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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로 파일 복사해 경쟁사 이직해도 무죄…법원 “보안 허술해서”
뉴스종합| 2023-11-14 09:33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한 제조업체가 경쟁사의 영업비밀을 탈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죄를 선고받았다. 피해회사의 염료배합파일 등을 USB로 빼돌린 것은 맞지만, 기본적인 보안조치도 안된 자료는 ‘영업비밀'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형사6단독 이용우 판사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기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업비밀 누설 등 범죄행위가 발생했을 때 행위자뿐 아니라 해당 범죄 방지에 감독을 게을리한 법인에도 양벌규정으로 책임을 묻고있다.

철도차량 등을 제조하는 A기업은 피해회사와 경쟁 관계에 있었다. 사건은 피해회사의 기술부장이었던 B씨가 2016년 6월, A기업으로 이직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B씨는 사무실에서 USB로 염료배합비 등 전동차 처방전 파일 4개를 복사했다. 해당 파일을 이용하면 물건에 발주처가 요구하는 색상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었다. 실제 B씨는 이직 후 해당 파일을 이용해 물건을 생산 및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A기업을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누설 혐의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법은 영업비밀을 취득·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누설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검찰은 “B씨가 USB로 피해회사의 영업비밀을 누설했다”며 “보안서약서 및 기밀보호서약서를 작성했음에도 이를 어겼다”고 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무죄를 택했다. 법원은 해당 파일을 영업비밀로 볼 수 없는 이상 이를 활용한 행위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제적 가치 유무와 무관하게 보안조치가 허술해 영업비밀로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은 합리적인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돼 그 정보에 접근한 자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피해회사가 해당 파일을 비밀로 유지·관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중소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총 6가지를 제시했다. 법원은 “B씨가 작성한 기밀보호 서약서엔 어떤 정보가 영업비밀인지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다”며 “피해회사는 영업비밀 취급에 대한 사내 규정도 두지 않았고, 직원들에게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교육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영업비밀을 관리하는 담당자도 없었고, 영업비밀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도 없었으며 허가받지 않은 개인용 USB의 사용을 제한하는 등 기본적인 보안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울러 “Confidential, 대외비 등 영업비밀임을 나타내는 문구도 없었고 파일에 비밀번호도 없었다”고 판시했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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