‘카레라’ 쇼 첫장면의 여신, 배우는 한국인이다.
티니안 고추축제의 아이들. 묻거나 따질 것도 없이 척 봐도 깊은 사랑의 마음이 샘솟는다.
보령 머드축제를 찾아온 괌 공연단

그래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한국인들은 현지 차모로 민족의 사위가 되어 후손을 퍼뜨렸다. 그래서 괌내 이민족 혈족 중 필리핀계가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한국인 후손들이 많다.

일본 패망을 초래한 원폭 항공기 출발지 티니안에는 무려 40%가량이 한국인 후손으로, 압도적 비율을 차지한다.

괌은 남양군도에서 가장 크고 인구가 많으며, 선진 산업-관광 도시 못지 않게 잘 정돈된 곳이기에, 마리아나-미크로네이사 군도의 수도로, 미국영토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미국의 시작’으로 불린다.

괌과 티니안의 우리 후손들이 이번 추석 명절을 잘 보내길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기도하고 있다.

괌의 노을을 감상하며 미식과 공연을 즐기는 타오타오씨

▶반만년 역사의 괌= 와락 정감이 돋는, 남양군도의 메인 섬, 괌에 대해 알아보자. 괌은 5500년 역사를 가진 남서태평양 군도의 수도이다. 오세아니아 섬 중에서 가장 먼저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

차모로인들이 터 잡고, 필리핀, 인도네시아, 마이크로네시아, 스페인, 멕시코, 한국, 일본, 미국인들이 거쳐가거나 공생해왔다.

기원전 3500년전부터 차모로인이 살았고, 기원전 1500년경부터 필리핀을 시작으로, 인니-말레이쪽 사람들이 이주해왔으며, 1565년 스페인 점령, 1670~1683년 차모로 독립 전쟁, 19세기말 미국 할양, 1941년 일본 점령과 괌 인구의 10% 학살, 한국인 징용자 수백~수천명 사망, 1944년 미국 탈환, 1963년 비(非)군사적 통상-관광 허용 등 과정을 거쳤다.

지키려는 자들과 이곳 지분을 확대하려는 이민족 사이의 갈등, 화해 속에 생명력을 이어왔고, 여전히 미크로-마리아나 군도 중 가장 큰 섬으로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괌을 모르면, 태평양 남서쪽지역 오세아니아 해양생활문화를 알지 못한다.

괌 이파오비치 시티사인보드 조형물
리조나레괌 가족여행객

▶이민족 중 한국계가 2위= 흥미로운 점은 한국계가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이들을 지배했던 스페인, 미국, 일본계가 많을 것 같지만, 실제 2020년 인구조사에서, 괌내 혈통은 순수 차모로 32.8%, 필리핀, 한국, 중국, 일본 순으로 아시아계가 35.5%, 미크로네시아계가 13.2%, 2개 이상 인종이 섞여 어느쪽으로도 구분하기 어려운 혈통이 10% 가량, 미국계가 6.8%, 히스패닉 3% 가량이다.

괌내 이민족 혈통 1위인 필리핀계는 지리적으로 가까워 3500년전부터 꾸준히 이주했고, 그 다음으로 한국계가 많은 이유는 이곳에 강제 징용돼 끌려왔다가 태평양전쟁이 일본의 패망으로 끝난 뒤에도 귀국 배편이 마련되지 않아 이곳에 눌러앉아 차모로의 정식 사위가 된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BTS 팬클럽 아미가 된 티니안의 한국 후손들 [EBS 세계테마기행 화면캡쳐]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멕시코를 비롯한 히스패닉계 혈족이 꽤 있는 이유는 스페인 지배 당시 괌은 아메리카 태평양 일대 식민지 ‘뉴 스페인’의 중심이던 멕시코지부의 일원이었기 때문이다. 같은 피지배 공동체 끼리 교류가 많았다고 한다.

▶스페인,미,일 혈족 적은 이유= 원주민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괌을 강제 점거했던 나라들의 혈통적 흔적은 어떨까.

괌 내 스페인계 사람에게 물어보니 완전한 식민지가 된 이후 가족 단위 이주민이 있었지, 스페인과 차모로 혼혈은 별로 없다고 했다. 그녀는 괌으로 거주지를 옮긴 첫 할아버지-할머니의 스페인 내 고향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일본 군인들의 마리아나, 미크로네시아 등 남양군도 여성상대 전쟁범죄는 심각했던 것으로 전해지지만, 괌에서 정상적인 가정을 꾸린 흔적으로 거의 없다.

괌 탕기슨 해변 인근 사랑의 절벽

미국 역시 괌과의 관계에서 군사목적(괌 땅의 29%는 미국 국방성 관할) 이외의 인연은 거의 맺지 않았고, 20세기 들어 색다른 삶을 추구하는 사람, 혹은 가족단위 이주민들이 왔다고 한다. 물론 같은 나라라는 인식이 확고해진 때, 본토와 괌 사이 ‘국제결혼 같은 국내결혼’이 더러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까지만해도 괌엔 일본인 관광객이 많았다. 무슨 심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괌에서 수많은 양민을 희생시킨뒤 쫓겨난 일본은 한국전쟁 등으로 돈을 벌게 되자, 동남아와 남양군도에 대한 투자에 열을 올렸고, 괌에도 일본계 시설들이 매우 많았기 때문에, 일본인 관광객이 한국인 보다 약간 많았다.

