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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R&D 예산, 미래투자에 집중...삭감분은 복지에 투입”
뉴스종합| 2023-10-31 11:22
31일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5부 요인 및 여야 지도부와의 사전환담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은 3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방만한 R&D 예산 운용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차세대 기술 개발과 연구자 지원 등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또, R&D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된 예산은 약자복지에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국회서 약 30분간 진행된 윤 대통령의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경제’였다. 윤 대통령은 ‘경제’ 23번, ‘국민’ 및 ‘정부’ 22번을 각각 언급했다. 이어 ‘예산’ 16번, ‘개혁’ 14번, ‘재정’ 13번, ‘국회’ 10번, ‘민생’ 9번 등의 순이었다.

지난해 시정연설에서 ‘경제’를 12번 언급한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간 무력충돌 등으로 세계경제 불안정성이 커지고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인해 민생경제 부담이 늘어난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 중 상당 부분을 R&D 예산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최근 R&D 예산 삭감을 두고 과학계와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직접 R&D 예산 운용 철학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R&D 예산은 2019년부터 3년간 20조원 수준에서 30조원까지 양적으로는 대폭 증가했으나,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서는 질적인 개선과 지출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국가 R&D 예산은 민간과 시장에서 연구 개발 투자를 하기 어려운 기초 원천 기술과 차세대 기술 역량을 키우는데 써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예산안은 첨단 인공지능(AI) 디지털, 바이오, 양자, 우주, 차세대 원자력 등에 대한 R&D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며 “원천 기술, 차세대 기술, 최첨단 선도 분야에 대한 국가 재정 R&D는 앞으로도 계속 발굴 확대해 미래 성장 동력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삭감된 R&D 예산을 약자복지에 투입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R&D 예산은 향후 계속 지원 분야를 발굴해 지원 규모를 늘릴 것이지만, 일단 이번에 지출 구조조정을 해서 마련된 3조4000억 원은 약 300만 명의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더 두텁게 지원하는 데 배정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기초수급 가구에 대한 생계급여 지급 확대 ▷한부모 가족 양육비 지원 ▷다문화 가정 자녀 교육활동비 지급 ▷저소득층 대학생 장학금 인상 등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국가 재정 R&D의 지출 조정 과정에서 제기되는 고용불안 등 우려에 대해서는 정부가 세심하고 꼼꼼하게 챙기고 보완책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연설의 기본 바탕에는 ‘건전 재정’과 ‘약자 복지’가 깔렸다. 긴축 재정을 바탕으로 한 건전재정과 약자복지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 때부터 강조해오던 기조다.

윤 대통령은 “건전재정은 단순하게 지출을 줄이는 것이 아니고, 국민의 혈세를 낭비없이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쓰자는 것”이라며 “2024년 총지출은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2.8% 증가하도록 편성해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과정에서 총 23조 원 규모의 지출을 구조조정했다”며 “마련된 재원은 국방, 법치, 교육, 보건 등 국가 본질 기능 강화와 약자 보호, 그리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더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강조해온 노동·교육·연금개혁 등 3대 개혁에 대한 국회의 협조도 거듭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국회에 제출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과 관련해 “우리나라 최고 전문가들과 80여 차례 회의를 통해 과학적 근거를 축적했으며, 24번의 계층별 심층 인터뷰를 통해 국민 의견을 경청하고, 여론조사도 꼼꼼하게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노동개혁과 관련해서는 “합법적인 노동운동은 철저히 보장하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노와 사를 불문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며 최근 양대 노총이 회계 공시를 하기로 결정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교육개혁에 대해서도 “우리 교육이 획일화된 틀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개방적이며 공정한 시스템을 통해 자녀들을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인재로 키울 수 있도록 교육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안보 분야와 관련해서는 한미 핵협의그룹(NCG) 가동으로 대표되는 한미동맹 강화, 한일관계 개선에 따른 경제협력 활성화, 한중관계 개선 시동 등을 성과로 꼽았다. 또, “취임 이후 1년 반 동안 93개국과 142회의 정상회담을 했다”며 다수의 다자회의를 계기로 우리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위한 정상외교에 힘썼다는 점도 언급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 9월 긴축재정 기조를 반영한 656조9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올해 본예산보다 2.8% 증가했으나, 증가율로 따지면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R&D 예산은 25조9152억원으로 올해보다 16.6% 줄었다. 정윤희 기자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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