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르포] “빨리 길 건너세요” 홍대 집중 핼러윈 인파…경찰은 골목·도로마다 안전사고 경계
뉴스종합| 2023-10-28 01:26
서울 홍대입구 KT&G 상상마당 광장 부근의 횡단보고에서 경찰이 교통 통제를 하고 있다. 박혜원 기자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빨리 건너가세요!” 27일 금요일에서 28일로 넘어가는 자정께, 서울 홍대입구 KT&G 상상마당 광장 부근의 한 횡단보도. 성인 보폭으로 열 걸음이면 건너가는 짧은 횡단보도이지만 인근에 클럽이 밀집해 있어 주말이면 홍대 일대에서 가장 많은 인파가 모이는 곳이다. 이날 이 횡단보도에만 불봉을 든 10여 명의 경찰이 교통 통제를 위해 배치됐다.

초록불이 켜지자 핼러윈데이를 즐기기 위해 찾아온 행인들이 빽빽하게 건너기 시작했다. 핼러윈데이 코스튬을 한 이들도 곳곳에 섞여 있었다. 횡단 시간이 5초 남짓 남자 횡단을 재촉하는 경찰의 호루라기 소리가 급박해졌다. 인근에선 승객 탑승을 위해 정차한 택시기사와 경찰이 “빨리 지나가시라”며 실랑이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이날, 참사가 발생해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인 이태원 일대와 달리 홍대 일대엔 핼러윈데이를 맞아 모인 이들로 북적였다. 클럽 입구 앞에는 30~50여 명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지인들과 함께 찾은 최윤정(26)씨는 “클럽에 가려고 왔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 지금은 어딜 가도 줄을 서야 할 것 같아 다른 곳으로 가야겠다”고 했다. 이곳엔 행인들이 도로에 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통제 펜스가 놓였다. 한 클럽에 입장객이 연이어 들어가자, 경찰이 클럽 직원을 불러 “입장객들 시간 제한이 있는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홍대입구 일대의 한 클럽이 핼러윈 주간 인원통제 안내판을 세워놓은 모습. 박혜원 기자

높은 지대에 위치한 홍대 앞 놀이터, 오르막 골목길이 곳곳에 위치한 곳에는 안전사고가 예상되는 구역마다 경찰과 마포구청 직원들이 위험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곳 인근 한 클럽은 ‘할로윈 주 안전을 위하여 철저한 인원 통제로 인원 수용을 제한하고 있습니다’란 내용을 담은 안내판을 입구 앞에 세웠다. 이 클럽 직원은 “지나치게 사람이 붐비지 않을 정도로 조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도에서도 1~2명씩 팀을 이룬 경찰이나 구청 직원들이 곳곳에서 순찰을 하고 있었다.

안전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시설도 놓였다. KT&G 광장 한복판엔 소방과 마포구청에서 각각 설치한 합동상황실과 병원 이송 차량, 응급처치 차량이 있었다. 소방 관계자는 “현재까지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KT&G 광장에 설치된 소방 현장상황실. 박혜원 기자

시민들도 핼러윈데이를 맞아 즐기는 모습이었지만, 이들 역시 안전사고에 대한 경계를 놓지 않았다. 정모(25)씨는 “사람들이 모두 즐기는 기념일이라 친구들과 놀러오긴 했지만, 참사가 발생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터라 위험하진 않은지 아무래도 계속 살피게 된다”고 말했다.

경찰과 마포구청은 불과 1년여 전 대규모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을 포함한 홍대 인파 밀집이 예상되는 구역에 것에 대비해 오는 31일까지 인력을 집중 배치했다. 이 기간 매일 12개 경찰서 620명과 경찰관 기동대 10개 부대 등 총 1260명이 취약 시간·장소에 투입된다.

앞서 지난 27일 윤희근 경찰청장은 홍대 일대를 방문해 안전조치 관련 현장을 점검했다. 이날 윤희근 경찰청장은 마포경찰서장 등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주재하고 “자치단체 등 유관기관과 적극적으로 협업해 인파 밀집 예상 지역에 대한 선제적 안전활동을 강화하라”고 강조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도 이날 종합대책회의를 열고 “호각, 불봉, 확성기 등 질서 유지를 위한 장비를 적극 활용하고 인파 운집 시 지하철 무정차를 요청하는 등 유관기관과 협조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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