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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가상자산도 재산”…부실채무자 은닉재산으로 코인 첫 압류 [투자360]
뉴스종합| 2023-10-05 10:26
[망고보드]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도 불법행위 시 정부의 압류 대상이 됐다. 최근 예금보험공사는 과거 부산저축은행 사태 등 부실이 발생한 금융회사에서 최소 30억원 넘게 돈을 빌렸다가 갚지 않은 채무자들을 집중 추적, 사상 처음으로 가상자산을 압류 조치했다.

그간 예보는 가상자산거래소로 흘러간 은닉재산에 대해서는 자료요구권한이 없어 회수에 난항을 겪어왔다. 하지만 거래소와 계약을 한 은행 계좌를 들여다보는 우회 방식을 택하면서 가상자산도 압류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코인이 은닉재산 수단으로 활용되는 사례를 확인한 만큼 예보의 자료제출요구권을 담은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논의도 본격화해 재산 회수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규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예보 제출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예보는 과거 저축은행 사태 등 금융사 부실을 초래한 관련자 1075명의 가상자산을 추적해 총 29건을 적발, 이 중 16건을 압류 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부산저축은행 사태 등 부실이 발생한 금융회사에서 최소 30억원 넘게 빌린 고액 채무자 900명과 금융사 부실 책임이 있는 그룹사 임직원 175명을 대상으로 첫 가상자산 전수조사가 실시됐다.

예보는 부실 책임이 있는 금융회사 임직원이나 빚을 갚지 않은 채무자들의 재산을 조회해 회수하는 역할을 해왔다. 은닉재산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음성화되면서 코인이 재산은닉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컸지만 좀처럼 손을 대기 어려웠다.

현행법으로는 공공기관과 은행·보험·증권사 등 금융사에 대한 자료제공요구권만 명시하고 있어 예보는 고액 채무자들이 가상자산거래소로 재산을 빼돌려도 계좌정보를 볼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보는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와 실명 계좌 발급계약을 한 은행을 대상으로 부실 채무자들의 계좌를 추적하는 대안을 찾아내면서 이번 결과를 도출했다.

지난 8월 예보는 법원으로부터 지급 명령과 현금화 명령까지 득했다. 압류가 이뤄지면서 고액 채무자들의 코인은 지갑에 꽁꽁 묶인다. 시세가 급변해도 대응할 수 없게 된다. 채무자의 코인을 거래소에서 시가로 현금화하는 과정만 남았는데 예보가 코인 소유권을 이전받아 직접 매각할지 등 세부 절차는 현재 협의 중이다.

부실 채무자들이 가상자산을 보유한 사례가 실제로 확인된 만큼 제도 개선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앞서 지난 4월 김한규 의원은 예보의 ‘정보제공요구권’을 담은 예금자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지난 7월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골자로 한 개정안을 제출했으며 현재 해당 법안들은 정무위 소위에서 계류 중이다. 여야 의원 법안이 나온 만큼 법안 논의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뿐만 아니라 개인 지갑, 수탁 서비스업체까지 살펴볼 수 있어 재산 회수율도 더 높아질 전망이다. 예보 관계자는 “(가상자산거래소에) 직접 자료제공 요청을 할 수 없어 우회적으로 조사하다 보니 사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제한적”이라고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이날 헤럴드경제에 “예금보험공사가 가상자산사업자에 자료요구권한을 갖게 되면 부실 채무자가 코인 등에 숨긴 재산을 효과적으로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채권회수율과 공정성 모두를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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