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빈대에 송충이 닮은 벌레까지...원인은 이상기후
뉴스종합| 2023-10-26 11:23

#. 지난 주말 친구들과 가을 소풍을 즐기러 서울 양화한강공원을 찾은 류모(29) 씨는 돗자리를 펼치고 앉은 지 3분 만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류씨의 무릎 위에 송충이처럼 생긴 벌레가 기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류씨는 “가을 날씨 만끽하려고 나왔는데 송충이 같은 게 너무 많아서 도저히 밖에 있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올가을 때아닌 ‘벌레의 습격’이 일고 있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빈대가 출몰하는 데 이어 한강공원을 비롯한 서울 도심 공원에서도 송충이 닮은 벌레가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절기 벌레의 습격이 발생한 원인으로 ‘이상기후’를 꼽았다.

류씨가 본 송충이를 닮은 벌레는 미국흰불나방 유충으로 해충에 속한다. 활엽수 잎을 갉아먹으면서 도심의 가로수나 조경수, 농경지 과수목 등에 피해를 준다. 피부가 예민한 사람이라면 유충과 신체 접촉 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김민중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 박사는 “산림청 조사 결과 미국흰불나방 유충으로 인한 피해율이 지난해 12%에서 올해 27∼28%로 2배 이상 올랐다”며 “올해 (미국흰불나방 유충이) 많이 나올 경우 내년 역시 많이 발생할 위험이 있어 발생 예보 단계를 ‘경계’로 높이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미국흰불나방 유충의 개체 수가 증가한 것에 대한 배경으로 이상기후를 언급했다. 미국흰불나방 유충은 암컷의 경우 한 마리당 평균 알 600여 개를 낳고 죽는다. 알에서 부화한 2세대가 성충이 되고, 또 2세대 성충이 낳은 알에서 3세대가 부화해 성충으로 자란다.

김 박사는 “온도를 기반으로 유충이 몇 세대까지 나올 수 있는지 추정하는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 올해 가을철 기온 상승으로 예년에 비해 유충의 서식 조건이 더 좋아졌다”며 “보통 1년에 2세대까지 나오는데 올해는 3세대까지 나온 경우가 많았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전국 곳곳에서 나오는 빈대 역시 이상기후의 영향을 받는다고 봤다.

박현철 부산대 환경생태학 교수는 “빈대와 같은 변온동물의 경우엔 주변 환경의 온도와 습도에 매우 민감하다”며 “기온이 높아질수록 변온동물은 대사량이 늘어나 출현하는 시기는 빨라지고 월동하는 시기는 늦어지게 된다. 이상기후로 곤충이 서식하는 일수가 길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안효정 기자

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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