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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해·우울증 학생 느는데…초중고 10곳 중 6곳 상담교사 없다
뉴스종합| 2023-11-09 18:31
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자율 학습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청소년들의 자해·자살 시도와 우울증 진단이 늘어나는 등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가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 초중고등학교 10곳 중 6곳에는 여전히 상주 전문 상담교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교육개발원(KEDI) 교육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만 1794개 초·중·고등학교 중 1명 이상의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된 학교는 4928곳으로 전체의 41.78%다. 정규 및 기간제 교원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정규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된 학교는 4193곳, 배치율은 35.52%다. 2018년 전체 전문상담교사 배치율이 22.84%였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개선된 수치지만, 여전히 학교 10곳 중 6곳은 전문상담교사가 없는 셈이다. 특히 초등학교 배치율은 28.9%로 중학교(53.3%), 고등학교(59.3%) 배치율에 크게 못 미쳤다.

전문상담교사는 전문상담교사 자격증을 소지한 자로 임용시험 합격 후 전문상담 업무를 수행하는 교사를 말한다. 국내에서는 2005년 학생을 위해 순회전문상담교사가 선발된 것이 첫 시작이었다. 학교 폭력, 부적응, 우울증 등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전문 인력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전문상담 교사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질병관리청이 응급실 내원 환자를 분석한 ‘2022 손상유형 및 원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해·자살로 응급실을 찾은 10~19세 환자는 1786명으로 전체 9813명의 18.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615명(11.4%)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3배로 늘어난 셈이다. 우울증을 호소하는 청소년도 늘고 있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만 6~17세 아동·청소년 3만7386명이었다. 2018년 2만3347명보다 60.13%(1만4039명) 늘었다.

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는 심각해지고 있지만 학령 인구 감소에 따른 교원 수급 조정, 예산 등 문제로 신규 전문상담교사 임용 규모를 획기적으로 키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진행 중인 2024학년도 공립 중등·특수(중등)·비교과 신규교사 임용시험을 통해 모집 중인 전문상담교사는 324명으로, 중등(교과) 교사 4117명의 7% 수준이다. 전년(246명) 대비 모집 인원이 늘었지만 지역별 편차가 크다. 실제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2024학년도 전문상담교사 신규 임용 인원은 16명으로 2021학년도(84명), 2022학년도(70명) 대비 대폭 줄었다.

이강찬 전문상담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학교 현장에서 전문상담교사 확충 필요성은 여전히 크다. 특히 초등학교에 전문상담교사가 부족하다”며 “교사 수급 조정 등을 감안해 기존 교과교사들이 전문상담교사로 전직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령 인구 감소에 따라 공급 과잉이 예상되는 초등교사 등이 전문상담 자격증 취득, 임용시험 통과를 전제로 전문상담교사가 될 수 있는 방법을 다양화하자는 의미다. 이 위원장은 “전직 교사가 임용시험을 보도록 해 전문성을 확보하고, 신규 배정 인원과 전직 배정 인원을 따로 분리해 전체적인 선발 인원은 늘려가는 방법을 고민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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