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日·美 낸드연합군’ 키옥시아-WD 합병 중단
뉴스종합| 2023-10-27 11:31

글로벌 낸드 플래시 기업인 일본의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와 미국의 웨스턴디지털(WD) 간 합병이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키옥시아의 투자자인 SK하이닉스가 통합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공식화 한 뒤 이 같은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새로운 ‘낸드 공룡’의 출현도 물거품 되면서 시장 입지가 줄어들 위기에 놓였던 국내 기업들이 한숨을 덜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요미우리신문은 낸드 생산업체인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 간 경영통합 협상이 중단됐다고 2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웨스턴디지털은 이미 키옥시아 등에 협상 중단을 통보했다. 웨스턴디지털은 반도체 메모리 사업을 분리해 키옥시아홀딩스와 지주회사를 설립해 경영을 통합하는 방안을 협상해왔다. 그러나 키옥시아에 간접 출자한 SK하이닉스가 동의해주지 않으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

키옥시아 최대 주주는 베인캐피털 등이 참여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으로 SK하이닉스는 2018년 이 컨소시엄에 약 4조원을 투자했다.

요미우리는 “장래에 키옥시아와의 협력도 염두에 둔 SK측이 경영통합 시 웨스턴디지털의 주도권이 강화될 것을 우려해 동의하지 않았다”며 “이번 협상에는 경제안전 보장 관점에서 미일 양국 정부도 깊이 관여했다”고 분석했다.

닛케이는 양사가 협상을 중단한 이유로 SK하이닉스의 동의를 얻지 못한 점과 함께 “키옥시아의 최대 주주인 미국 투자펀드 베인캐피털과도 경영통합을 둘러싼 조건을 절충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전날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이번 합병으로 당사가 키옥시아에 투자한 자산의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당 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가 양사 합병에 대해 공식적으로 의견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다만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부연설명에서 “동의하지 않는다는 게 반대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현재 의사결정을 내리지 않은 단계라는 게 정확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와 맺은 비밀유지계약에 따라 완곡한 방식으로 의사를 드러낸 것이라고 봤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같은날(26일) 오후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의 합병에 대해 “더 좋은 방안이나 새로운 대안이 있다면 충분히 같이 고민하고 논의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키옥시아 투자 자산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아직 동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2018년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베인캐피털이 키옥시아를 인수할 때 베인캐피털 펀드에 3950억엔(약 3조6000억 원)을 투자한 간접투자자이다. 2660억엔은 베인캐피털 펀드에 출자하고 나머지 1290억엔은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사채(CB) 형태다.

앞서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 합병 전망에 낸드 시장에서의 국내 기업들 지위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삼성전자 점유율은31.1%를 기록했다. 반면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시장 점유율을 단순 합산하면 34.3%로, 1위 삼성전자를 뛰어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솔리다임 포함)의 17.8%도 훌쩍 넘어서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키옥시아와 웨스턴디지털의 통합 무산으로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낸드 시장 입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지헌 기자

raw@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