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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 종전선언’에서 ‘종잇장’ 신세 된 9·19 군사합의 [北 정찰위성 후폭풍]
뉴스종합| 2023-11-23 10:24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힌 가운데 한덕수 국무총리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9·19 남북 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를 안건으로 하는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정부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계기로 9‧19 군사합의 일부를 효력 정지하자 북한은 23일 군사합의에 따라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조치들을 즉시 회복할 것이라며 ‘전면 백지화’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 당시 ‘실질적 종전선언’이라고 평가받던 문서가 사실상 ‘종잇장’이 됐다는 평가다.

북한 국방성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지금 이 시각부터 우리 군대는 9‧19 북남군사분야합의서에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취했던 군사적 조치들을 철회하고 군사분계선지역에 보다 강력한 무력과 신형군사장비들을 전진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9·19 군사합의는 문재인 정부 시기 2018년 9월 19일 발표된 9월 평양공동선언의 부속 합의서로, 정식 명칭은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다.

지난 2018년 9월. 남북 정상은 이틀에 걸친 회담 끝에 ‘핵 없는 한반도’ 원칙과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 등을 명문화한 ‘9월 평양공동선언’을 채택했다. 공동선언 채택에 따라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를 이어나가는 차원에서 부속문서로 ‘9‧19 군사합의’에 서명한 것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두 정상은 이번 선언을 통해 실질적 종전을 선언했다”고 의미를 부여했었다.

하지만 9‧19 군사합의는 당시 국회 비준 등 절차를 밟지 못하면서 취약점이 드러났다. 국회의 체결·비준 동의를 얻은 남북 합의의 효력을 정지시키고자 할 때는 국회 동의가 필요하나 국회 동의 없이 비준했으므로 효력 정지에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실질적 종전선언’, ‘긴장 완화 및 신뢰구축에 실질적 기여’로 평가했던 9‧19 군사합의는 당시 국회 비준 등 절차를 밟지 못하며 하루만에 ‘종잇장’이 되는 취약점이 드러났다. 지난 2018년 9월 당시 송영무(왼쪽)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임석한 가운데 남북 군사분야합의서 서명 뒤 들어 보이고 있다. [헤럴드DB]

‘9월 평양공동선언’은 그해 10월 29일 관보에 개재돼 공포 절차를 완료했다. 문재인 정부는 당시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고 이번 선언과 관련해 국회가 심의‧확정하는 예산으로 이행할 수 있는 사업의 추진을 위해 10월 23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평양공동선언을 이에 공포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 9·19합의 폐지론이 들끓었다. 그간 북한의 숱한 도발과 위반에도 정부는 군사합의를 남북이 함께 지킬 때 의미가 있다며 준수를 촉구해왔으나 무인기 영공 침범으로 선을 크게 넘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움직임을 한미 감시정찰자산으로 지켜보고있던 군 당국은 이례적으로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기 전부터 ‘경고 메시지’를 전했고 북한의 9‧19군사합의 위반 사례를 언급하며 군사합의에 따른 한국군의 군사적 제한사항을 나열했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자 정부 맞대응은 전격적으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영국 국빈 방문 중인 22일 현지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관하고 9‧19 군사합의의 1조 3항(비행금지구역 설정)의 효력 정지를 결정했다. 이어 22일 오전 소집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임시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결정을 심의‧의결했고 국방부는 이날 오후 3시를 기해 군사분계선 일대의 공중 감시‧정찰활동을 복원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legend19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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