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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청소년에 손내민 KT직원
뉴스종합| 2023-11-10 11:17

“너무 힘들어요.”

김종석(사진) KT(강북강원광역본부 광진Biz지원팀) 과장은 옥상에 있던 학생에게 이 말을 듣는 순간, 복잡한 감정이 뒤섞였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안타까움과, 옥상에 올라와 보길 잘했다는 안도감 같은 것이었다.

위태롭게 옥상 난간에 서있던 한 고등학생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구조한 KT 직원의 사연이 알려져 화제다.

지난달 24일 김 과장은 서울 광진구 일대 PC방 건물에서 현장 실사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4층에 있던 PC방을 지하로 이전하면서 인터넷 케이블 동선을 변경하기 위해 미리 현장을 살펴보는 작업이었다. 케이블 동선 확인 차 옥상을 올려다본 순간, 옥상 난간에 올라서는 한 남자가 김 과장 눈에 띄었다.

김 과장은 “처음엔 작업을 하는 사람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업하는 옷차림이 아니더라”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김 과장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직감한 건 그 다음 순간이다. 난간에 서있던 남성이 뛰어내릴 듯한 행동을 취하는 것 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이상해서 한참 쳐다보니 순간 나랑 눈이 마주쳤다”며 “나를 보더니 놀란 듯 난간에서 내려갔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좀처럼 발이 떨어지지 않아 현장을 떠날 수가 없었다. 2~3분쯤 지났을까. 난간을 내려가는 듯 했던 남성이 다시 난간 위로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김 과장은 “아무래도 마음이 찜찜해서 옥상에 바로 올라가 봤다”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옥상에는 고등학생 쯤 되보이는 남학생이 난간 귀퉁이에 불안한 듯 앉아 있었다.

김 과장은 “학생 뭐 힘든 일 있어? 여기 왜 이러고 있어?”라고 말을 건넸다. 혹시 모를 마음에 학생의 팔짱을 꽉 낀 채였다. 좀처럼 입을 떼지 않던 학생은 “너무 힘들다”며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김 과장은 “내려가서 집에 가라고 하니 가정에 불화가 있어 집에 가기 싫다고 하더라. 친구한테 가있으라고 하니 친구도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고 말했다.

학생을 겨우 달래 건물 아래로 내려온 김 과장은 학생을 그대로 보낼 수가 없었다. “저 갈게요” 인사를 하고 걸어가면서도 자꾸 뒤를 돌아보는 학생의 애처로운 표정이 눈에 밟혔다. 마치 “도와주세요”라는 신호 같았다. 결국 학생을 돌려 세운 김 과장은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마시면서 119, 경찰이 오길 기다렸다. 도착한 경찰에 학생을 맡기면서, 상담센터의 도움을 받게 해 달라는 부탁을 잊지 않았다.

김 과장은 “학생이 상담센터의 도움을 받아 마음을 잘 다독였으면 한다”며 “당시 상황이었다면 누구나 했을 일인데 관심을 받게 돼 부끄럽다”고 쑥스러운 듯 말했다.

박세정 기자

sj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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