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값싼 러시아산 막히니 호주산” 한국, 가스값 쓰나미 우려
뉴스종합| 2023-10-10 11:35

글로벌 에너지 시장 구도가 급변하면서 일본·중국에 이어 세계 3위 LNG(액화천연가스) 수입국인 한국도 긴장 속에 상황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국내 산업계 역시 LNG 가격 변동에 민감한 에너지업계를 포함해 원자재 비중이 높은 업종 등을 중심으로 ‘가스값 쓰나미’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모습이다.

10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한국의 누적 LNG 수입량과 수입금액은 각각 2917만t, 257억 달러(약 34조7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수입량과 수입금액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2022년(4639만t, 500억2000만 달러) 수준에는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2021년도 연간 수입액인 254억5000만 달러는 이미 넘어섰다.

이같은 LNG 수입액 급등세는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유럽에서 에너지 대란이 일어나고, 그 여파로 LNG 현물 가격이 치솟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상반기에는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잠시 주춤했지만 하반기 들어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감산과 글로벌 경기 불황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요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반등했다. 여기에 지난달 호주 LNG 플랜트 노동자들이 임금인상과 직업 안정성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LNG 가격이 폭등하고 시장 불안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 LNG 수입의 약 80%를 담당하는 한국가스공사는 LNG의 4분의 3 가량을 장기계약으로 도입하고 나머지 물량은 유동적으로 현물시장 등에서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구매 구조는 특히 가격 급등기에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공급망 악화로 값싼 러시아산을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LNG 수입처에 대한 선택지가 줄어든 점도 장기적인 가격 협상에서 어려움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일례로 지난 2022년과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러시아산 LNG 연간 수입량은 각각 196만t과 95만t으로 집계되고 있다. 정점을 찍었던 2021년(287만t) 이후 수입량 감소세가 뚜렷하다.

반면 호주산 LNG에 대한 의존도는 한층 높아졌다. 2021년과 2022년의 호주산 수입량은 각각 947만t과 1165만t로, 이 기간 동안 수입금액은 58억 달러에서 150억 달러로 늘어났다. 수입량은 20% 정도가 증가한 반면 수입금액은 2.5배 가까이 급증하면서 부담이 커졌다.

국내 에너지 수급 여건도 불안하다. 한국의 LNG 발전 비중은 2012년 25%에서 2021년 30%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정부는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발표를 통해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과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고 LNG 발전 비중은 23% 수준까지 낮추기로 했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가동률 증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LNG 발전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LNG 등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수입 원자재 비중이 높은 국내 제조업체에 직접적인 생산비 부담으로 다가오는 상황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산하 연구원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보고서에 따르면 러-우 전쟁이 발발한 지난해 상반기 국내 제조업 가운데 수입재 비중이 큰 석유정제와 화학 업종 등의 생산비용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석유정제와 화학 업종의 생산비용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5%, 10.5%로, 9개 제조업 가운데 나란히 1위와 2위를 기록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해외 에너지 의존도가 90% 안팎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에너지 수급 악화에 따른 가동률 저하와 생산 위축 가능성 등 다방면으로 리스크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대근 기자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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