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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0만원 전기차 예고한 테슬라...가격 경쟁 이기려면 '이 기술' 필수?
뉴스종합| 2023-11-08 10:36

서울 시내 한 테슬라 충전소에 전기차들이 주차돼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로 ‘가격’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간 생산 공법 혁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전기차 선두주자로 꼽히는 테슬라가 ‘기가캐스팅’ 공법을 바탕으로 2만5000유로(약 3500만원) 전기차 출시를 예고한 가운데 현대자동차, 토요타 등도 새 공정 도입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독일 그루엔하이데 공장에 방문해 2만5000유로(약 3500만원) 대의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올 상반기 유럽의 전기차 평균 소매 가격은 6만5000유로(약 9084만원) 정도다. 머스크가 언급한 전기차가 출시될 경우 평균 가격보다 약 60% 저렴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머스크의 계획 실현의 핵심으로 ‘다이캐스팅(die casting)’ 공법을 주목하고 있다. 다이캐스팅은 금속재질의 틀(금형)에 소재가 되는 금속을 녹여 고압으로 부품을 찍어내는 공법이다. 자동차 부품, 전자 기기 등을 제조하는 데 주로 활용돼 왔다.

테슬라는 6000~9000t(톤)의 압력을 가진 초대형 프레스로 단순 부품뿐만 아니라 차량의 전면 및 후면 구조물을 통째로 만드는 ‘기가캐스팅’ 공법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장, 중국 상하이 공장 등에서 이 기술을 활용 ‘모델Y’를 생산 중이다. 테슬라는 기가캐스팅을 바탕으로 전기차 원가를 40%, 무게는 30% 줄였다고 밝힌 바 있다. 출시를 앞둔 테슬라의 ‘사이버트럭’도 9000t급의 초대형 기가프레스로 생산된다.

테슬라는 기가캐스팅 공법을 도입해 ‘모델Y’ 후면 하부 70개 부품을 2개의 큰 부품으로 단순화했다. [테슬라 제공]

강판에 수천 개의 구멍을 뚫고 일일이 조립과 용접을 해 차체를 만드는 기존 방식에 비해 공정을 단순화할 수 있어 생산 단가가 크게 절감된다. 테슬라는 이탈리아 ‘이드라(IDRA)’의 장비를 활용한다. 이드라는 이 분야 선두 업체로, 테슬라와 협업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가프레스 장비를 개발 중이다.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전체 차량 하부를 한 조각으로 생산하는 데 성공할 경우 막대한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조물이 크고 복잡할수록 한 번에 찍어내기가 더 어렵다. 특히 테슬라는 주조 부품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알루미늄 합금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주조장비업체 이드라가 테슬라에 납품하는 기가프레스. [이드라 홈페이지]

현대자동차, 토요타, 볼보 등 타 완성차 업체들도 테슬라의 기가캐스팅 공법을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는 ‘하이퍼캐스팅’이라는 이름으로 관련 기술을 준비 중이다. 2026년부터 전기차 양산에 이 기술을 적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주조·가공·조립 생산 공장을 국내에 짓기로 했다. 연내 부지를 확정하고 내년 착공할 계획이다. 기존 파워트레인 부문 유휴부지 등이 후보지로 거론된다.

현대차 역시 이드라의 9000t급 장비를 활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외신에서는 최근 이탈리아 이드라 공장에서 현대자동차그룹에 납품 예정인 기가프레스 장비가 테스트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토요타가 기존 공법으로 제조한 차체 후면(왼쪽)과 기가캐스팅 공법으로 제조한 후면 (오른쪽). [토요타 제공]

일본 토요타도 2026년부터 생산하는 전기차에 이 방식을 적용한다. 토요타는 전면과 후면 섀시를 기가캐스팅 방식으로 제작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생산성을 타사 대비 20% 높인다는 목표다.

토요타는 기존 방식과 기가 캐스팅 방식으로 제조한 섀시를 지난 6월 실물로도 공개했다. 후면 섀시의 경우 기존에는 86개의 개별 부품이 33단계로 조립됐으나 기가 캐스팅에선 하나의 부품으로 통합됐다.

토요타의 고급차 브랜드인 렉서스도 2026년 출시 예정인 차세대 전기차 ‘LF-ZC’를 기가캐스팅 공법으로 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토요타가 일본 업체인 우베(UBE)와 공동으로 대형 장비를 개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볼보는 ‘메가캐스팅’이란 이름으로 이 공정을 활용한다. 2025년까지 스웨덴 토슬란다 고장에 공법을 도입, 후방 섀시 부품을 이 방식으로 만들 예정이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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