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흉기인줄 알고 손 펴게 하다 골절상…대법, 무죄 취지 파기환송
뉴스종합| 2023-11-22 07:29
서울 서초구 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10대 회원이 30대 복싱클럽 관장과의 몸싸움 과정에서 흉기를 꺼냈다고 생각해 강제로 손을 펴게 했다가 상해 혐의로 기소된 코치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2심과 달리 오인할 만한 정황이 있다고 봤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2일 상해 혐의를 받는 A씨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은 복싱클럽 관장 B씨와 회원이던 C군 사이 다툼에서 비롯됐다. 2020년 11월 C군은 복싱클럽 등록을 취소하는 과정에서 B씨로부터 질책을 들었고, 이에 C군은 항의했다. 이후 B씨가 C군 멱살을 잡아 넘어뜨리려 하는 등 몸싸움으로 번졌다.

그런데 C군이 왼손을 주머니에 넣어 휴대용 녹음기를 꺼내 움켜쥐었고 이를 본 A씨는 C군의 손을 잡아 쥐고 있는 주먹을 강제로 펴게 했다. 그로 인해 C군은 4주간 치료가 필요한 손가락 골절을 입었고 A씨는 지난해 6월 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재판에서 상해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C군이 흉기를 꺼내는 것으로 오인해 이를 확인하려고 한 것이어서 상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1심은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A씨가 인식한 대로 피해자가 흉기를 쥐고 있었다면 B씨가 피해자 몸을 누르는 등 서로 근접해 있는 상태여서 생명 또는 신체 완전성에 대해 중대한 침해를 당할 위험에 처해 있었다”며 “손을 펴라는 A씨 요구를 거부하는 피해자로부터 강제로라도 흉기를 빼앗기 위해서는 손을 강제로 펼치는 방법 외에 다른 수단이 없었다고 보이고, 형법 16조에 의해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형법 16조는 ‘자기의 행위가 법령에 의해 죄가 되지 않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해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2심은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하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B씨와 피해자의 신체적 차이, B씨가 피해자를 폭행한 상황 등을 고려하면 B씨가 피해자의 몸을 누르는 등 서로 근접해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손에 있는 물건을 이용해 B씨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오인할만한 별다른 정황도 보이지 않고, B씨가 피해자를 완전히 제압한 상태여서 주먹을 강제로 펴게 할 급박한 상황이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반면 대법원은 다시 판결을 뒤집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재판부는 당시 관장 B씨와 피해자의 외형상 신체적 차이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B씨가 피해자를 제압한 상태였다고 보더라도 피해자도 복싱클럽에 다닌 경험이 있는 등 상당한 정도의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고 봤다.

또 “피해자가 B씨로부터 질책을 듣고서 약 1시간이 경과된 후 다시 복싱클럽을 찾아와 항의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으로 이어졌다”며 “몸싸움이 일시적·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기보다 피해자가 항의 내지 보복 감정을 가진 상태에서 계획적·의도적으로 다시 찾아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코치로서 관장과 회원 사이의 시비를 말리거나 더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하는 위치에 있던 A씨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왼손을 주머니에 넣어 특정한 물건을 움켜쥔 채 꺼내는 것을 목격하고서, 이를 피해자가 상대방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하려는 것으로 충분히 오인할 만한 객관적인 정황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dandy@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