괌 탕기슨 해변 버섯바위의 한국인 여행자

지금은 외국인 관광객 3명 중 2명이 한국인이다. 괌정부 관광청이 여러 가지 요인을 분석해 한국마케팅에 적극성을 보였고, 한국인들도 모종의 동질감과 풍부한 관광인프라에 대한 만족감 등으로 리오프닝과 함께 많이 찾은 듯 하다.

▶괌, 산 아래 기준선 다르면 세계 최고 높은 산= 괌에서 패들보드를 타고 놀다 보면 백사장에서 얼마가지 않아 연청록 빛 바다가 갑자기 군청색으로 변하는데, 육상으로 치면 천길만길 낭떠러지이다.

주지하다시피 마리아나제도는 세계에서 가장 바닷물이 깊다. 1만1123m의 깊이의 해구가 있다. 이 깊은 바다계곡 옆의 거대한 바다산이 괌-로타-사이판-티니안으로 이어지는 마리아나제도를 형성하면서, ‘빙산의 일각’처럼 이들 섬을 해수면 위로 보여준다. 수천만년전 태평양판과 필리핀판 충돌과 지각변동을 거치면서 마리아나 제도가 수면 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해구는 괌과 로타섬 사이에 있는데, 괌에 더 가깝다.

괌의 산

괌의 최고봉 람람산의 해발은 407m이지만, 이 산의 밑바닥인 마리아나 해구에서 출발하면 1만1530m나 된다. 그래서 농반진반 람람산을 가르켜 에베레스트보다 높은 세계최고봉이라는 말도 나온다.

▶괌의 건기는 1월부터 5월까지. 6월은 전환기, 우기는 7월부터 11월까지이며, 괌 날씨는 계절별 온도 변화가 거의 없다. 평균 기온은 아침최저 24.4°C~낮최고 30°C. 온도는 32.2°C를 초과하거나 21.1°C 아래로 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역대 괌 최고 기온은 35.6°C, 역대 죄저는 21°C이다.

미국 농무부 수생야생자원부는 최근 20년 가량 괌의 사라베이, 피티밤 홀, 파티포인트, 세티해변, 아창 산호군락지 등 여러곳을 해양 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생물학자들이 생태 환경을 수시로 모니터링한다.

괌정부관광청과 한국예술가들의 괌의 생태자연 알리기 아트 협업

괌 북부에 있는 연방 괌 국립 야생동물 보호구역은 마리아나과일박쥐의 작은 서식지와 함께 멸종된 바다거북 개체군을 보호하고 있다. 아울러 녹색 바다거북(Chelonia mydas), 매부리 바다거북(Eretmochelys imbricata) 등 괌 일대에서만 볼 수 있는 멸종위기종들을 보호하고 있다.

5500년전부터 살기 시작하던 차모루족은 라떼스톤(lattestone)이라는 거석을 활용해 기둥을 조각해 열주를 세우고 그 위에 초당을 지었다. 이 돌은 주로 괌에서 가장 가까운 로타섬에서 채석했다는 흔적이 발견됐다.

차의대생, 괌대학생과 친선교류

인구 17만명인 괌은 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괌에 대한 규제를 풀면서 관광 산업을 시작했다. 초기에 일본인들이 많이 왔지만, 지금은 한국인 관광객이 대세이다.

괌정부 관광청(한국지사장 박지훈)은 최근 한국 예술가들과 협업하거나, 차의과대학과 괌대학의 교류, 보령머드축제 공연단 파견 등 한국과의 접점을 전방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한민족의 피가 섞인 사람들이 지혜롭게 사는 곳, 괌. 그곳으로 여행가는 것은 또 하나의 친지 방문이다.〈계속〉

■‘하파데이(HAFA ADAI)’ 괌 자연·휴양·레저·인문·역사·미식 기행, ‘괌 클릭, 미국의 시작, 남태평양 수도’ 시리즈, 글 싣는 순서 ▶2023년 9월18일자 ①4시간 만에 만나는 미국, 괌에서 차모로와 춤을.. ▶9월21일자 ②사진맛집 괌 솔레다드 요새와 우마탁의 인간창조 신화 ③지구는 둥글다고 일러주는 세티, 괌 5000년 유적 ▶9월28일자 ④괌-티니안 한국 후손들, “올 추석도 행복하길..” ▶10월5일자 ⑤괌 문화예술에 깃든 자존감,포용력 & 잘~놀기 ⑥검은 머리 한데 묶고 영원한 사랑을..괌 로맨스 ▶10월12일자 ⑦“손님 원하는대로” 한국인 천국, 괌 음식·쇼핑·클럽 ⑧가장 괌 답다. 이나라한 곰바우..퍼스트비치도 ▶10월19일자 ⑨돌핀크루즈,별밤,등산,민속..괌 컬러풀 액티비티 ⑩괌내 한국계, 필리핀계 이어 2위, 괌-한국 진한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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